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1월 29일, 세 번째 대국민 담화에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면 그 일정과 법·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가 탄핵 소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정국에서 이루어진 애매한 입장 표명은 탄핵을 불발시키거나 시간을 지연시키려는 의도, 혹은 임기 단축과 관련하여 개헌 논의를 제시하려는 포석이 아닌지, 그 진정성에 의구심을 갖게한다.
외신들은 박 대통령의 담화를 '조건부 사임(conditional resignation)'으로 규정하면서, 야권에서는 박대통령이 밝힌 사임의사를 '꼼수(stalling tactic)'로 비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주요 언론은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담화가 갑작스럽게 준비된 이유에 초점을 두고 이 소식을 전했다. 대부분 탄핵을 피하려는 방편으로 풀이했다.
'르 파리지엥 le Parisien'도 이번 담화가 갑작스럽게 준비된 데 초점을 뒀다. 박 대통령이 눈앞에 닥친 탄핵이 현실화할 경우 받게 될 수모를 피해가기 위한 시도로 해석했다.
르 피가로는 이번 담화를 '깜짝 발표'라고 표현하면서, 한반도 전문가와 함께 분석했다. 역시 사퇴 발표가 아니라는 게 분명하고, 탄핵을 피할 가능성을 엿보기 위한 계산이 깔렸다고 분석했다. "박정희 대통령 향수에 젖어 박근혜 대통령에게 표를 줬던 보수층 유권자들에게도 큰 실망을 줬다"며 국정농단 사태의 심각성도 전했다.
3차 대국민 담화 이후, 정국은 더욱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야권은 탄핵표결을 강행한다는 입장이지만, 2일과 9일을 놓고도 서로간에 충돌하고 있다.
더욱이 수세에 몰려 있던 새누리당은 1일 박근혜 대통령이 내년 4월 퇴진하고 6월에 대선을 실시하자는 입장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박 대통령의 3차 담화가 결국 새누리당 내부를 흔들어 탄핵 정국이 여야 격돌 정국으로 바뀌는 형국이다.
새누리당이 이런 당론을 확정함에 따라 야당이 추진 중인 대통령 탄핵의 동력은 급격하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절차를 구체화하는 방안을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헌정 문란 사태에 대해 분노하고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촉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 준엄한 명령에 따르는 것을 흔들림 없는 대원칙으로 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한위클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