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청론] 정치, 언론, 검찰 개혁의 백만 촛불 계속돼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1월29일 낮 2시30분(서울시간) 제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회의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주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국회의 탄핵 절차는 재논의에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됐다. 야 3당과 새누리당 비박계는 12월 2일 탄핵안을 통과시킬 예정이었으나 3차 대통령 담화 후 비박계 의원들의 분열로 난관에 봉착했다.

박 대통령이 스스로 대통력직 퇴진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퇴진에 조건을 달아 다시 국회에 공을 넘긴 것은 의미가 심장하다. 국회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퇴진 일정과 법 절차를 오랜 논의 끝에 마련해야 한다는 것으로, 박 대통령이 이번 담화에서 노린 것은 탄핵 정국을 방해하면서 시간을 벌어 임기 말까지 통치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더하여 개헌 정국을 조성하고 이원집정제 등을 주골자로 하는 헌법을 개정하여 국민의 냉대로 재집권이 어려워진 현실을 정면 돌파, 보수기득권 유지를 위한 새누리당 재건이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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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김현철 기자
 

박 대통령의 요구를 국회가 수용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임기 단축'의 규정이 있어야 한다. 또 대통령의 임기 5년은 헌법상 규정이기 때문에 임기 단축을 논의하려면 개헌이 불가피하다. 즉, 박 대통령이 요구하는 내용을 수용하려면 국회는 개헌정국으로 돌입해야 한다. 이 경우 야권과 새누리당 비박계가 추진하고 있는 탄핵 절차도 제동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야권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민심은 즉각 퇴진인데 모든 책임을 모면하려는 탄핵 교란책"이라고 비판, 탄핵을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 "(대통령이) 무책임하고 무서운 함정을 국회에 또 넘겼다"고 비판하고 "대통령 스스로의 책임 및 반성은 없고, 특히 퇴진 일정을 밝히지 않고 국회 결정에 따르겠다고 한 것은 여야로 구성되어 있는 국회에서 현재의 여당 지도부와 어떠한 합의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계산한 퉁치기와 떠넘기기"라며 탄핵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간 야 3당과 뜻을 같이 해서 탄핵안을 통과시키겠다던 새누리당 비박계 일부를 어찌 설득해야 하느냐가 숙제로 남은 셈이다. 결국, 박 대통령은 세 차례에 걸친 "박근혜 즉각 퇴진" 백만 촛불민심에도 전혀 고집을 꺾지 않는 자세를 보여 국민들의 분노는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26일 열린 제5차 범국민 촛불혁명은 흩날린 눈발과 비, 손과 발이 어는 추운 날씨였음에도 민족사상 최대 규모인 전국 190만명(서울 150만, 100여 지방도시에 40만)의 국민들이 한데 뭉쳐 "박근혜 구속", "박근혜 체포"를 외치는 함성이 하늘을 찔렀다. 그 많은 국민이 다 떠난 후에도 광장에는 쓰레기 하나가 발견되지 않았고 작은 폭력사건 하나 없어 전 세계의 언론은 한국 국민의 높은 의식수준에 놀라 찬양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그간 차기 대선 후보가 없어 인물난으로 고민에 빠진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탄핵 시일을 늦춰 차기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내세우기 위해, 반총장이 퇴임(12월31일) 후 귀국하는 1월1일 까지 기다렸다가 반총장이 박 대통령에게 하야를 권고하는 형식을 취하고 박 대통령이 마지못해 하야하는 척 유도해 반 총장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겠다는 꿈을 꾸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백만 국민의 거대한 쓰나미가 계속 밀려오는 세태로 바뀐 오늘, 과연 반총장이 새누리당의 요구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김무성 등 비박계는 자기네가 만든 박 대통령의 추락과 동시에 공범이 되고 말았기에 이제 보수정당 재창출을 위해서는 국민들 앞에 탄핵에 열심인 듯 제스처를 써서 공범의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해 안철수와 박지원 등 국민의당 측과 대화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근혜의 3차 국민담화 꼼수에 비박계는 허를 찔린 셈이고, 정국은 또다른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애타게 새 시대가 열리기를 바라던 국민들은 일말의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경유착, 권언유착 고리 끊는 촛불행진 이어져야

우리가 광복 후 70년을 이어 온 친일파의 나라를 깨끗이 청산하려면, 이번 기회에 1%의 기득권 세력을 몰아내고 제대로 된 99% 국민 전체를 위한 새로운 국가건설을 위한 대혁명으로 발전해야 한다. 새누리당이 분열되어 또 다른 새 이름의 정당이 출현하더라도 같은 인사들로 구성된 새 이름의 정당이 어디 달라지겠는가? 그 뿌리는 결코 바뀔 수 없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똑바로 기억해야 할 것이다.

현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 하루 빨리 야 3당이 새누리 비박계와 협의하여 탄핵안 해법을 마련해야 함은 물론, 특검 발족, 국민불복종운동과 함께 200만 혁명의 박근혜 즉각 퇴진 함성이 이어지게 해서 아직도 국민을 우습게 보는 국정농단의 주범 박근혜를 시급히 끌어내려야한다는 것이다. 그 길만이 정부의 공백기간을 단축시키는 방법이다.

또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정부와 기업과 언론의 유착을 끊는 일이다. 특히 조중동문(조선, 중앙, 동아, 문화)과 권력 카르텔을 뿌리까지 밝혀내고 이를 발본색원하는 일대 수술이 필요하다. 독재자 박정희가 길러준 후 엄청난 정치자금을 염출한 대신 그 대가를 톡톡히 받아 낸 재벌들을 국민의 지지를 받는 새 정부가 완전히 개혁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깊이 연루된 삼성을 비롯, 전경련을 매체로 미르, K스포츠 등 최순실 소유 회사에 천억 가까운 돈을 내주고 엄청난 대가를 챙긴 재벌들을 엄벌해야 한다.

가장 어려운 일이지만 정부의 재벌 개혁 없이는 그들의 마수가 정부, 검찰, 법관 등 가장 중요한 국가 기관을 쥐고 흔드는 작태는 결코 사라질 수 없어 또 다른 게이트의 출현은 불가피하다는 게 정치평론가들의 분석이다. 이 엄청난 암 덩이를 관리할 수 있는 새 정부 구성은 국민혁명 말고는 불가능한 것이다.

또 한 가지는, 검찰이 이 정도라도 수사하는 걸 인정은 하지만 이번 기회에 검찰개혁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대통령을 피의자, 공범으로 발표한 검찰의 자세는 백만 국민의 끈질긴 함성을 비롯해 조만간 출현할 특검 및 새 정권을 의식한 데서 오는, 살아남기 위한 방도의 하나였다. 그 전까지의 검찰의 자세는 나라의 주인인 국민은 안중에 없었고 완전히 청와대만을 위한 떳떳하지 못한 조직이었음을 부인할 길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정치 검찰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통령을 몰아내는 것으로 만족할 게 아니라 내친김에 상부의 간섭에 놀아나지 않는 검찰의 독립이 확립될 때까지 계속 촛불은 활활 타올라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즉각 퇴진, 정경유착 단절, 검찰개혁, 조중동 등 사이비 언론을 개혁하는 그 날까지 백만 국민의 촛불이 꺼지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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