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 중요한 국가적 의제에 대한 관심 표명 당연한 일"
지난 4일(일요일) 저녁 무렵, 홍콩섬에 위치한 타마파크에 한국인들이 모여들었다.
시립대, 중문대, 과기대 등에 재학 중인 24명의 홍콩 한인 대학생이 주축이 돼 주최한 ‘홍콩 한인 대학생 시국선언 및 촛불집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날 집회에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홍콩 한인 대학생들의 외침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다양한 연령층의 교민들도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집회에 참여한 인원은 모두 50명으로 사전 허가 없이 할 수 있는 최대 규모였다.
한국과 해외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집회가 이어지고 있지만, 홍콩 교민사회는 조용하기만 하다. 그 내막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학생들이 발 벗고 나섰는지도 모르겠다. 지난번에 있었던 홍콩대학 한인학생들의 시국선언과 마찬가지로 이번 ‘시국선언 발표와 촛불집회’도 학생들 중심으로 추진된 것을 보면 말이다.
▲12월 4일 홍콩 타마파크에서 열렸던 홍콩 한인 대학생 주최 '시국선언 발표와 촛불집회'에서 한 학생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번 ‘시국선언 및 촛불집회’는 그 어떤 기관이나 단체의 도움 없이 홍콩 한인 대학생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추진했으며, 신세대답게 SNS를 통해 이번 집회의 취지와 참여 방법을 알렸다. 집회 현장 참가와 별도로 시국선언에 대한 서명을 받았는데 현재까지 99명이 동참했다.
이날 집회는 △국격을 훼손시킨 관련자들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 촉구 △이 사태의 주 피의자가 대통령임을 자각할 것 △대통령의 진심 어린 대국민 사과 요구 △집권 여당 동반 책임 촉구 등의 내용을 담은 한국어 시국선언문과 영문 시국선언문 낭독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촛불을 들고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민중의 노래’, ‘아침이슬’을 함께 부르며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되기를 희망했다.
▲12월 4일 홍콩 타마파크에서 열렸던 홍콩 한인 대학생 주최 '시국선언 발표와 촛불집회'에 참여한 학생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집회에서 ‘고은’의 시 ‘화살’을 낭송한 강다영 학생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해외에 있더라도 중요한 국가적 의제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표명할 필요가 있다”며 “홍콩에 있는 학생과 교민들이 함께 현 시국에 대해 걱정하는 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홍콩 한인 학생들이 집회를 주최하게 됐다”고 취지를 분명히 했다.
이어진 자유발언 시간에도 교민들과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이번 사태에 대한 심각성과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첫 번째로 마이크를 잡은 한 교민은 “해외에서 거주하는 교민으로서 현 정국을 바라보며 느끼는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며 “예전에는 태극기를 보면 가슴이 뭉클하고 자랑스러웠지만, 세월호 참사나 국민을 기만한 현 정부를 생각하면 개인적으로도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현지인들이 어찌 생각할지 몰라 참으로 부끄럽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지고 퇴진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외쳤다.
현지에서 바비큐 전문점을 운영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교민은 “지금 한국의 정치적 상황이 매우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이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면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고,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작용할 것으로 믿는다”며 “그 이유는 지금까지는 여러 가지 이유로 국민들이 정치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세대를 불문하고 정치에 참여하고 관심을 두게 됐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역사를 재해석하고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며, 밝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해 박수를 받았다.
▲12월 4일 홍콩 타마파크에서 열렸던 홍콩 한인 대학생 주최 '시국선언 발표와 촛불집회'에 참여한 아이들이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모든 순서를 마친 참가자들은 세월호의 슬픔과 현실의 슬픔을 가사로 옮겨 닮은 노래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를 다시 한 번 부르고, ‘박근혜 탄핵’을 힘차게 외친 후 해산했다.
이들이 남긴 깊은 울림과 메시지를 가득 안은 12월 4일의 홍콩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홍콩 한인 대학생 99명 시국선언문[전문]-링크
http://www.hktimes.co/n_news/news/view.html?no=2101
[홍콩타임스 이경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