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성들을 모욕한 그녀
뉴스로=앤드류 임 칼럼니스트 andrewhjlim@gmail.com
30여년 전 내 누이는 모 외국계 기업에 취직해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부장까지 승진한 적이 있다. 결혼을 해서도 한동안 그 기업에서 간부로 일했다. 영어가 매우 뛰어났고 영특했다. 그래서 아무리 외국계 기업이라지만 경영진은 한국인들이었던 기업에서 급속 승진 후, 30대 초반에 그것도 여자가 부장이 된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라고 아버지께 들은 적이 있다.
그런 누이에게서 당시 의외의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솔직히 나라도 남자 직원 쓰고 싶다’는 말이었다. 오해 마시길. 관리자 입장에서도 남자가 여자보다 편리하다는 뜻이었고 그래서 자신이 승진하고 회사 내에서 인정받는 과정이 그만큼 어려웠다는 취지로 한 말이니까. 여러가지 이유로 부리기에 편리한 남자들만큼 관리자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몇 배 되는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하는 현실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본다.
작금의 사태가 여성의 능력이나 리더십에 대한 회의론(懷疑論)으로 이어지면 안된다고 본다. 기실 여성의 업무 능력이나 리더십에 있어서는 남자보다 우수한 면들이 많다. 단계별로 그냥 지나치지 않는 꼼꼼함이나 집중력, 끈질김, 유연한 사고 같은 실제적인 장점도 있지만, 관리자로서의 중요한 덕목인 '공감'의 부분이 남자보다 뛰어나다. 정서적으로 부하들을 이해하고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에 접근하는데 남자들보다 뛰어나다고 여겨진다.
물론 통계적으로 충분한 데이터를 두고 하는 얘기는 아니다. 내가 아는 상당수의 여성 관리자들을 통해 공통적으로 느낀 점일 뿐이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한 것은 지금 직무정지 중인 대한민국의 여자 수장(首長)은 이런 여성의 장점들 중 단 한 가지도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 여자가 '대한민국 여성'을 대표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
엄청난 국가적 참사가 빚어지는 동안에도 머리를 손질하고, TV를 시청했으며 미용 관리에 많은 시간을 썼다는 등등의 드러난 사실만 놓고도 가뜩이나 사회적으로 불리한 여성들에게 엄청난 타격을 입힌 것만은 분명하다. 대국민 담화 발표하며 여자라는 사실을 부각시키고 눈물을 보이고, 요즘말로, '약한 모습' 보이며 동정을 구하는 모양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이걸 보며 열심히 남자들과 어깨 부딪치며 치열하게 사는 대한민국의 여성들은 얼마나 좌절(挫折)과 모욕(侮辱)을 느꼈겠는가.
지금 대한민국의 직무 정지 중인 대통령이 우리 사회에 미친 치명적인 피해 중 하나라고 본다. 아직 이런 무형의 그러나 회복이 불가능해 보이는 피해는 부각(浮刻)되지 않고 있을 뿐이다.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앤드류임의 뒷골목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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