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임대한 전통활 '각궁' 사라져
뉴욕=임지환기자 newsroh@gmail.com
뉴욕한국문화원(원장 오승제)에서 한국 문화재가 분실(紛失)돼 파문이 일고 있다.
뉴욕중앙일보는 20일 한국문화원에 보관중인 한국 전통활 '각궁'(중요무형문화재 47호)이 분실됐다고 보도했다.
각궁은 전통활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지는 김박영 궁장(弓匠)이 제작한 작품으로 지난 2003년 문화원이 한국 문화를 홍보하기 위해 한국 국립무형유산원으로부터 빌려온 것이다. 국립무형유산원은 지난달 뉴욕을 비롯해 미국에 있는 네 곳의 한국문화원을 전수 조사한 끝에 각궁과 장구채가 분실된 사실을 파악했다.
각궁 외에도 장구채도 없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원은 21점의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지만 문화재 대부분을 사무공간이나 지하 창고에 전시하고 있어 홍보 효과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같은 문화재가 언제 어떻게 분실됐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분실한 '각궁'은 제작자인 김박영 궁장이 2011년 타계해 복원(復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문화원측은 뉴욕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화원이 좁다 보니 작품을 전시할 곳이 마땅치 않아 전시 케이스에 넣어놨는데 하나하나 점검하는 과정에서 없어진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작품들이 워낙 많은데다 잦은 이동으로 인해 정리하고 있는 과정에서 없어진 것 같다. 문화원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말까지 찾아보겠다"면서 "문화원이 새로 지어져 전시 공간이 마련되면 이러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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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뉴스>
김박영 궁장 한국 최고의 활명인
김박영 궁장은 1930년 12월 20일 예천에서 태어나 근세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훌륭한 활을 제작하는 몇 명이 되지 않는 전통궁장의 한 사람으로서 생을 마쳤다. 고인은 이미 15세부터 부친 김홍경 궁장 밑에서 활 만드는 방법을 공부했고, 그 후 역시 궁장으로 널리 알려진 그의 삼촌 이지후에게서 지속적으로 활을 제작하는 기술을 배웠다.
김박영 궁장은 1965년부터는 한국궁술계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김장환의 동지로 일을 할만큼 실력을 갖추었다. 김장환 궁장은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중요무형문화지로 지정됐다. 김박영 궁장은 김장환의 별세 후에는 김장환의 아들 김기원과 김장환의 궁방을 함께 이어 받아 운영했다. 1988년 김기원 궁장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김박영 궁장 혼자서 자기의 아들 윤경의 협조를 받으면서 활을 만들기 시작했다.
1996년 김박영 궁장은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47 호로 지정됐다. 또한 2004년 부천시는 부천시립활박물관의 창설과 동시에 명예관장으로 김박영 궁장을 추대했다.
김박영 궁장의 평생 소원은 한국의 전통활인 각궁과 한국의 전통궁술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었다. 외국인 방문객들은 김박영 궁장의 궁방에 부담없이 방문할 수 있었고 궁장의 활 제작과정을 곁에서 보고 배울 수도 있었다. 이로 인해 김박영 궁장의 오랜 세월동안 쌓여진 각궁 제작 지식은 해외에까지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자료 참조 독일인 궁사 칼 자이링거(Karl Zeilinger)의 김박영 궁장 추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