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OECD 선두그룹, 소득불평등도 가장 심해
(페어팩스=코리아위클리) 박영철(전 원광대 교수)
가계부채 폭등: 2016년 12월 현재 한국의 가계 부채 총액은 약 1,330조 원이며 내년에는 약 1,460조 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총액 규모 자체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증가 속도이다. 곧잘 빛의 속도에 비유되는 한국 가계 부채는 최근 1년에 약 10%씩 증가하고 있다. 반면 연 경제 성장률은 겨우 2.5%~3.0%에 머문다. 이게 문제이다. 상환 능력에 구멍이 생긴다는 뜻이다.
주요국의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보면 다음과 같다. OECD 23개국의 평균치가 130.5인데 한국의 수치는 164.2로 기초 경제력이 가장 취약한 그리스와 포르투갈 수준이다. 미국의 수치는 113.4이다.
▲ 필자 박영철 전 원광대 교수 |
왜 가계 부채가 이처럼 급증하는가? 3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 금리가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둘, 지난 한 해 '반짝' 주택 시장의 활황이 있었다. 셋, 가계소득이 부진하였다. 따라서 생활비와 부채 상환용 대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 세 번째 이유가 가장 심각하다. 소득 절벽에 부닥쳐 빚을 갚기 위해 빚을지는 악순환이 지속하면 가계부채는 위험수위를 넘어 폭발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계부채 폭발과 같은 위기에 대응할 정부의 대응책은 매우 제한되어 있다. 예외는 있다. 정부의 가계 부채, 특히 취약계층의 생계비와 연관된 부채 탕감 정책이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 간에 발생할 '도덕적 해이' 우려와 재정 적자 폭증이란 위험이 있어 과감한 탕감 정책에 매우 미온적이거나 반대한다.
빈곤층과 소득 불평등: 한 나라의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수로 사용되는 지니(GINI)계수는 0에서 1까지의 수치를 가지는데 이 수치가 낮을수록 소득이 더 평등하게 분배된다는 뜻이다. 2014년 OECD 통계를 보면, 세계에서 가장 소득이 평등하게 분배된 나라는 스웨덴으로 지니 계수가 0.259이고 미국은 0.378로 선진국 중 가장 소득 양극화가 심한 나라이다. 한국은 0.314로 OECD 국가 평균치 0.314와 같다. 놀라운 일이다. 믿기지 않는 사실이다. 그래서 국내에서 경제학자들 간에 이 수치에 대한 논쟁이 아직도 진행 중이며, 국가 간 소득 양극화 현상의 분석에도 이 지니 계수 외에 여러 다른 지표를 사용하고 있다. 그 중 다음 3 가지 지표가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첫째, 최근에 가장 널리 사용하는 지표는 상위 10위 소득집중도로 이는 한 나라의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IMF의 보고서에 의하면, 2012년 기준으로 한국의 상위 10위 소득집중도는 놀랍게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1위인 미국의 수치가 47.8%, 2위인 한국의 수치가 44.9%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수치가 지난 17년간 급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995년 이 수치는 한국(29.2%), 미국(40.0%), 일본(34.0%), 프랑스(32.4%) 등이었다. 그런데 17년 후인 2012년 미국은 7.3포인트 높아져 47.8%, 한국은 무려 15.7포인트나 올라 44.9%가 됐다. 많은 한국 경제학자는 2016년 현재(아직 공식 통계가 없지만) 아마도 한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한국의 경우, 상위 10위 소득계층이 총소득의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무섭고 걱정스러운 사실이다. 한국을 '헬조선'이라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둘째, 현행 조세 제도가 소득 불평등 개선에 실패하고 있어 한국의 조세 개선 효과 성과가 OECD 국가 중 꼴찌이다. '빈곤율'이란 중위소득(한 나라의 모든 소득을 순위로 매긴 경우 정확히 한가운데를 차지하는 소득수준을 뜻함)의 50%도 못 버는 빈곤한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OECD 보고서(2012년 기준)에 의하면 세금을 제외하기 전 한국 빈곤율은 0.173%로 OECD 23개국 중 가장 낮았다. 반면 프랑스(0.347%), 독일(0.323%), OECD 평균(0.284%)이었다. 그러나 세금을 낸 후 한국 빈곤율은 겨우 0.149%로 낮아져 오히려 OECD 23개국 중 4위로 높아졌다.
반면 프랑스는 무려 0.007%로, 독일은 0.088%로, OECD 평균은 0.180%로 급락했다. 다시 말하면 현행 조세 제도가 빈곤율을 낮추는데, 즉 개선하는데 별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뜻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느냐? 한국의 조세는 누진세 비율이 약해서 부자들에 대한 조세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취약 계층에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본소득' 정책과 같은 근원적인 조세개혁을 통해 취약계층의 빈곤율을 낮추고 팍팍해진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
셋째, 앳킨스와 모렐리 두 경제 학자가 개발한 '앳킨스 지수'는 국민이 자기 나라의 소득 불평등을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는가의 주관적 가치판단을 반영한다. 이 지수는 0에서 1사이의 수치를 가지는데 1에 가까울수록 국민은 자국의 소득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고 규정하며 소득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매우 크다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OECD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앳킨스 지수'가 놀랍게도 0.32로 OECD 국가 중 4위로 '등극'했다는 씁쓸한 소식이다.
이스라엘이 0.41로 1위이고 미국이 예상대로 0.35로 2위이다. 위에서 언급한 데로, 지니 계수로 본 한국의 소득 양극화는 OECD의 평균인데 반해, '앳킨스 지수'로 본 한국의 소득 불평등은 OECD 국가 중 가장 심각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악화한다는 사실은 지난 정권의 조세와 분배 정책의 처참한 실패라고 하겠다.
넷째, 지니 계수에는 '가처분 소득'과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두 개의 방법이 있다. 한국의 경우, 연금과 정부 지원금 등을 포함한 '가처분 소득'을 기준으로 계산한 지니 계수는 지난 4, 5년 간 0.300 수준에서 별 변동이 없는 반면, 노동과 사업 소득 등 개인이 번 돈을 의미하는 '시장소득'만을 기준으로 한 지니 계수는 지속하여 악화하고 있다. 2015년 전자는 0.294인데 후자는 무려 0.331 수준까지 올라갔다. 다시 말하면 빈곤중산층인 소위 'Working Poor'(일을 해도 가난한 근로 빈곤층)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다음 주 마지막(3) 회에서는 정경유착의 뿌리인 박정희 신화 깨기와 한국 경제 구조의 대대적 청소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필자 소개 : 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는 벨기에 루뱅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경제 분석가로 15년(1974~1988년)간 근무했다. 이후 원광대학교 경제학부 국제경제학 교수를 역임했다. 2010년 은퇴 후 미국 페어팩스(Farefax)에 거주하며 개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