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벽두 박근혜 궤변간담회 유감
뉴스로=소곤이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말이 씨가 된다더니 ‘병신년 병신년’ 했다가 된 통 당한 2016년이었다. 정신나간 여편네가 국정을 농단하도록 적극 도운 대통령도, 정치권의 부패한 부역(附逆)세력도, 한심무지렁이 언론도 병신이지만, 그걸 까맣게 몰랐던 국민들이야말로 상(上)병신이 되어버렸다.
그나마 이거라도 드러난게 어디냐며, ‘박박(朴朴) 부녀’의 실체를 알게 됐으니 그것도 다행이라며 어서 해가 바뀌어 국민을 배신한 무리들을 남김없이 청소하길 바랬지만 새해 첫날부터 분통 터지는 소식이 들어왔다. 청와대 기자들이 새해 첫날부터 국민들의 스트레스를 팍팍 쌓이게 한 것이다.
푸른기와집의 독신녀 대통령이 출입기자들을 불러서 저 하고 싶은 얘기만 일방적으로 늘어놓았다. 처음에 박근혜가 간담회 한다고 한줄 속보로 포탈에 떴을 때 살짝 불안했다. 아니나 다를까. 언론사에서 경쟁적으로 전하는 소식이란게 복장 터질 얘기뿐이었다.
박근혜가 부른다고 냉큼 달려가나 쌍심지가 돋았는데 더 한심한 것은 카메라와 노트북 휴대폰 일체를 금지했다는 것이다. 아니 이런 말도 안되는 dog조건을 기자들이 수용해? 한숨이 나왔다.
박근혜의 의도는 분명했다. 일방적으로 자신의 얘기를 언론을 통해 알리겠다는 것이다. 기자회견이나 간담회를 하면서 일체의 보도장비를 금지하는 것부터 말이 안된다. 박근혜가 ‘너희는 기자가 아니야’ 라고 한거나 진배없다. 애당초 받아들여선 안되는 것이었다.
게다가 간담회를 불과 15분전에 통보했다. 기자들이 대비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대통령이 보자는데 니들이 안오고 배겨? 라고 계산했을 것이다.
뻔히 보이는 수를 두는데도 일단 열일 제쳐두고 달려간 청와대 기자들. 생명과도 같은 보도수단을 포기한 것은 전장의 군인이 무장해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투항하듯 박근혜를 알현(謁見)했다.
간담회 직전 즉석회의라도 열어 적절성을 따지고 이것이 어떤 문제를 낳을 것인지 논의했어야 한다. 기자로서 취재를 원천봉쇄한 조건을 철회하지 않으면 간담회를 거부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어야 했다.
설사 의견이 통일되지 않아도 불순한 의도가 엿보이는 간담회는 개별적으로라도 취재거부를 선언했어야 한다. 기자로선 물먹는 짓이라고? 박근혜의 일방적인 주장을 중계해주는 것이야말로 해당 언론사와 국민들을 물먹이는 것이다. 속보이는 간담회를 거부했다면 국민들이 청와대가 얼마나 간교(奸巧)한 꼼수를 두려 했는지, 간담회에 참석한 멍청한 언론과 거부한 언론이 구분되는 결과도 낳았을 것이다.
일부에선 이같은 간담회 형식이 탄핵소추된 대통령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라고 아전인수(我田引水)로 해석하는데, 검찰수사와 특검을 회피하고 기자들을 불러대는 행태야말로 법치주의와 국민에 대한 명백한 도발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건국이래 초유의 국정대농단이 벌어진 상황이다. 그 몸통인 대통령을 만나는 것은 언론으로서 전쟁에 임하는 군인의 마음이 되어야 한다. 더욱이 박근혜는 자신에 반대하는 96%의 국민들을 종북촛불로 몰아부치는 부역세력에 둘러싸여 있다. 국민들을 적으로 돌리고 탄핵 심판을 코앞에 둔 헛껍데기 대통령이 부른다고 기자들이 얼씨구나 빈 몸으로 달려가는 모습은 혀를 차게 한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갔다고? 가련한 핑계다. 박근혜앞에서 두손 모은 채 부르는대로 받아 쓴(혹은 암기한) 기자들이 건진거라곤 문맥도 안맞는 변명만 장황하게 늘어놓아 '역시 말은 디지게 못하는구나'를 재확인했다는 것밖에 없다.
기자들이 몇 개 질문을 던졌지만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에, 앞뒤 안맞는 횡설수설(橫說竪說)에 묻혀버렸다. 논리적으로 요리할 능력이 없다면 배포있게 직설적인 돌직구라도 날려야 하는데 그런 기자가 없었다.
왜 박근혜에게 “특검에서 입장을 밝힌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냐?”고 묻지 않았는가. 왜 박근혜에게 “기자간담회가 아니라 특검에 가서 얘기를 해야 하는거 아니냐?”고 제기하지 않았는가.
국민 세금을 최순실 가족과 측근들 배불리는데 앞장선 우두머리에게 국민들 가슴속에 있는 사이다발언 한마디 하는 기자가 없었다니 통탄(痛歎)할 일이다. 어차피 궤변(詭辯)으로 부인할게 뻔한데 각론이 아니라 원론으로 정곡(正鵠)을 찔러야 했다.
간담회 후에라도 기자들은 구수회의(鳩首會議)를 했어야 한다. 왜 우리가 이렇게 부당하고 비논리적인 일방의 주장을 전해야 하는가하고 말이다. 스스로 약속한 특검조사도 무시한 탄핵소추 대통령의 횡포에 맞서 언론은 분연히 보도를 거부했어야 했다.
그러나 박근혜의 일방적인 주장은 새해 벽두(劈頭)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 전부를 ‘속시원하게’ 들려준 것이다. 청와대 기자들은 박근혜에 놀아났다. 이것만으로도 청와대의 간담회 목적은 120% 성공했다.
청와대 출입하면서 국정농단을 짐작조차 못했다면 기자 자격이 없는 것이고 알고도 모른체 했다면 사실상 부역을 한 셈이다. 본래 청와대 출입기자는 에이스 기자들이 맡았다. 정치인으로 변신하거나 권력의 이너서클에 들어가기 쉬운 출세의 지름길이었다. 신세대 에이스급들이 '옛날의 금잔디 동산에~'를 부를리는 만무한데 말이다.
일부에서는 박근혜가 이날 언급한 내용들이 특검과 헌재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자기 함정을 팠다고도 하지만 이는 순진한 분석이다. 아무려면 박근혜 변호사들이 앞뒤 재지 못하는 바보들이겠는가. 청와대가 제공한 간담회 대화록이 100% ‘날것’이라고 생각하나? 기자들의 불확실한 기억만 있을 뿐 어떠한 정밀한 가공(?)을 했는지 알 수 없을뿐더러 왜 그걸 청와대가 공개했는지 상식적인 추정(推定)을 해야 한다. 저들은 분명히 득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근혜의 발언을 공개하는 것이 여전히 맹종하는 추종(追從)세력들은 물론, 뭐가 뭔지 헷갈리는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계산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금 덴마크에서 구금된 정유라도 한국언론을 이용하고 있다. 정유라는 체포 직후 아들을 돌 볼 수 있도록 불구속 수사를 보장해주면 당장이라도 귀국하겠다는 말이 전해졌다. 이것을 일부 언론은 정유라가 실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정유라가 비공식적으로 특검과 접촉해 협의했어야 하는데 언론에 대놓고 했기 때문에 특검이 하고싶어도 못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진 MBN 캡처>
안됐지만 그건 착각(錯覺)이다. 정유라는 실언한게 아니라 대단히 노련한 수를 한국언론에게 떡밥으로 띄운 것이다. 왜냐구? 정유라는 처음부터 한국에 돌아갈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검의 타협이 들어올 여지를 원천봉쇄한 신의 한 수였다. 박근혜가 기자들을 부르면서 노트북 카메라 금지시켰듯이 말이다.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다고 읍소하며 모성으로 국민들의 정서를 자극하는 효과도 보았다. 당장 박사모에서 정유라와 두 살 아들에 대한 동정여론을 부추기고 있다. 정유라는 애당초 자진입국의사가 없었음에도 “모자간의 천륜도 무시하는 비인간적인 특검 때문에 귀국을 못한다”고 책임을 전가(轉嫁)하는 것이다.
국정농단이 표면화된 이후 최순실과 정유라 모녀는 장기간 유럽에 체류하며 가능한 모든 대비를 했다. 지금 정유라를 보호하는 자들과 변호인단이 정교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미 빼돌린 비밀자금이 막대하다는 뜻이다. 이들은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짰을 것이고 체포시 대처요령, 언론에 흘려야 하는 말들을 단계적으로 숙지(熟知)시켰을 것이다. 최고의 변호사들이 공짜로 돈을 먹나? 왜 정유라가 불구속수사를 조건으로 가겠다고 떠들었는지, 왜 기자들 모아놓고 묻지도 않은 말들을 줄줄 늘어놨는지, 똥인지 된장인지 맛을 봐야 아나?
언론은 최순실-정유라를 둘러싼 거대한 범죄 세력을 너무 만만히 보고 있다. 촛불에 공감하는 전체 국민들에 비하면 한줌도 안되는 규모이지만 태극기를 들고나와 박근혜를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박사모와 수꼴집단도 분명 존재하고 있다. ‘가’짜를 두 눈 멀쩡하게 뜨고도 ‘나’짜로 읽는 자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청와대의 기습적인 간담회는 특검과 헌재와 전쟁을 하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다. 촛불은 바람불면 꺼진다는 김진태의 말은 멍청한 언론을 이용해 여론을 얼마든지 호도(胡桃)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發露)다. 박근혜게이트를 제대로 파헤칠 의지가 있다면 박근혜세력의 일방적인 주장을 중계해선 안된다. 소곤이 가라사대, 국민들의 피로감만 가중시키는 부역자들의 모든 헛소리를 무시하라. 그럴 시간에 계속 묻혀지고 있는 의미있는 뉴스를 보도하라.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소곤이의 세상뒷담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