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2일(금) 파라마타에서 총기를 발사, 경찰공무원을 사망케 한 파하드 칼힐 모함마드 자바르(Farhad Khalil Mohammad Jabar. 15). 사진은 자바르의 인스타그램에서 발췌한 것이다.
‘외로운 늑대’ 스타일의 자생적 테러, 당국도 감지 어려워
파라마타에서 총기를 발사, 한 경찰 공무원의 목숨을 앗아간 15살의 테러범 파하드 자바르(Farhad Khalil Mohammad Jabar)가 이전의 테러범 또는 테러 용의자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파라마타 총기공격 사건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금주 화요일(6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자바르의 공격 행위가 이전의 테러범 또는 테러 용의자들과 다른 점을 언급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표면적으로 드러난 10대 총격범 파하드 자바르는 15세 청소년답게 만화 ‘심슨 가족’(he Simpsons), 가수 리키 마틴(Ricky Martin), 미국 농구를 좋아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아울러 호주 정부기관이 소셜 미디어를 통한 청소년들의 급진화 경향에 대해 경고하는 상황에서 자바르가 이용한 온라인, 최소한 접속 가능한 소셜 미디어 상에는 그가 실제로 잔인한 테러 행위를 실천에 옮기거나 이를 암시하는 내용은 드러나 있지 않았다.
NSW 경찰청의 고위 정보원은 페어팩스 미디어(Fairfax Media)와의 인터뷰에서 자바르는 경찰 대테러 수사대의 수사망에 있었던 인물이 아니었을 뿐 아니라 지난 금요일(2일) 사건 발생 이전에도 그의 이름은 언급조차 된 바 없다고 말했다.
10살 나이의 사진이 게시되어 있는 그의 페이스북 계정은 지난 2010년 사진을 올려놓은 이후 거의 이용한 흔적이 없다. 또한 트위터 계정도 지난 2013년 사용이 마지막이었다.
경찰은 이란에서 출생한 이라크-쿠르드족 15세 소년이 어떤 동기를 갖고 총격 사건을 벌였는지 명확하게 단정할 수 없지만 “그는 분명 테러를 목적으로 그 장소에 갔고, 계획대로 모든 것을 잘 처리한 셈”이라고 말했다.
자바르의 이 같은 행동은 지난 2014년 9월, 멜번 지역의 한 경찰서에서 대테러 전담 경찰 2명을 공격하려다 경찰의 총에 맞아 사살된 빅토리아 주 10대 소년인 압둘 누만 하이더(Abdul Numan Haider)와 대조적이다.
당시 경찰에 사살된 10세 청소년은 대테러 전담 경찰로부터 조사를 받던 인물이었으며 그의 여권은 호주 정보국인 ASIO(Australian Security Intelligence Organisation)에 의해 취소된 상태였다.
하이더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ASIO와 연방경찰에 대한 욕설 메시지와 함께 아슬람 기(旗)를 든 채 위장 군복을 입고 있는 사진이 올려져 있었다.
아울러 “다른 데 신경 쓸 필요 없다. 이 사진과 함께 보내는 주요 메시지는 이슬람과 무슬림을 대상으로 전쟁을 벌이는 ASIO와 연방경찰의 개들이다”라는 글이 게시돼 있다.
지난 해 12월 마틴 플레이스에서 인질극를 벌이다 경찰에 사살된 만 하론 모리스(Man Haron Monis) 또한 그의 소셜 미디어 상에는 토니 애보트(Tony Abbott) 및 케빈 러드(Kevin Rudd) 전 수상을 대상으로 한 지리한 공격성 메시지가 담겨 있다. 모리스의 페이스북에는 (호주의) ‘대테러’에 대한 비난과 함께 자신을 호주의 탄압과 테러리즘에 대항하는 ‘팀 이슬람’으로 묘사하고 있다.
찰스 스터트 대학(Charles Sturt University)의 테러 전문가인 닉 오브라이언(Nick O'Brien) 교수는 “자바르는 자신의 테러 활동을 숨기기 위해 소셜 미디어를 멀리 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오브라이언 교수는 또한 자바르가 빠르게 급진화되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6-8년 전만 해도 젊은이들의 급진화 과정은 제법 긴 시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경향을 보였으나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ASIO의 던컨 르위스(Duncan Lewis) 국장도 이전에 10대 청소년들의 급진화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심지어 수 주 내 세뇌되기도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르위스 국장은 지난 5월, 호주 정보기관 입장에서 각 가정과 지역사회는 매우 중요한 정보처라고 강조했다. 청소년의 급진화 경향을 초기에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며, 개개인의 소셜 미디어 사용이 대개는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점도 그 배경이다.
루위스 국장은 “이슬람 극단주의에 물들어 가는 이들이 더욱 젊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우리(정보기관)가 체포한 이들은 20대 청년들이었지만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테로 용의자로 체포되거나 감시 대상에 오른 이들은 10대 후반으로 바뀌었다”는 그는 “이제 우리는 10대들의 급진화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지는 이들이 더욱 어려지고 있다는 얘기다.
청소년들의 급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오브라이언 교수뿐 아니라 르위스 국장도 같은 견해이다. 르위스 국장은 “정보 당국은 2-3개월 전부터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진전되는 청소년의 급진화 성향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르위스 국장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과격화가 보다 즉흥적이 되어가고 있으며, 이슬람 테러 그룹이 이들로 하여금 ‘외로운 늑대’(Lone Wolf) 스타일의 테러 행위를 부추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당국은 모든 잠재적 테러 행위를 감지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