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0일, 파리에서도 시민혁명의 첫승리를 축하하고, 앞으로의 결의를 다지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12월 10일은 세계인권의 날이기도 해서, 인권광장에는 이미 서너개의 집회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었으나, 파리한인들의 집회가 시작될 즈음에는 인권 광장에는 <시민혁명이 거둔 첫 승리, 이제 시작이다> 라는 현수막이 붙어있는 한인 집회만이 남았다.
150여명에 달하는 참가자들은 오늘의 승리가 첫단추에 불과하다는 사실,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단결된 시민의 목소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으며, 앞으로 계속해서 세상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하겠다는 다짐을 한 목소리로 전했다.
박근혜 정부에 협력하여, 국정농단에 조력한 304명의 부역자 명단을 만들어 이들이 전원 사법처리를 받게 해야 한다는 의견, 박근혜를 당선시킨 부정선거에 대한 수사가 재개되어 선거부정에 대한 진실이 명백히 가려져야 한다는 의견, 하루 속히 세월호의 진실히 수면위로 떠올라야 한다는 의견, 내년 초에 치러질 조기 대선에, 원칙상으로는 배제되는 재외국인들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우리의 목소리를 내자는 의견, 정권의 나팔수였던 언론의 폐해가 우리 사회에 미친 악영향을 생각할 때, 시급한 과제중 하나는 언론개혁이라는 의견등. 참가자들은 우리 앞에 놓인 당면한 과제들을 하나씩 제시하기도 했다.
"우리가 이겼다. 촛불은 승리한다", "헌재는 판결하라, 금년내로 판결하라" "재벌이 몸통이다. 재벌을 해체하라" 등 한걸음 더 나아간 구호들을 함께 외쳤고, 뮤지션 최정우씨가 노래한 <행진>, <상록수>를 한껏 고무된 분위기에서 힘차게 따라 부르기도 했다.
한편, <환수복지당>이라는 이름의 당명을 앞 세운 사람들이 당복을 입고, 당이름이 새겨진 카드와, 현수막등을 들고 참여하기도 했다. 이들은 1차집회부터 줄곧 집회에 참여해 왔는데, 1차 집회 때는 당복을 입은 두 사람이 조심스럽게 왔고, 2차 때에는 좀 더 많은 인원이, 3차 집회인 12월 10일에는 집회가 끝나갈 무렵, 갑자기 제안하여, 준비한 율동까지 선보이면서, 적극적으로 집회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너무나 또렷하게 특정 정당을 홍보하려는 태도가 도드라지는 탓에, 그들이 주최하는 집회가 아니냐는 오해가 불거져서, 집회 마지막에는 이 집회의 주최측이 누구인지를 다시 한 번 밝히기도 했다.
파리의 촛불 집회는 <박근혜 퇴진을 명하는 파리 한인들> 이라는 이름 하에 페이스북을 통해 만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순식간에 조직한 집회이며, 특정 정당에 속한 사람들도 같은 뜻을 가진다면 참가할 수 있다고 집회 주최측은 밝혔다. 그러나, 소규모 집회에 단 하나의 당만이 그들의 당을 선전하기 위한 온갖 선전도구들을 들고 참여하는 모습은, 참가자들의 거부감이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는 판단하에, 이후 갖게될 집회에서는 특정 정당의 색깔을 드러내는 일체의 표식은 불허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