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부정축재위해 재벌 키워
뉴스로=김태환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특검이 16일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에게 뇌물 공여등의 혐의로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같은 사실을 발표하면서, 특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함에 있어 국가 경제 등에 미치는 상황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미국 온지 43년만에 고국에서 들려온 듣던중 제일 반가운 소식이다. 이 발언대를 마련해주시는 문병길 동문님이 한국의 ‘럭키’ 그룹과 ‘대우’ 그룹에서 ‘머슴살이’에 대한 역겨움에 대해 ‘한국의 재벌’이란 제목의 기고문을 약 2년 전에 올렸다. 그 글에서 그는 주로 재벌 회사는 규모가 아무리 크다해도 족벌 경영이어서, 미국에서처럼 전문 경영인 체제가 없었음을 아쉬워했다.
저는 오늘날 한국에서 어떻게 재벌 구조가 자리잡고 이제는 공룡같은 규모로 커져서 한국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대한 적폐(積弊)를 쌓아와서 이제는 그 구조를 해체시켜야되는지에 대해서 간단히 적으려하며 많은 동문님들께서 직접 보고, 듣고, 느끼신 한국 재벌의 폐해(弊害)에 대해서 댓글을 달아 주시기 바란다.
해방 당시 민족 자본이 별로 없어서 재벌이라고 할 규모의 사업체/자가 없었고 오직 일제시대 이 땅에 들어와 우리 선조들의 피와 땀을 등쳐먹던 왜놈들이 급히 도망가면서 남겨둔 각종 자산을 미 군정과 이승만의 무리에게 뇌물을 주고 ‘적산 불하 (敵産拂下)’라는 명목으로 갖다 바친 뇌물의 수십배 내지 수 백배의 일확천금(一攫千金) 수준의 자산을 취득했으나, 그 역시 새발의 피 정도였고 본격적으로 재벌이 정착하게 된 것은 박정희 군사 정권이 들어서고 부터이다.
박 정권은 무엇인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 각종 사업(Projects)을 벌여야 하는데, 자금이 필요했고 (경제 개발 자금), 무엇보다, 민주 정치를 하려면 (적어도 겉으로 보이기에) 정당을 만들고 정치자금을 뿌려야 하는데도 생각보다 많은 돈 (정치 자금)이 필요했다. 그래서 군정시에 증권 파동이 일어나고, 심지어 소위 간첩(?)으로 불린 황태성이 이북에서 가져온 $200,000를 공화당 창당 자금으로 사용하였다는 설이 파다했다.
그러고도 필요한 돈을 소위 쿠데타 초기에 부정축재(不正蓄財)로 감금했던 인사들을 풀어 주는 댓가로 국책 사업을 한가지씩 맡아서 하게 하면서 그들로 부터 돈을 받아냈다. (강요에 의하든 또는 자원이든 간에). 여기서 정경유착(政經癒着)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여기서 눈여겨볼 사안은 당시 대만에 있던 자유중국 정부(현재 타이완) 나 대한 민국이나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다 같이 일제의 일부였고, 해방 (1945년) 이후에 거의 같은 시기에 시작했는데, 타이완에는 한국식 재벌이 없고 중소기업이 많이 발달하여 창의성 있는 기업들이 매우 번창하여 빈부 차이가 별로 없는 반면, 유독 한국만 재벌이 이제 3,4 세대에 이르고 있다. 그 까닭이 무엇일까?
지금 우리 눈앞에 까발려지는 박근혜/최순실 농단 사태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박근혜와 최순실이 누구에게 손을 벌렸을까?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 (재벌)들에 수금했다. 중소기업만 있었다면 손 벌리고 수금/모금하기가 수월하지 않고, 비밀 유지가 어려워진다. 답은 간단하다. 그래서 박근혜보다 훨씬 머리가 우수했던 박정희의 통치 자금 수금 방법으로 대기업 (재벌)에게 업종과 차관 도입을 알선해주는 댓가로 짭잘히 수금을 했다.
박정희는 약아서 (칠푼이 박근혜와는 달리) 자신이 직접 수금에 나서지 않고, 김성곤(공화당 재정 위원장) 등을 활용하였고, 때로는 이후락 비서실장도 나서서 모금했으며, 그가 치부한다는 비난이 일자 "떡을 주무르다 보면 고물이 묻는다"는 유명한 일화를 남겨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기도 했다. 그 떡고물 덕택에 이후락의 딸과 사위가 미국 와서도 죽은듯이 지내다 최근에 뉴욕 지역에서 화제를 뿌리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그렇게 시작된 재벌이 그동안 정권은 수 없이 바뀌었지만, 3대, 4대까지 이어 가고 그들이 한국의 경제를 거의 독식(獨食)하고 심지어 골목 상권까지 침해해서 영세업자들이 숨쉴 틈까지 박탈(剝奪)한다고 한다. 재벌이 자신이 맡은 전문성 있고 거대 자본이 필요한 본분만을 잘 운영해 나간다면 누가 무슨 소리를 하랴만, 그들의 치부 과정을 보면 그대로 두고만 볼 수 없다.
많은 분들이 잘 아시다시피, 그들은 온갖 부정부패한 짓을 다 자행했는데, 공통점은 밀수, 탈세, 외화도피, 불법행위 등이 있다. 대기업 (재벌) 치고 위에 든 예에서 자유로운 곳이 있으면 손 추켜 들고 나오기 바란다.
(말하고 싶지 않지만, 대기업에서 근무한 분들은 자신이 알게 모르게 재벌가의 온갖 부정행위의 공범자들이었고,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 지나간 불법 사례를 발표해서 털고 나가시기를 권고한다.)
신문에도 나오는 부정/불법 행위로 유명한 것이 ‘삼성 사카린 밀수’ 사건이다. 이것이 발표되자, 설탕을 제조하는 제일제당 (현재 CJ의 모체)을 거느린 삼성계 한국비료에서 어떻게 사카린을 밀수 할 수 있겠느냐고 옹호하는 논리를 펴는 인사들이 나왔다. 마치 박근혜/ 최순실 농단을 “박 근혜 대통령이 나는 한 푼도 사욕을 채운 적이 없다”는 말을 그대로 믿는 골빈당 양반들처럼.
원래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비료 공장 건설을 맡아 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병철은 마지못해 응락했으나, 비료 공장에 사용할 기자재는 차관으로 들여오니까 문제가 없지만 건설에 사용할 국내 자재와 건설 비용 등 소위 ‘내자(內資)’를 감당할 방도가 없던 차에 국내에서 인기 있는 품목 (양변기, 자동문 등)을 공장 건설에 필요한 자재로 숨겨 들어와 암시장에 팔아서 내자 동원하려고 했다고 이병철씨의 장남 이맹희 (이건희 회장 큰 형)이 회고록에 자세히 설명하였다.
삼성에 근무했던 한 후배에 의하면, 자신이 일했던 서울 인근 공장에서 나오는 극독물(劇毒物)인 폐유를 모았다가 비가 올 때 몰래 내려보냈다고 한다. 이것은 소위 말해서 약과에 불구하고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고 만약 들통이 난다고 해도, 권력을 돈으로 매수해서 매끈하게 넘겨 왔다. 어디 그 정도이랴. 말을 꺼내기도 창피한 ‘차떼기’ 사건 등등 얼마든지 더 있다.
재벌 (좋게 불러서 대기업) 총수나 일가가 갑질을 하는 가장 꼴보기 싫은 점은 그들의 소유 지분이 얼마 되지도 않는데도 재벌 우호적인 현행 상법 덕으로 모든 관련 기업들에 마치 왕인양 거드름을 부린다는 점이다.
이러한 대기업의 부정부패 부조리를 없애려면 "경제 민주화 전도사 김종인 의원"의 방식을 따라하면 손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상법만 개정하면 간단히 해결 된다고 한다. 현재 한국의 국회는 개혁파 인사가 많기 때문에 어느 분이 대통령이 되든지 개혁의지를 보여서 개헌에 앞서 상법 개정으로 재벌의 지배 구조를 바꿔서 지금까지 내려온 적폐를 청산해야 될 것이다.
글=김태환 하버드남가주한인동창회장
* 이 칼럼은 서울대 문리대 동문회보에 올린 글입니다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김태환의 한국현대사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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