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크게 외치는 “Merry Christmas”
[i뉴스넷] 최윤주_발행인 editor@inewsnet.net
영국에서 판매되는 성탄카드 100장 중 99장이 계절과 관련된 이미지라는 조사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아기예수 탄생과 직접적으로 연관있는 카드 디자인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대형마켓의 카드 매장에는 눈오는 겨울풍경, 산타, 눈사람, 루돌프, 텔레비전에 나오는 유명 캐릭터들로 도배가 된 카드가 즐비하다. 아기예수의 나심을 축하하는 카드는 없고 온통 농담과 유머 뿐이다.
크리스마스가 사라지고 있다.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크리스마스 세일’을 ‘홀리데이 세일’, ‘크리스마스 트리’를 ‘홀리데이 트리’로 바꾸어 광고를 내는 유통업체를 찾기란 식은 죽 먹기보다 쉽다.
지난 해에는 스타벅스 커피숍이 연말 한정판 종이컵에 성탄절을 상징하는 문구나 문양을 배제한 채 빨간색으로만 디자인 해 기독교계의 반발을 산 적도 있다.
오죽 했으면 대통령 선거에 나온 후보가 “내가 대통령이 되면 메리 크리스마스를 마음껏 외칠 수 있겠다”는 공약을 다 내걸을까.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 사이에는 “메리 크리스마스”(46%)와 “해피 할러데이즈”(47%)가 거의 반반으로 갈려 사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Happy Holiday’의 외침소리는 조금씩 커져가고 있는 느낌이다.
예수 탄생일에 ‘예수’라는 용어를 지워버리고 그 위에 ‘할러데이’를 도배하고자 하는 최근 몇 년간의 움직임을 보노라면 미국 내에 기독교가 주류와 다수를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역차별을 받는 상황이다.
미국은 신앙의 자유를 찾아 떠나온 사람들에 의해 건국된 나라다.
때문에 미국은 시작부터 기독교의 나라로 출발했고 기독교의 전통을 가지게 되었고 역사와 문화와 삶 속에 기독교의 정신이 담겨져 있는 나라다.
설령 건국초기의 신앙인들이 지금의 미국을 보며 개탄할지언정 미국 내에 뿌리박힌 기독교의 혼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기독교만은 강요한 건 아니다. 종교와 신앙의 자유는 미국 건국이념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했다.
때문에 미국만큼 다양한 종교를 수용하고 신앙의 자유가 철저하게 보호되고 있는 나라도 드물다.
심지어 이슬람 국가에서 이슬람교를 믿는 것보다, 기독교 국가인 미국에서 이슬람교를 믿는 게 더 자유롭다고 말하는 무슬림이 있을 정도다.
과유불급일까. 종교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기독교 국가 미국에서, ‘다른 종교인들이나 비 종교인들을 포용한다는 명분’ 아래, 기독교의 가장 큰 축제일인 성탄절의 성격이 왜곡되고 있다.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에서 ‘예수’라는 이름을 지워버리고자 하는 행위는 다른 종교를 포용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종교를 침해하는 행위다.
무슬림들이 라마단을 지키고 불교신자들이 석탄일을 축하할 때 이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는 것처럼, 똑같은 이유에서 기독교인들이 크리스마스를 축제로 즐기며 기념할 때 다른 이들도 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Merry Christmas를 밀어내고자 하는 Happy Holiday의 버둥거림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예전엔 기쁜 마음으로 외쳤던 “Merry Christmas”였는데, 어느덧 이 인사말에 오기가 얹혀진다.
그래서 여느 때보다 더 크게, 그리고 더 많이 “Merry Christmas~!”를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