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위해 싸운 한상균
뉴스로=독일 Claire Ham
한상균 2심 선고 : 3년 징역, 벌금 50만원. 징역 5년에서 2년 줄어서 3년이다. 2심 재판 방청하러 갔을때 그래도 부장판사 인상이 좋아 보이길래 그래도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아 ㅅㅂ.
밤새며 재판 결과를 기다리던중 다음이 비교적 진보적이라고 해서 그의 소식을 검색해봤더니 "한상균 석방이 촛불민심?.. 집회 주최측 주장에 찬반논란"이라는 한국일보의 기사를 보고 내내 불쾌했다.
또, 그 기사밑에 달린 댓글들은 더 열받게 한다. "안타깝지만 선택과 집중을 해야할 때에 집중력 흐트러뜨리는 일은 뒤로 미루어야 합니다." "한상균은 일단 별개다. 한상균까지 넣는것은 촛불민심에서 일반시민을 떨어져 나가게한다."
실제로, 촛불집회에 참가한 모든 시민들이 한상균의 구속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일 수도 있다. 그러면, 건강한 상식이 있는 기자라면, 최소한, 수십만이 참가했던 민중총궐기가 왜 개최되어야만 했는지, 그들이 주장하는 바가 무엇인지, 왜 노동개악에 반대하는 지는 언급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주도한 혐의로 수감 중인 한 위원장에게 8년을 구형(求刑)한 것이 정상인지도 고려해봐야 한다.
설사, 많은 이들이 참가하는 집회에서 폭력행위를 하는 일부 참가자들이 있다 치더라도, 집회의 공식 신고자가 모든 책임을 지는 건 비논리적이다. 나도 여기 독일에서 시국집회 신고를 했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지인들을 제외한 백명이 넘는 참가자들은 같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외에는 생판 모르는 타인들이다. 도대체 내가 왜 그들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하나? 물론 독일 법원 판례에 따르면, 나는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 그래서, 현지에서는 마음 편히 집회 신고를 한다.
한편, 한국의 일부 기업들은 아직도 용역깡패를 고용해서 파업하는 직원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다. 심지어, 사람을 고용해 파업중인 직원들을 향해 차로 돌진해서 상해(傷害)를 입혔다고 자백까지 했는데도 경찰은 사법처리하지 않고, 언론도 이에 대해 신기할정도로 무관심하다. 평소에 폭력집회 폭력집회 비난을 일삼지만, 피 터지고, 뼈가 부스러지도록 맞는 근로자들의 폭력 피해에는 침묵한다. 도대체 본인이 언론인이라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은가? *유성생지옥 청원 https://goo.gl/aCZsme
그리고, 왜 한상균이 별개인가? 그가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싸웠나? 한국에는 2천만의 직장인들이 있고, 그가 싸워왔던 노동개악법은 그 어느 이슈보다도 많은 이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이건 본인이 싫건 좋건, 사무직이건 공장에서 일하건 다 포함이 된다. 이런 멍청한 논리가 어디있나?
나의 지인중엔 좋은 대학 나와 재벌회사에서 일하는 이도 있고 , 중퇴하여 공장에 다니는 이도 있다. 그러나, 그들 모두 하루 12-13시간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 매일매일 악몽같은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그중 한사람은 자녀 양육비, 부모의 병원비로 빚더미에 앉아 "벼랑끝에 서 있다"고 힘든 삶의 고통을 토해내기도 했다. 이건 타고난 운명이 아니라, 시스템을 개선하면 해결될 문제다.
한국에서 일하면서 대학을 다녔던 나는 긴 노동시간과 고용주들의 비인간적인 대우에 질려서, 오래전 한국을 미련없이 떠났다. 일에 치여서 매일매일이 괴로웠다. 해외에 나와 살면서 갑자기 노동 시간이 줄고, 직장의 상사들로부터 너무 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니 어느새 나는 웃고 있었다. 한국에서 살았을때 웃었던 사진이 하나도 없었던 나였는데 말이다. 대학교때 그 흔한 마르크스 자본론도 읽지 않고 집회도 나가지 않았던 나는 그렇게 삶의 체험을 통해 노동시간 단축이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노동조건 개선은 좌파 우파 이념의 문제를 떠나서 우리가 인간으로서 행복해지기 위한 기본 조건이라는 것이 나의 지론(持論)이다.
"노동자는 다 부처이고, 사용자는 다 나쁜 놈입니까?"라고 되물었던 보수적인 대학교 강사의 말이 생각난다. 나는 모든 직장인들이 선하다는 그런 유치한 차원의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하루 평균 38명이 자살한다는 자살공화국 헬조선을 야기하는 주요한 이유중에 하나는 이 지옥같이 긴 노동시간과 비인간적인 처우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은 세계에서 OECD 국가중 최장 노동시간을 자랑(?)한다. 멕시코 다음으로.
제발 노동을 천시(賤視)하는 이 문화, 당연한 권리 주장을 하는 것에 지나친 거부감을 느끼는 이 문화, 또한, 그것을 조장하고 침묵하는 언론인와 법조인들 반성하시라! 그 화살이 결국 자신, 자신이 아끼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이웃들에게 향할 것이다.
언젠가 대한민국에 정의가 바로 서고 상식이 통하는 그날이 오기를, 새벽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