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이계선 칼럼니스트

 

 

신문에 한줄짜리 좁쌀글씨로 장례식 광고가 실려 있었다.

 

“산초선생의 장례식이 월요일 아침 10시에 폴링 바보산장에서 있습니다”

-동키호테-

 

“꽃씨를 뿌리며 산새들새 산짐승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청산별곡(靑山別曲)을 써서 ‘바보칼럼’으로 보내 주시던 산초께서 돌아가셨구나!”

 

바보칼럼을 애독해온 독자들이 뉴욕업스테이트 바보산장으로 모여들었다. 링컨생가를 연상케 하는 삼칸짜리 토막집이었다. 버려진 오두막집을 관리해주는 조건으로 은퇴한 산초부부가 공짜로 살고 있었다. 관을 앞에 놓고 동키호테목사가 장례식을 진행했다.

 

“불경에 ‘人生何處來 人生何處去(인생하처래 인생하처거) 人生一片浮雲起 人生一片浮雲滅(인생일편부운기 인생일편부운멸)-인생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한조각 구름처럼 떠올랐다가/ 한조각 구름처럼 사라져 간다.’고 했습니다. 예수님은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라’ 고 말씀하셨습니다. 천상병은 세상 소풍을 끝내고 하늘로 돌아가는 것이 죽음 이라고 ‘귀천’(歸天)이란 시에서 동화처럼 노래했지요. 바보들의 친구 산초선생은 은퇴후 산유화(山有花)가 만발한 이곳 산속에 들어와 산초(山草)가 되셨습니다. 신선처럼 무위자연(無爲自然)을 살다가 산넘어 저멀리 먼 나라로 가셨습니다.”

 

성악을 하는 이가 있어 중간 중간 성가와 가곡을 불렀다. 조객들이 나와 산초를 그리워하는 조사를 했다. 울고 웃고 그리워하는 추모의 정이 가득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산초님의 살아생전 육성을 듣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녹음기가 고장 났던지 진땀만 빼고 있었다. 이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슬그머니 관두껑이 열리더니 관속에 누워있던 시신이 벌떡 일어난 것이다.

 

“으악! 드랴큐라다!”

“아냐, 예수님처럼 산초님이 부활하셨다!”

 

관속에서 나온 산초가 웃었다. 부활하신 예수님처럼 손을 들고 “샬롬!”을 외치면서.

 

“저의 장례식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광고에 죽었다는 말은 한구절도 없었으니까요. 광고대로 장례식을 치뤘을 뿐입니다. 초등학교시절 ‘크리스마스 캐롤’에 나오는 스크루지의 장례식을 보고 두려웠습니다. 내가 죽었을때 스크루지처럼 사람들이 내 시신에 침을 뱉고 욕하면 어쩌나? 그래서 미리 장례식을 치뤄보고 싶었습니다. 오늘 저의 죽음을 애통해하며 그리워하는 분들을 보고 무척 행복했습니다. 이젠 죽어도 되겠구나 싶어요”

 

얼마 전에 쓴 꽁트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장례식“ 줄거리다. 살아생전 미리 장례식을 치루면 어떨까? 어떤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생각해본 힌트다.

 

우리 부부가 나가는 미국교회목사님이 돌아가셨다. 마리아 웰리암스 68세. 나보다 뚱뚱한 흑인여인인데 대륙형 얼굴에 왕방울 눈이다. 1년반전에 임시당회장 목사로 왔다. 미녀가 아니라서 내가 가까이해도 의심하는 이가 없어 좋았다. 우리 가족과 친했다. 설교하면서 우리 애들 이름을 부르기도 했다. 마리아를 좋아하는 은범이는 성가대석에 앉아 앨터를 했다. 지난해 성탄절때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내면서 슬며시 지폐 한장을 끼워 넣었다. 산타클로스에게 선물 받은 어린애처럼 아주 좋아했다.

 

“이국인에게서 받은 크리스마스카드라서 산타가 보내준 선물 같군요. 더구나 달러까지? 미국교인들은 이런거 몰라요. 목사월급 줬으니 다 됐다는 식이지요.”

 

항우처럼 건강해 보이던 마리아가 심장병을 앓더니 심장마비로 죽었다. 은범이도 울고 나도 울었다. 혈육인 부모형제가 세상을 떠났을 때처럼 가슴이 아펐다. 장례식에 참석했다. 장지로 가는 발인예배라서 간단할줄 알았다. 세 시간이 지났는데도 끝날줄을 모른다. 만리장성처럼 길고 지루한 추모사 때문이다. 줄줄이 추모사다. 세시간 반이 돼서 끝내려는데 할머니가 한마디 하겠다고 끼어 들었다.

 

“할머니, 관속에 누워 있는 망인(亡人)이 너무 지루해합니다”

“내가 하는 조사 들으면 관속에 있는 마리아목사님이 아주 좋아하실겁니다. 1분만, Only one Minute만 하게 해주세요”

 

사람들이 깔깔 웃자 사회를 보던 흑인목사는 Just one Minute! 를 허락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10분이 넘었는데도 기를 쓰고 계속했다. 4시간 동안 영어 히어링을 연습하느라 난 지쳐버렸다.

 

‘에라, 할머니가 떠드는 동안 내 장례식 준비나 생각해보자’

 

난 할머니의 길고 긴 일분동안 내 장례식을 구상해봤다. 76세에 파킨슨병 5년이니 언제 죽을지 모른다. “천국환송예배” 같은 예배병에 걸린 위선적인 장례식은 피한다. 장례는 미국 이민길을 축하해주는 송별식이 아니다. 아프고 슬픈 이별이다.

 

신자는 죽으면 청와대보다 몇만배 호화로운 보석궁 천국에서 살게 된다. 그러나 개똥밭 같은 이세상에서 뒹굴며 사는게 좋다. 수만명 모이는 어느 대형교회목사는 다섯 번 암수술을 하고 매주 2번씩 일본까지 건너가서 투척을 했다. 그러다 갔다.

 

내 장례식이 궁금하다. 날 위한 장례식이지만 회갑연처럼 볼수가 없기 때문이다. 미리 장례식을 치르면 어떨까? 스크루지도 아닌데 쑈하는것 같다.

 

죽으면 흙으로 빨리 돌아가게 해줘야 한다. 시신을 관속에 눕혀 놓고 4시간동안 조사(弔辭)잔치를 즐기는건 망인에게 못할 짓이다. 김일성 모택동처럼 시신에 방부제를 뿌려 유리관에 눕혀놓고 관광객의 구경거리로 만드는건 망인에 대한 모독이다. 피라밑속에 미이라로 고스란히 눕혀 두는것도 시신이 귀신되게 하는짓이다. 시신은 얼른 썩어 흙이 되게 해줘야한다. 그게 명당이다. 40년후에 파보니 산사람처럼 그대로 있다면 드랴큐라 귀신이 된게 틀림없다. 빨리 흙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최상의 장례가 뭘까? 화장이다.

 

“할머니의 일분짜리 조사가 드디어 끝났네요. 장례식이 모두 끝났으니 집에 가요”

 

아직도 공상을 헤매는데 아내가 깨웠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안에서 아내에게 부탁했다.

 

“여보, 내가 죽으면 장기기증을 한후 화장해서 몰래 돌섬에 뿌려주시오”

 

 

관련책자.jpg

세상소풍 끝나는 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등촌의 사랑방이야기’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sarangbang

 

  • |
  1. 관련책자.jpg (File Size:7.6KB/Download:53)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박근혜 탄핵안' 발의와 만신창이가 된 한국 경제(끝편)

    세계 최고 빈곤률·부패지수 국으로 전락시킨 박근혜 정권 퇴진해야 (페어팩스=코리아위클리) 박영철(전 원광대 교수) (*이번 칼럼은 위 주제의 마지막 회(3)로 한국 경제의 암 덩이인 부패와 정경유착, 그리고 232만 촛불민심이 원하는 한국 정치와 경제계의 대청소에 ...

    '박근혜 탄핵안' 발의와 만신창이가 된 한국 경제(끝편)
  • 반총장의 고별 기자회견 단상 file

    뉴스로=윌리엄 문 칼럼니스트 moonwilliam1@gmail.com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최근 뉴욕 전철을 타고 시장을 만나러 갔다는 소식을 접했다. 드블라지오 시장이 당선된 2014년에도 그는 뉴욕 전철을 탄 적이 있다.   반기문 총장의 전철 승차는 두말할 것 없이 ...

    반총장의 고별 기자회견 단상
  • 뉴욕서 만난 ‘록 대부’ 한대수 file

    뉴스로=이오비 칼럼니스트         한대수씨를 인터뷰 했던 날 그는 나와 동행하는 지인에게 맥주를 부탁했고 그의 집에서 인터뷰가 진행될 예정이기에 흔쾌히 그를 위해 잭슨하이츠에서 술을 샀다. 미국맥주를 좋아한다며 다른 브랜드를 완강히 거부한 그에게 왜? 미국...

    뉴욕서 만난 ‘록 대부’ 한대수
  • 러시아인, 그들은 누구인가?

    [특별기획] 러시아인, 그들은 누구인가?     전적이고 극단적인 사랑과 우정 극한 추위, 팽창과 좌절의 역사에서 형성   <이 원고는 Chindia Plus 2016년 12월에 기고한 글입니다.>     올해 23세인 안젤리나 니콜라우(Angela Nikolau)는 루퍼(roofer)다. 루퍼는 높은 건...

  • 나는 왕이로소이다 file

    "여러분들이 바로 당상관입니다"   뉴스로=김태환 칼럼니스트   생각대로 말이 나오고 말한대로 이루어진다   고 박 정희씨의 생전의 직위는 민주 국가의 “대통령”이었으나, 그는 전제군주국가의 “왕”으로 군림한 것은 많은 분들이 잘 알고 계섰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나는 왕이로소이다
  • 타락녀 빗대 부패 권력 고발한 김광주

    [필화70년-9회] 소설 속 장관 부인이 불륜녀…작가, 공보처장 집 끌려가 폭행 당해 (서울=코리아위클리) 임헌영 교수(문학평론가·민족문제연그소장) = 독재체제가 궁지에 몰렸을 때 대응책은 이승만부터 박근혜 정권까지 엇비슷하다. 거짓 사과로 사건을 은폐·축소시켜 ...

    타락녀 빗대 부패 권력 고발한 김광주
  • 아직은 쓸 만한 김 선배님 file

    사람답게 사는 세상, 통일을 위하여   뉴스로=오인동 칼럼니스트     김동수 교수를 알게 된 것은 1990년대 중반 내가 모국의 분단과 통일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을 때였다. 나로서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이미 1980년대 초부터 미국과 유럽의 동포사회에서 일어...

    아직은 쓸 만한 김 선배님
  • 촛불이여 안녕 ! file

    별하나 나하나, 촛불하나 나하나     뉴스로=신필영 칼럼니스트       드디어 청와대(靑瓦臺)가 아니라 Washington으로 돌아갑니다   드디어 "즐거운 나의 집"으로 갑니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 뿐이리   내 나라 내 기쁨 ...

    촛불이여 안녕 !
  • 성공 뒤에는 그만한 노력이 있기 마련 file

    경쟁자보다 더하는 노력, 충실한 연습은 필수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우리는 소위 성공을 했다는 인물들을 직접 간접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별로 발전이 없는 느낌이 든 보통인 들에게는 성공을 한 사람들이...

    성공 뒤에는 그만한 노력이 있기 마련
  • 미국은 노동자가 살 만한 나라인가 file

    생의 말년에 다시 느끼는 감사 1968년 11월 모 재벌회사 간부사원 모집 최종 구두시험을 보는 날 나는 사복 한 벌 없는 가난한 군인이었다. 공군 대위 계급장을 단 군복을 입고 민간 회사 취업 구두시험에 나갔다. 일곱명의 시험관들은 서로 경쟁하듯 나에게 질문을 던...

    미국은 노동자가 살 만한 나라인가
  • 전쟁 중에도 언론자유 지켜온 기자정신

    [필화 70년: 8회] '국민방위군 사건' 보도한 기자·편집인 세 차례나 검찰 소환   ▲한국전쟁 당시 조직한 국민방위군이 남쪽으로 행진하는 모습. 1951년 겨울 이들 50만명이 경남 진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방위군 고급장교들의 군수물자(쌀 5만2000섬 포함) 착복과 10년...

    전쟁 중에도 언론자유 지켜온 기자정신
  • 대통령 탄핵안 통과… 아직 끝이 아니다

    [시류청론] '바뀐애' 실체 알게 된 국민들, '새 나라' 건설 위해 전진해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1987년 민주항쟁과 2008년의 광우병 쇠고기 투쟁 당시의 백만 촛불도 이번처럼 지속되지는 않았다. 그 후 박근혜가 국정원 주도의 엄청난 관권 부정선거...

    대통령 탄핵안 통과… 아직 끝이 아니다
  • '박근혜 탄핵안' 발의와 만신창이가 된 한국 경제(2)

    가계부채 OECD 선두그룹, 소득불평등도 가장 심해 (페어팩스=코리아위클리) 박영철(전 원광대 교수) 가계부채 폭등: 2016년 12월 현재 한국의 가계 부채 총액은 약 1,330조 원이며 내년에는 약 1,460조 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총액 규모 자체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

    '박근혜 탄핵안' 발의와 만신창이가 된 한국 경제(2)
  • ‘박근혜 탄핵’ 백악관 브리핑 file

    한국특파원들은 왜 안보일까   백악관=뉴스로 윌리엄 문 특파원 moonwilliam1@gmai.com     지난 9일 백악관 브리핑은 특별했다. 한국 국회에서 78%의 찬성 표결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시킨 이후 열린 첫 백악관 브리핑이었기때문이었다. 이날 필자는 한...

    ‘박근혜 탄핵’ 백악관 브리핑
  • 한상균은 남의 촛불이 아니다 file

    우리를 위해 싸운 한상균   뉴스로=독일 Claire Ham     한상균 2심 선고 : 3년 징역, 벌금 50만원. 징역 5년에서 2년 줄어서 3년이다. 2심 재판 방청하러 갔을때 그래도 부장판사 인상이 좋아 보이길래 그래도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아 ㅅㅂ.   밤새며 재판 결과를 기...

    한상균은 남의 촛불이 아니다
  • 거울 내려놓기 file

      거울 내려놓기 [i뉴스넷] 최윤주 기자 editor@inewsnet.net     아주 먼 옛날 공주가 태어났다. 까만 머리가 대조되는 하얗고 뽀얀 피부, 선혈처럼 붉은 입술을 가진 어여쁜 아기였다. 하얀 눈꽃 같이 이쁜 아기공주의 이름은 백설. 안타깝게도 왕비는 공주를 낳은 후...

    거울 내려놓기
  • 아 ! 서울이여 안녕! file

    뉴스로=신필영 칼럼니스트       서울이여 !   솔로몬이 이 또한 지나 가리라던 서울은   또 그렇게 지나가면 역사(歷史)가 되나 봅니다         프시킨이 지나 간 것은 아름답다던 서울은   또 그렇게 지나가면 평화(平和)가 되나 봅니다         서울이여 !   어디 역...

    아 ! 서울이여 안녕!
  • 이승만 정권의 사상 탄압

    [필화 70년: 7회] '보도연맹' 통해 비판자 감시…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의 원조 (서울=코리아위클리) 임헌영 교수(문학평론가·민족문제연구소장) = "한국 군인들은 우리가 그들을 훈련하는 목적이 미국이 피를 흘리는 대신 피를 흘리고, 미국을 위하여 쏘라고 하는 것을 ...

    이승만 정권의 사상 탄압
  •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장례식 file

    뉴스로=이계선 칼럼니스트     신문에 한줄짜리 좁쌀글씨로 장례식 광고가 실려 있었다.   “산초선생의 장례식이 월요일 아침 10시에 폴링 바보산장에서 있습니다” -동키호테-   “꽃씨를 뿌리며 산새들새 산짐승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청산별곡(靑山別曲)을 써서 ‘바보칼...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장례식
  • 한국촛불시위대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file

    트럼프 덕, 박근혜 탓   뉴스로=이재봉 칼럼니스트     선생님, 별고 없으신가요? 요즘 누구와 만나거나 통화하게 되면 인사말을 어떻게 시작할지 머리를 굴립니다. 온 사회가 안녕치 못한 터에 안녕하냐고 건네는 말은 의미가 없을 테니까요. 안녕하냐는 말은 어차피 상...

    한국촛불시위대를 노벨평화상 후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