한국에서 아파트의 좋은 위치를 분양을 받기 위해 밤 세워 줄을 서는 장면을 밴쿠버에서도 심심치 않게 보게 되면서 신종 아르바이트가 등장했다.
최근 밴쿠버에 '신축콘도 분양대기줄 서기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구인광고가 올라와 흥미를 유발했다.
서구사회에서는 유명 아티스트가 밴쿠버를 찾을 때, 또는 애플과 같은 브랜드가 신제품을 발매할 때, 매장이나 티켓 판매소 앞에서는 새벽부터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는 일은 흔하다. 특히 이들 중에는 암표나 웃돈을 주고 신제품을 팔거나, 구매자에게 사례를 받고 대신 줄을 서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 '대신 줄을 서주고 분양을 받는데 성공하면 1천 8백 달러의 사례를 지불하겠다'는 광고가 올아왔다. 광고에서는 '당일 필요한 의자와 슬리핑백, 그리고 간식은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고도 전제했다.
언뜻보면 과열된 밴쿠버의 부동산 시장에서 신축 콘도를 분양받기 위한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가를 보여주는 사례로 보인다. 그러나 광고를 접한 리얼터 스티브 사레츠키(Steve Saretsky, Sutton West Coast Realty)는 "판매자 측의 마케팅 전략일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광고가 명시한 콘도는 버나비의 로히드 타운 센터 지역에 자리하고 있으며, 분양은 28일(월) 개시되어 12월 3일(토) 마무리된다. 사레츠키는 "지역의 특징 상 판매가 어렵지는 않을 것이나 판매자가 신속히 마무리짓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까지 밴쿠버를 비롯한 캐나다의 대도시 하이라이즈는 건물이 완성되기 전 분양되는 비율이 60% 전후였다. 당시까지 스카이트레인 인근은 차량이 없는 저소득층이나 마약 거래자들이 경찰을 따돌리기 위해 주로 스카이트레인을 이용하면서 하이라이즈 건물은 싸구려 주거지에 불과했다.
그러다 IMF 이후 한인 이민자들이 사상 최대로 밴쿠버 지역으로 이민을 오면서 한국식 역세권에 관심을 가지면 버나비 메트로타운이나 심지어 마약과 매춘거리로 알려진 써리의 월리 지역의 하이라이즈까지 한인들이 줄을 서서 분양을 받는 일이 일어났다. 그런 한인들의 모습을 보고 좁은 영토에서 살아 코퀴틀람 웨스트 플레토 등 대규모의 단독 주택을 선호하던 홍콩 이민자를 비롯해 대만 이민자들까지 하이라이즈 콘도 분양에 열을 서면서 새로운 밴쿠버의 새로운 풍속도를 만들었다.
선분양이 익숙하지 않던 건설사들은 한인 리얼터와 중국계 리얼터를 통해 VIP 사전 분양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것도 한인들 때문으로 다른 의미에 있어 부동산 한류인 셈이다.
[밴쿠버 중앙일보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