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을 떠올리며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 그동안 주워 모은 도토리를 햇빛에 잘 말려 하나 하나 망치로 껍질을 까기 시작한 지도 벌써 며칠째이다. 도토리를 까면서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긴다. 어젯밤에 12월호 월간 잡지를 펼쳐 보니 이 책에도 ‘최순실 게이트’ 이야기가 반 이상을 메우고 있었다.

이민 초기에 이곳에 사시는 어느 분이 나에게 "송형은 무슨 재미로 이민생활을 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내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자, 그는 "이번에 우리 교회에서 자신을 집사 시키지 않으면 그 교회에 나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세상 어디에 가서 살아도 권력의 맛은 별미 중에 별미인 모양이다. 어디서나 무슨 자리를 얻는 것을 원하니 말이다. 이 노동자는 평생 그 맛을 모르고 생을 마칠 일만 남았으니 조금은 아쉽다.

‘최순실 게이트’를 보면서 ‘나랏님’들을 생각한다. 나는 이민생활을 하면서 많은 미국 사람들에게 민주주의가 먼저냐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우선인가 하고 질문을 던지곤 했다. 그리고 고 박정희 대통령이 조금 ‘마샬 로우’로 국민을 통제하긴 했으나 그가 한국의 그 처절한 빈곤을 면하게 했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요즘 한국에서 일어난 일들을 보면 입맛이 씁쓸하다.

나는 도토리 껍질을 까다가 말고 갑자기 얼어섰다. 어디가느냐고 묻는 할멈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은 채 집안으로 들어가 두 권의 책을 들고 나와 다시 펴 보았다. 한 권은 60년대 초에 간호사 보조로 독일에 가서 그곳에서 독일 남자와 결혼하여 혹독한 시집살이를 하면서도 한국인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려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한 여성이 쓴 책이다. 제목이 '나는 부끄럽지 않은 한국의 딸' 이라는 수기이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 책을 읽었으리라 믿고 싶다.

또 한 권의 책은 남미 우르과이 제40대 대통령인 무히카가 지난해 펴낸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란 책이다. 이 책은 KBS TV ‘책을 보다’의 선정도서이다. 무히카는 2010년에 대통령직에 취임하고, 지난해 후임자에게 정권을 이양해주고 퇴임했다. 그는 현재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그의 고향에서 농사를 하면서 1987년산 자동차를 타고 있다고 전해진다. 나는 한국의 정치인이나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이 책을 읽었을까 궁금하다.

근래 한국에서 미국에 관광을 온 사람에게 물었다. ‘한국은 언제나 통치자금 없는 정치’, ‘촌지 없는 지도자’, ‘상납이 필요없는 사회’가 될 것인가, 하고 말이다. 그는 "지금 50, 60세 된 놈들이 저 세상으로 간 후에나 올 것이고, 통일이 되면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한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미국을 생각해 본다. 미국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이곳에서만도 총맞아 죽는 사람이 매일 한 두 명이 나온다. 그러나 이 나라의 토양은 부정부패 뿌리가 깊게 뻗을 수 없게 형성되어온 탓인지 국민의 존엄성이 다른 나라들보다 높고 각자가 마음속 깊이 강한 자존심을 갖고 살 수 있다.

한국도 윗 사람들부터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때 국민들이 안정감을 느끼고 자존감이 높아지며 행복지수도 높아질 것이다. 고국이 부패 없는 나라, 그래서 국민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나라가 되기를 소망한다.

  • |
  1. song.jpg (File Size:32.0KB/Download:50)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붉은 칸나의 꿈

    붉은 칸나의 꿈 호월(올랜도 거주 과학시인) 손 뻗어 카스타네트를 짝짝이며 플라밍고 댄스 추는 긴 다리 스페인 무희 치렁치렁 끌리는 진홍 스커트 검은 머리 허리까지 길다 몸을 뒤로 젖히고 고개를 뻗어 플라밍고의 아득한 꿈을 흘린다 회오리 바람이 뜯는 휘모리 기...

    붉은 칸나의 꿈
  • 김상욱 발행인, 2017년 신년사 file

    "붉은 닭의 해, 과욕이나 부족함이 없도록 조화를 유지하는 한해되시길...."         붉은 닭의 해 정유년이 밝았습니다.    먼저, 독자 여러분들의 가정과 일터위에 만복이 깃드시길 진심으로 기원드립니다.    돌이켜 보면 지난 2016년 병신년(丙申年)은 그 어느 해보...

    김상욱 발행인, 2017년 신년사
  • 전승민 주 알마티총영사 2017년 신년사 file

    [신년사] "올해는 한-카 수교 25주년, 고려인 동포 정주 80주년, 고려극장 설립 85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 한민족의 위상을 높일 계기"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주알마티총영사관 전승민 총영사입니다. 정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총...

    전승민 주 알마티총영사 2017년 신년사
  • 한국 보수들은 왜 성조기를 흔드는가 file

    미국의 속국임을 자인하나?   뉴스로=김중산 칼럼니스트         지금으로부터 135년 전인 1882년 5월 22일 조선과 미국은 우여곡절 끝에 조미우호통상조약(朝美修好通商條約)을 체결한다. 일제의 침략과 부당한 간섭에 끊임없이 시달리던 조선은 국제사회에서 인류의 자...

    한국 보수들은 왜 성조기를 흔드는가
  • 새 대통령과 혁명 file

    판문점방문과 미국강연   뉴스로=이재봉 칼럼니스트/원광대 교수         1. 새해엔 새 대통령과 혁명 같은 변화를   2017년 첫날을 맞았습니다. 새해엔 더욱 건승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새 대통령 잘 뽑아 나라의 모든 폐단을 청산해나가게 되길 소망합니다. 엊저녁 ...

    새 대통령과 혁명
  • 정비석의 '자유부인' 필화

    [필화 70년: 11회] 뇌물 공무원·이승만 정책 신랄한 고발…5차례나 필화 '문제작'   ▲작가 정비석이 1954년 한국전쟁 후 타락한 사회윤리를 고발해 잇달아 필화를 겪은 서울신문 연재 장편 <자유부인> 중 계집아이가 주인의 화장품을 몰래 쓰다가 여주인공 오선영이 나타...

    정비석의 '자유부인' 필화
  • 새해 새 아침 file

    뉴스로=신필영 칼럼니스트           82년차의 새해를 맞습니다   또, 얼마나 새해 새 아침이 남았을까요   과연 새해란 무엇일까요         인생의 새 해는 단 한번 입니다   죽을 때 까지 오는 새해는 아침으로 시작 합니다   태어나고 죽는 날의 아침 입니다   그리고...

    새해 새 아침
  • " 성숙 " 이란 file

                                      새해가 밝았다.     닭띠라고 하는 새해첫날, 새벽  닭울음소리도 없다.     창문으로 스며드는 빛이 강하게 느끼면서 깨어났다.눈을 뜨고서  늦잠을 잣구나 하고 중얼거린다.     새벽녁~~ 꿈인지 뭔지.. 인터넷이 다시 가동 시작하...

    " 성숙 " 이란
  • 올해의 사자성어, 군주민수

    [i뉴스넷] 최윤주 발행인/편집국장  editor@inewsnet.net     올해의 사자성어   여민동락(與民同樂). 맹자의 사상은 이 단어 하나로 관통한다. 백성과 즐거움을 함께 한다는 뜻이다. 국가의 근본은 백성이고 국가는 그 다음이며 군주의 존재는 가볍다는 맹자의 왕도론...

    올해의 사자성어, 군주민수
  • 양철 검사와 목각 병정 file

    병신년 병신왕 이야기   뉴스로=강명구 칼럼니스트     옛날 옛날 동방의 어떤 나라에 나랏일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외모에만 관심이 있는 여왕이 살고 있었습니다. 여왕은 60이 훨씬 넘었어도 곱고 아름다웠습니다. 백성들이 그 비결이 궁금해서 물으면 마음을 곱게 ...

    양철 검사와 목각 병정
  • 러학자가 본 한국의 '촛불혁명' file

    대한민국 사회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인가?   뉴스로=나탈리야 김 모스크바 고등경제대 교수         박근혜 대통령의 권력남용(權力濫用)에 대한 불만으로 지난 2016년 10월부터 시작하여 연이어 일어난 시위들에 대해 대한민국 언론은 ‘촛불 혁명’이라 표현했다. 대한...

    러학자가 본 한국의 '촛불혁명'
  • 새해에도 재미있게 삽시다 ! file

    뉴스로=이계선 칼럼니스트     “‘새해에도 재미있게 삽시다‘ 한걸 보면 목사님은 지난해에 무척 재미있게 사신것 같습니다. 새해에도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지요?”   크리스마스카드의 반응이다. 성탄인사가 “새해에도 재미있게 삽시다” 였으니까.  ...

    새해에도 재미있게 삽시다 !
  • 반총장이 링컨동상 코를 만진 까닭 file

    링컨묘소에서 '보수주자 대권도전' 말없는 사자후   뉴스로=노창현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일리노이 스프링필드에 있는 링컨 동상의 코를 만졌습니다.   22일 유엔은 공식 웹사이트에 반 총장의 동정(動靜)을 담은 사진들을 올렸습니다. ...

    반총장이 링컨동상 코를 만진 까닭
  • 더 크게 외치는 “Merry Christmas” file

      더 크게 외치는 “Merry Christmas” [i뉴스넷] 최윤주_발행인 editor@inewsnet.net     영국에서 판매되는 성탄카드 100장 중 99장이 계절과 관련된 이미지라는 조사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아기예수 탄생과 직접적으로 연관있는 카드 디자인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

    더 크게 외치는 “Merry Christmas”
  • 행복은 나누면 배가 된다

    행복은 전화 한통이나 짧은 편지 등 소소함에서 나와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두 사람의 중환자가 병원에서 같은 병실에 입원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의 한 환자는 하루에 한시간씩 일어나 앉아서 폐에 고인 물을 빼내야 했습...

    행복은 나누면 배가 된다
  • 감동을 주는 한국 대통령을 볼 수 없을까? file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을 떠올리며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 그동안 주워 모은 도토리를 햇빛에 잘 말려 하나 하나 망치로 껍질을 까기 시작한 지도 벌써 며칠째이다. 도토리를 까면서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긴다. 어젯밤에 12월호 월간 잡지를 펼쳐 보니 ...

    감동을 주는 한국 대통령을 볼 수 없을까?
  •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정의로운 사회를 위하여...

    뭔가 거창한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소박한 바램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기본 원칙,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상식, 그런 것들만 제대로 지켜졌다면 과연 우리 사회가 이렇게 비상식과 편법, 부정부패가 ...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정의로운 사회를 위하여...
  • 대한민국 사이비 보수, 비정상의 정상화

    희대의 국정농단 주인공 최순실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 준비기일에서 “우리나라 역사를 통틀어 봐도 현직 최고 대통령을 범죄의 공동정범으로 재판에 넘기는 일은 없었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가 태극기와 촛불로 분열됐다...

    대한민국 사이비 보수, 비정상의 정상화
  • '문둥이 시인' 한하운의 슬픔

    [필화 70년: 10회] 전후 적색경보 속 언론·문인이 합작한 '간첩조작 1호' 시인   ▲ 한국전쟁 직후 우익 문인·언론인이 합작한 간첩조작의 첫 희생양이 된 '보리피리'의 한센병 시인 한하운.   (서울=코리아위클리) 임헌영 교수(문학평론가-민족문제연구소장) = 3년1개월...

    '문둥이 시인' 한하운의 슬픔
  • 국민들이 드디어 깨어나기 시작했다!

    [시류청론] 시민주권회의-전국청소년 혁명 발족… 촛불 지속하여 국민주권 확립해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헌법재판소의 요청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 측은 지난 12월16일 국회의 탄핵 소추 의결서에 기술된 박 대통령의 헌법 위반 등 탄핵 사유를 전면 ...

    국민들이 드디어 깨어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