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공양한 정원스님을 위한 추모시
by 송경동시인
다시는 추모시를 읽으며 무너지고 싶지 않아.
다시는 짓밟히고 끌려가는 이들을 보고 싶지 않아.
다시는 저- 고공 농성장 아래에서 피눈물 흘리고 싶지 않아.
박근혜라는, 권력이라는, 재벌이라는, 특권과 비리와 야합과 부당함과 불공정함과 불평등이 없는 세상을 위해,
얼굴과 당의 이름만 바뀌는 정권교체가 아니라 새로운 세상의 기준과 윤리를 세우고 싶어 이 광장에 나왔다.
우리 모두가 그러지 않았느냐고 정원스님이 묻고 있다.
야망과 폭력의 근대화, 이제 그만 결별하기 위해 나왔다.
친일, 친미, 저- 제국주의 폭력의 잔재, 분단의 녹슨 철조망을 걷어내기 위해,
구시대의 정치세력들과 안녕하기 위해,
피눈물의 5.18을 넘어서기 위해,
미완의 87년 체제를 이제 그만 훌쩍 뛰어넘기 위해 우리 모두와 함께 나왔다.
박근혜만 바꾸자고 나온게 아니라 그렇게 세상 전체를 바꾸자고 나온게 아니냐고 정원스님 지금 우리에게 간절히 묻고 있다.
이미 세상이 아니었다. 1만 명에 이르는 문화예술인들의 블랙리스트,
1,100만 비정규직 시대,
정리해고 천국,
F세대들의 헬조선,
흙수저들의 비참한 사회,
개, 돼지들의 나라,
수많은 민중들이 알아서 생을 반납해야하는 자살 공화국,
일할수록 가난해 지고 평생을 일해도 집하나 가질 수 없는 부동산 투기공화국,
재벌일가족과 거기 빌붙은 소수들만 천국인 사회,
이런 세상을 만들라고 우리가 언제 정치인들에게, 국회에, 정부에, 검찰에, 법원에, 헌법재판소에 우리 모두의 권리인 주권을 위임했는가.
아니지 않느냐고 정원스님이 그런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
박근헤와 황교안과 공범 부역자들이 즉각 구속되어야 한다.
박근혜표 불공정, 불평등, 전면 폐기되고 새로운 사회를 위한 입법들이 즉각 통과되어야 한다. 모든 공작정치, 공안탄압, 진실규명, 국정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선출되지 않은 독점권력, 영원히 세습되는 재벌들이 해체되고 구속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이 광장이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고,
이 촛불이 꺼지지 않아야 한다고,
주권자들의 행복이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정원스님이 오늘, 지금 우리에게 약속해 달라고 한다.
오늘 만큼은 스님께 이제 남은 일은 우리에게 다 맡기시고 저 하늘로 잘 돌아가시라고 우리 모두가 함께 한목소리로 대답해 드려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 모두의 사랑과 염원을 담아,
천만 촛불의 결의를 모아 정원 스님께 대답해 드리자.
걱정 마십시오. 스님.
고맙습니다. 스님.
사랑합니다. 스님.
잊지 않겠습니다. 스님.
진실이 이깁니다.
촛불이 이깁니다.
광장이 이깁니다.
우리가 주인입니다.
민주주의가 이깁니다.
* 송경동시인(50)은 전남 보성군 벌교읍에서 태어났다. 2001년 ‘내일을 여는 작가’와 ‘실천문학’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구로노동자문학회에서 활동했고 용산참사 때 구속된 철거민들의 억울한 사정을 호소했다. 희망버스를 기획한 혐의로 진보신당 비정규노동실장 정진우와 2011년 11월 15일 대한민국 행정부에 구속 수감되었다. ‘거리의 시인’으로 불리는 시인은 지난해 12월 제15회 ‘아름다운 작가상’을 수상했다. 2010년 제12회 천상병 시문학상 2011년 제6회 김진균상 2011년 시집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으로 제29회 신동엽창작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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