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전망] 트럼프의 '6% 성장 공약' 달성 가능성 희박
(페어팩스=코리아위클리) 박영철(전 원광대 교수) = 이제 미국 경제의 전망을 짚어보자.
억세게 운 좋은 트럼프: 지난 2016년은 미 대통령 당선인인 도널드 트럼프에게 억세게 운 좋은 해였다. 다음 4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2015년 12월에 있은 미 여론조사에서 45대 대통령에 당선될 확률의 2% 미만이라던 트럼프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에게 국민 투표에서 지고도 대통령이 되었다.
둘째, 선거일(11월 8일) 아침까지도 미 언론의 절대다수가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 증시가 15% 정도 대폭락할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선거일부터 오늘 현재까지(12월 29일) 미 증권가의 3대 지수가 평균 9%~10% 정도 상승하여 역대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
▲ 필자 박영철 전 원광대 교수 |
넷째, 공화당이 백악관과 상원, 하원을 장악하고 대통령 임기 4년 동안에 5명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는 '절대 권력(Absolute Power)'을 가진 예는 1950년대의 아이젠하워 대통령 행정부 이후 60여년 만이라 한다. 절대권력은 자칫 '절대부패'를 불러오기 때문에 미국 정치의 강점인 3권 분립의 '균형과 견제' 정치 제도가 효율적으로 작동할지가 최대 관심사이다.
이제 트럼프가 인계인수한 미 경제 상황을 잠깐 짚어보자.
<워싱턴 포스트>의 경제 칼럼니스트 캐서린 램펠은 '트럼프씨, 현 경제 호황을 즐기십시오'라는 글에서 트럼프가 인수하는 경제 상황이 얼마나 호황인지를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우선 현재 정부 발표 실업률이 4.6%인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8월 이후 최저수치이다. 그리고 실질 실업률인 U-6 지표도 거의 금융위기 직전의 수치에 근접하고 있다. 둘째, 중위 주급 실질 임금도 지난 3분기에 큰 폭으로 상승했다. 셋째, 미국의 수치인 빈곤율도 최근에 소폭이지만 하락했다. 소비자 신뢰지수가 최근에 크게 높아졌다. 끝으로 증시가 연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렘펠은 기사의 끝머리에서 이렇게 경고한다. 첫째, 이 같은 '보통 수준'의 미국 경제 회복은 결코 트럼프 경제 정책 덕분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는 지난 7~8년에 걸친 미 연준의 지속적인 저금리 정책인 양적 완화와 오바마 행정부의 경기 부양책 결과이기 때문이다. 둘째, 증권시장의 호황은 소위 '실물 경제와의 괴리' 현상에 의한 거품일 수 있다. 아직은 실물 경제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3대 지수를 뒷받침한다는 실증이 없는 상태이다.
2017 GDP 성장 전망: 트럼프 본인과 행정부가 2017년과 그 이후의 미국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참고로 한국 대통령 후보들은 대선 기간 중 중대한 경제 공약을 간단한 수치로 요약하여 국민의 지지를 호소한다. 지난 이명박 정권(2008~2012)은 애당초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747'공약(성장률 7%,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을 발표하고, 박근혜 정권(2013~2017)도 이명박 공약과 '짝퉁'이란 비난을 듣는 474 공약(성장률 4%, 고용률 70%, 4만 달러 시대)을 약속했다. 물론 이 같은 엉터리 공약(公約)은 완전한 공약(空約)이 되었다.
그런데 2016년 대선 기간 중 트럼프가 공표한 경제 공약이 마치 위에 언급한 이명박과 박근혜의 공약처럼 '빈말(Empty Word)'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다.
우선 트럼프가 대선 기간 중 주창한 미 GDP 성장률 공약을 보자. 이 공약은 시간에 따라 다음과 같이 변하고 있다.
1.2015년 9월: 2017년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등록하면서 GDP 성장률에 대해 이렇게 선언했다. "제 임기 기간 중 평균 GDP 성장률은 현재 오바마 정부의 1%대가 아니라 6%를 이룩하겠다"
2.2016년 9월: 다수의 경제 학자가 연 6%대의 성장률에 대한 회의를 표시하자, 트럼프는 유세 중 3%~4%대로 하락 조정하였다.
3.2016년 10월: 힐러리 클린턴과의 마지막 TV 토론에서 트럼프는 다시 연 6% 성장률을 제시하면서 '미국을 다시 강대국으로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했다.
4.2016년 12월: 트럼프 행정부의 재무장관 지명자인 먼친(Munchin)은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성장률 주장을 대폭 하락 조정하면서 "연 3% 성장률이 지속적이고 가능하다고 본다'고 발언했다.
트럼프의 경제 공약 핵심: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트럼프의 GDP 성장률 예측은 글자 그대로 방향을 잡을 수 없는 럭비공과 같다. 장래의 미국 경제가 연 4%를 공약하고 실제로는 겨우 2.3%를 기록한 한국의 박근혜 정권과 같이 추락할 것 같아 큰 걱정이 된다.
그러면 미 경제학자들의 의견은 어떤가? 진보진영과 보수 진영을 통틀어, 다수의 미 경제 학자는 연 6%의 GDP 성장률은 절대 불가능하고 3% 수준도 달성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데 의견이 일치한다. 물론 소수의 트럼프 진영의 골수 정치인과 경제 전문가들은 파격적인 성장 위주의 부양책을 동원하면 연평균 3~3.5% 성장률은 달성할 수 있다면서 이는 오바마 행정부의 연평균 2.5%보다 1%포인트 높은 훌륭한 성과라고 주장한다.
이들 주장의 근거는 대선 유세 중 트럼프가 발표한 3대 경제 공약에 기초한다. 1) 대대적인 사회 간접자본 투자: 2) 케인즈가 주장한 기업인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을 자극할 수 있는 투자 촉진 중심의 조세 감면: 3) 미국의 고용과 수출 창출을 목표로 하는 보호무역 정책 등이다.
진짜 문제는 트윗과 럭비공: 트럼프의 경제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파적 견해가 압도적으로 높다. 공화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 덕분에 미국의 경제 위상이 다시 높아진다고 보는가 하면 민주당은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럭비공 같은 경제 정책은 자칫 글로벌 경기 침체와 금융 위기를 촉발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문제의 본질은 경제 정책의 내용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막무가내식 통치 스타일에 있다고 보는 정치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이 트럼프 개인과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첫째, '트윗 대통령'이란 별명을 즐기는 트럼프는 '예측이 불가능하고. 충동적이고, 자아 망상적인 트윗 정치'를 이른 시일 안에 멈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습할 수 없는 돌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 둘째, 미 정치 제도의 강점인 균형과 견제 자동 장치가 작동할 수 있도록 트럼프와 미 의회 간의 상호 견제가 필수적인 조건이다. 셋째, 혹시라도 발생할 '이해 상충(Conflict of Interests)을 처음부터 뿌리 뽑기 위해 트럼프 자신과 가족이 운영하는 비즈니스와 정치를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 넷째, 미국의 수치인 악화 일로에 있는 소득 양극화 문제에 대한 진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위험, 고소득'? 트럼프는 위와 같은 정치 전문가들의 요구에 어느 정도 귀를 기울일까? 현재로는 아무도 이에 답할 수 없다. 트럼프는 '럭비공'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증권가에서 유행하는 '고위험, 고소득' 매매 기술을 믿는 것 같다. 그러나 주식 매매에서는 '고위험, 고손실'(High Risk, High Loss) 도 자주 발생한다는 평범한 진리도 잊어서는 안 된다.
(필자 소개 : 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는 벨기에 루뱅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경제 분석가로 15년(1974~1988년)간 근무했다. 이후 원광대학교 경제학부 국제경제학 교수를 역임했다. 2010년 은퇴 후 미국 페어팩스(Farefax)에 거주하며 개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