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급격히 높아진 주택가격으로 노인연금에 의존하는 베이비 붐 세대 일부가 노숙자로 떠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복지기관에 의해 제기됐다.
호주 자선단체 경고... “정부의 주택 정책으로 해결해야”
시드니 지역의 치솟는 주택가격 및 임대료 상승, 저렴한 주택 공급의 제한이 베이비 붐 세대를 노숙자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재 호주 노숙자들인 홈리스(homeless)의 14%가량이 55세 이상의 장년층이다. 하지만 치매요양소를 제공하는 복지기관 ‘하몬드케어’(HammondCare)에 따르면, 펜셔너 등 가난한 고령층 거주지 마련을 위한 정부의 논의나 주택정책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이 수치는 조만간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몬드케어’의 보건 및 병원 서비스 담당 스튜워트 제임스(Stewart James) 매니저는 “현재 시드니 지역 부동산 초점은 경매 낙찰률 및 가격에 모아지고 있다”면서 “만약 이 같은 주택 시장에 합류할 수 없는 경우라면 당신의 행복은 조만간 불행으로 뒤바뀔 것이며 특히 노인층일수록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고 우려했다.
제임스 매니저는 “높은 임대료와 집주인에게 유리한 세입자 관련법으로 저임금 노동자는 물론 많은 고령층을 취약계층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시드니 지역의 주별 평균 임대료는 싱글 펜셔너가 받을 수 있는 최대 연금보다 30% 이상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하몬드케어’는 “이에 따라 보장된 주거지가 없거나 수입이 한정된 고령층의 경우 자녀의 집에 얹혀살거나 저렴한 호스텔을 전전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보다 조금 형편이 나은 이들 역시 수입에 맞는 적당한 주택의 부족으로 일찌감치 요양원으로 들어가거나 은퇴자를 위한 복합시설을 찾아야 한다는 게 ‘하몬드케어’ 측의 설명이다.
올해 70세의 앤 와이트(Anne White)씨는 가난과 안전한 주거지역 사이에서 위태로운 곡예를 하는 케이스이다.
그녀는 “내가 생각하기에 시드니는 주택가격 측면에서 최악의 도시”라면서 “해외 자본의 부동산 투자가 그친다 해도 더 나은 상황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9년 와이트씨는 다니던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했다. 그녀는 이후 다른 직장을 구하려 시도했지만 직장을 구하지 못했고, 수년 후 임대료를 제때 지불하지 못하면서 집을 비워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직장을 잃은 이후 수 년 동안 수입이 없었던 그녀는 임대료가 상승한 다른 주거지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럼에도 NSW 주 정부의 주택문제를 담당하는 ‘Housing NSW’ 당국으로부터 ‘긴급 상황’으로 분류되지 못했다.
“결국 나는 노숙자가 됐다”는 와이트씨는 “6주치 임대료를 선지급 해야 하고 또 직업도 없기에 일반적인 임대 부동산을 마련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던 와이트씨는 호주 최초의 자선기관은 ‘베네볼런트 소사이어트’(Benevolent Society)의 도움을 받아 숙소를 마련할 수 있었다. 현재 그녀는 실바니아(Sylvania) 소재 은퇴자 숙소에 거주하고 있다. 이 숙소에 대해 그녀는 “요양원보다 더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노인들이 거주하는 곳이었다.
이와 관련, 또 다른 복지기관인 ‘앵글리칸 오스트렐리아’(Anglicare Australia)의 롤랜드 맨더슨(Roland Manderson) 부대표는 “고령층에 있는 많은 이들이 자기 소유의 주택을 갖고 있지만 반면 와이트씨와 같은 사례도 상당한 비율에 이른다”고 말했다.
맨더슨 부대표는 “오늘날 65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 82%가량이 자기 소유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미래 세대는 (높아진 주택가격으로) 상당한 주택담보 대출 부담을 안거나 임대시장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수요에 맞는 주택공급이 뒤따르지 않는 한 앞으로 적절한 주택 요구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문제는 비단 시드니 지역만의 우려가 아니다”고 지적한 그는 “자기 소유의 주택이 없이 펜션에 의존해 살아가는 이들에게 호주 어디에도 적절한 가격의 임대 주택은 없다는 점에서 이는 국가적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앵글리칸 오스트렐리아’에 따르면 최근 조사 결과 싱글의 노령 연금 수령자가 부담할 수 있는 임대 주택은 전체 6만5,614채 가운데 0.9%인 593채에 불과했다. 그나마 고령 연금 수령자 부부가 감당할 수 있는 임대주택도 2,239채로 전체의 4%에 불과했다.
‘앵글리칸 오스트렐리아’는 현재 고령의 취약계층이 직면한 주거지 문제와 관련, 당을 초월하여 정치권 모두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먼저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맨더슨 부대표는 “주 정부 및 연방 정부가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해결 방안은 없다”고 덧붙였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