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선수IOC위원 만들기 희생양? 특검 규명 필요
뉴스로=로빈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박태환이 최순실 국정농단의 또다른 희생자로 밝혀진 가운데 지난 2014년 큰 파문을 일으킨 남성호르몬 주사가 음모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강한 의혹(疑惑)이 제기되고 있다.
박태환은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두달전인 7월 남성호르몬 주사를 맞은 사실이 밝혀져 그해 아시안게임에서 획득한 6개의 메달이 모두 박탈되고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간 선수자격이 정지됐다.
당시 박태환은 중구 T병원에서 처방한 약물주사가 남성호르몬 주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남성호르몬 주사엔 도핑테스트에 저촉되는 대표약물인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박태환은 T병원 원장 김모씨(47·여)에게 금지약물이 포함된 것이면 안된다는 확인을 수차례 했는데도 불구하고 문제가 없다는 말을 믿고 맞았다고 밝혔다. 이에 병원측은 “박태환의 남성호르몬 수치가 낮게 나와 주사제 시술이 필요할 것 같다고 권유해 동의를 받은 뒤 시술했다”며 “네비도가 금지약물이라는 사실은 몰랐다”고 진술(陳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태환은 이 사건을 검찰에 고발, 결국 김모씨는 박태환에게 약물의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 안했다는 이유로 벌금 100만원 처벌로 마무리됐으나 박태환의 무고함을 풀지는 못했다.
이 사건이 다시 도마에 오르게 된 것은 최근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 박태환에게 리우올림픽 출전을 하지 말라고 노골적인 협박을 가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알려진대로 박태환은 FINA로부터 18개월의 자격정지를 받았으나 적용싯점이 2014년 9월로 2016년 3월에 징계가 해제돼 출전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가 금지약물복용의 경우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간 국가대표 자격을 정지시킨다는 자체 규정을 들어 박태환의 국가대표 선발에 제동을 걸었다. 결국 이 규정에 따르면 박태환은 FINA의 징계가 해제된 2016년 3월에서부터 3년간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여론은 이 규정이 이중처벌이라는 지적과 함께 박태환에게 명예회복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국제 스포츠계에서 비슷한 규정이 이중 처벌 논란으로 폐기된 적이 있다. 2011년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상대로 '금지약물 복용으로 6개월 이상 징계를 받은 선수는 다음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게 한 IOC 규정은 잘못'이라고 제소한 미국올림픽위원회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IOC는 해당 규정을 폐지하고 국가올림픽위원회(NOC)와 국제경기연맹 등에 이 규정을 적용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그럼에도 대한체육회와 문체부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완강한 자세를 풀지 않았다. IOC는 출전해도 된다고 하는데 회원국 정부가 안된다고 고개를 젓는 희한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결국 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기하겠다는 박태환측의 강력한 의지와 국민적인 여론에 굴복, 정부는 박태환은 마지막 순간 리우올림픽에 승차시켰다. 하지만 이미 오랜 기간 마음고생을 하며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한 박태환은 전 종목 예선탈락 등 최악의 성적을 내고 쓸쓸히 귀국길에 올랐다.
김종 전 차관의 협박은 박태환이 리우 올림픽 출전을 허용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하던 기간중 은밀히 발생했다. 김 전차관은 박태환이 올림픽 출전을 포기할 경우 모교인 단국대에서 교수자리도 만들어줄 수 있다는 식의 회유(懷柔)까지 했다.
여기서 당연히 드는 의심은 왜 김 전 차관이 박태환에게 당근책까지 제시하면서 올림픽 출전의 길을 막으려 했느냐는 것이다. 박태환이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국가적으로도 좋은 경사임에도 불구하고 한사코 문체부가 막아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박태환이 전성기 시절 정부의 고위 인사가 불러도 오지 않는 등 고분고분하지 않아서 속된 말로 '찍혔다‘는 이야기가 돌다시피 단지 김 전 차관(정부)에 밉보인 선수가 잘 되는 것이 보기 싫어서였을까.
김종 전 차관의 협박사실이 드러난 후 일부 언론에서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선수 IOC위원’으로 만들기 위한 시나리오가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즉 정유라를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승마 최초의 메달을 따도록 총력지원한 후 ‘선수 IOC위원’으로 추대한다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수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태환은 정유라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 비록 그래서 박태환 죽이기가 시도됐다는 가설이 성립한다. 비록 박태환이 약물복용으로 2014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모두 취소되고 중대한 흠결을 안게 되었지만 리우 올림픽에서 명예회복을 할 경우, 다시한번 한국 수영의 영웅으로 등극하여 IOC위원의 가능성을 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반드시 박태환의 리우 올림픽 출전을 막을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과연 김 전 차관의 박태환 죽이기와 약물 복용 미스테리와의 연관성은 없는지 합리적 의심이 제기된다. 박태환 죽이기의 시나리오가 2년전부터 기획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알려진대로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학 특혜와 승마협회에 대한 전횡은 2014년 초 국회에서 처음 제기됐다. 그 무렵 태권도 대회 판정 파문으로 선수 가족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정부는 그해 7월 조직 사유화, 입시 비리, 승부조작 편파판정 폭력 및 성폭력 등 '스포츠 4대악'으로 꼽은 적폐들을 없애고자 규정을 강화하면서 약물과 관련한 조항을 추가했다.
그리고 두달 후 박태환의 약물 복용이 시도(?)되었다. 박태환이 문제의 병원을 이용하게 된 것은 병원측의 제안에 따른 것이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박태환 소속사 팀GMP는 검찰 수사당시 낸 보도자료에서 “인천 아시안게임 약 2개월 전 한국에 머물 때 T 병원으로부터 무료로 카이로프랙틱(chiropractic·척추교정치료) 및 건강관리를 제공받았다”며 “당시 카이로프랙틱을 마치고 나서 병원에서 주사를 한 대 놓아 준다고 할 때, 해당 주사의 성분과 주사제 내에 금지약물 성분이 들어 있지 않은지 수차례 확인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T 병원이 박태환에게 호의를 빙자해 접근하여 요청하지도 않은 주사를 괜찮다면 놓아준 정황이 있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박태환이 맞은 주사 네비도에 대표적인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이 함유된 것을 모를 의사는 없다고 말한다. 네비도는 남성호르몬의 일종으로 갱년기 치료 등에 쓰이는 주사제다. 검찰은 이 주사제에 근육강화제의 일종인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포함된 것이다.
상식적으로 수많은 대회에서 약물검사의 관문을 통과한 박태환이 이처럼 위험천만한 약물을 확인없이 맞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금지약물이 들어있지 않냐는 확인을 수차례 했음에도 ‘괜찮다’고 맞힌 의사의 저의는 무엇일까. 그러나 그 의사는 사건 발생 후 검찰조사에서 “금지약물에 대해 잘 몰랐다. 우리는 도핑 전문가가 아니다. 도핑 테스트 관련된 부분은 그쪽에서 챙겼어야 한다”고 발뺌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주사를 놓은 것부터 박태환에게 약물복용의 굴레를 씌우기 위한 치밀한 작전은 아니었을까. 이와 관련하여 최근 검찰에 소환된 박태환 측 관계자는 김 전 차관과 박태환의 대화 녹취 파일을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특별수사본부에 제출했다. 이와 함께 박태환이 자신도 모르게 '남성 호르몬 주사'를 맞게 된 게 최순실 씨와 관련이 있는지 수사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환이 도핑 테스트를 우려한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구체적 설명없이 투약한 의사의 처방이 김종 전 차관과 최순실의 연관성은 없는지는 특검 조사를 통해 규명(糾明)되야 할 것이다.
물론 이같은 의혹은 사실로 믿기 힘든 터무니없는 음모론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작금의 박근혜 게이트로 매주 수백만개의 촛불시위가 만들어지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최순실의 국정농단은 상상을 불허하는 수준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것이 하나씩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만일 이것이 고도의 음모로 밝혀진다면 한국 스포츠는 물론, 세계 스포츠에서도 전무후무한 국가가 개입한 최악의 스캔들이 되버릴 것이다. 박태환은 올림픽에서 참담한 결과를 안았음에도 좌절하지 않고 강인한 투혼을 보이고 있다.
수영선수로서 노장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 올림픽 은메달에 해당되는 좋은 기록을 내며 4관왕을 달성, 전성기 기량을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따라서 2년전 박태환이 자신도 모르게 불법약물이 투입됨으로써 박탈된 2014 아시안게임의 메달 회복은 물론, 이미지 추락, 잃어버린 2년의 정신적 물질적 고통 등 국가에 대한 천문학적인 손해배상 소송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로빈의 스포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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