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은 ‘뿌리를 옮기는 것’을 뜻한다. 나무와 꽃 같은 식물도 화분을 옮기면 몸살을 앓는데 하물며 사람이 겪는 갈등은 더 클 것이다. 그래서 이민자들은 먼 고국 친척보다 가까운 곳에 있는 이웃을 더 친근하게 느낀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좋아하는 음식이 같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강력한 친화력을 발휘한다. 82개 언어를 사용하는 “모자이크 사회’인 밴쿠버에서 각 민족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한 이유다. 한인 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7월에 41대 밴쿠버 한인회가 출범했다.현실은 녹록치 않다. 전임 집행부와의 갈등, 그리고 한인회에 대한 불신 등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이정주 신임 회장(사진)을 지난 10일(수) JTV 스튜디오에서 만났다.<편집자 주>
Q>회장 취임을 축하한다. 최초로 인수위원회를 가동하면서 기자간담회 및 대 교민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인회 회장 재임 기간 동안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할 사업에 대해 설명해 주기 바란다.
A> 한인 동포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한인회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전임 집행부에서도 많은 노력을 했지만 이번 회장단에서는 새 한인회관 마련에 집중할 계획이다. 로히드 역 근처가 재개발될 예정이다. 사양길에 접어든 로히드 몰 리노베이션 공사다.취임 이후 데릭 코리건(Derrick Corrigan) 버나비 시장을 만나 그곳에 한인 회관이 들어설 공간을 마련하는 것을 논의했다. 코리건 시장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것을 약속했다. 한인회가 중점을 둘 또 다른 것은 2세들에게 한민족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하는 것이다. 평화의 사도비가 위치한 센트럴 파크에 기림비를 세우는 것도 현재 논의중이다. 무엇보다도 한민족 정체성을 위한 교육 기회를 많이 만들 생각이다. 그리고 현재 한인회에 없는 채러티 번호를 다시 받는 것도 준비하고 있다. 변호사 자문을 받은 결과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쉽지 않겠지만 서류를 준비해 다시 받겠다. 이번에 버나비 코리아 플라자에 한인회 분소를 마련했다.더 많은 동포들과 만나 애기를 듣기 위해서다. 또 각 이민 지원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한인 분들과 협의해 이곳에 상시적으로 상담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 모든 것들을 하나 하나 구체적으로 실천하도록 하겠다. 동포 신뢰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인회 집행부 회의록 및 운영 일지, 그리고 회계 장부 등 모든 것을 공개하고 있다. 매 분기별로 예산 집행 현황을 광고를 통해 알리도록 하겠다.
Q> 밴쿠버 한인회는 교민 사회 화합과 더불어 이곳 지역에도 뿌리내려야 하는 과제가 있다. 그러자 정작 이곳 지역사회에서 한인 커뮤니티 활동과 목소리를 보거나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밴쿠버 지역사회에 뿌리 내리는 한인회가 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사업계획을 갖고 있는가
A> 동포 사회 화합 못지 않게 타 민족과의 교류도 중요한 사업이다. 그것을 위해서 현재 타 민족 커뮤니티 대표단과 긴밀한 협의를 하고 있다. 스포츠와 문화를 통한 교류가 가장 효과가 크다. 예를 들어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축구팀을 만들어 타 민족 팀들과 교류 시합을 한다면 서로 이해 증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리그전을 하고 있는 한인축구협회 집행부와도 협의하고 있다. 가칭 ‘밴쿠버 글로벌 컵’대회를 열어 각 민족이 참여하는 대회를 개최하는 것을 중장기 계획으로 잡고 준비중이다. 그리고 기부 문화 확산을 통해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한인 사회 이미지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Q> 예민한 질문일 수 있다. 인수 위원회 중간 보고에 의하면 전임 이용훈 한인회장으로부터 받은 재무 및 서류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현 집행부 생각을 듣고 싶다. 그리고 이사회 구성이 늦어지는 이유는 무엇인지도 언급해주기 바란다.
A> 7월 초에 3일 동안 전임 집행부로부터 업무인수를 한 결과, 조건부 인수를 했다. 그 이후 인수위원회를 구성, 서류와 은행 장부를 면밀하게 검토한 결과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 고민 중이다. 이용훈 전임 회장이 지난 7월 6일에 여행을 떠나 얼마 전에 돌아왔다. 1차 모임을 열어 서로간에 이견이 있는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그리고 소명할 자료를 12일(금)까지 요청했다. 오늘 2차 모임이 예정되어 있다. 소명을 듣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일부에서는 법적 소송까지 가자는 애기가 거론되고 있으나, 과연 그 방법이 옳을 지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다. 대응 방안이 무엇이 되든 동포 사회에 숨김없이 밝히고 해결책을 만들겠다. 이사회는 25명의 이사를 선임한 상태다. 이 분들이 법적인 이사가 되기 위해서는 임시 총회를 개최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전임 집행부로부터 인수인계가 늦어지면서 임시 총회 개최가 늦어지고 있다. 가능한 빠른 시간내에 임시총회를 개최해 이사 승인을 받도록 하겠다.다소 시일이 지체되고 있지만 조금만 더 현 집행부를 믿어 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Q> 교민 참여 없는 한인회는 사상누각과 같다. 한인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교민 관심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이유다. 교민 참여를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인회 위상을 세우고 신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을 이루기 위한 방안, 그리고 동포 사회에 부탁 드리고 싶은 것도 함께 말해주기 바란다.
A> 한인회는 동포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단체다. 이것을 한시도 잊지 않고 있다. 주인 의식을 갖고 참여하는 한인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인회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졌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역으로 더 내려 갈 곳도 없다는 것을 뜻한다. ‘사심없이 일하는 모습’을 동포 사회에 보여준다면 밴쿠버 한인회는 꼭 다시 일어 서리라고 믿는다. 우리들의 저력을 믿기 때문이다. ‘매일 안에서 싸우는 한인회’가 아닌 ‘동포들을 위해 일하는 한인회’가 되겠다. 동포 분들도 많은 관심을 갖고 애정어린 비판을 부탁드린다.
이정주 회장은 1971년에 독일로 기술이민을 떠난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3년 후 1974년에 토론토로 왔고 16년을 앨버타 북부 지역에서 기술자로 살았다. 이곳 밴쿠버에 온지도 20년이 되었다. 밴쿠버 이북5도민회를 만든 장본인이다. 이 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동포들의 믿음을 다시 받는 한인회’를 꼭 만들겠다고 다짐하며 눈물을 보였다. 그의 눈물이 밴쿠버 한인회를 다시 세우는 밀알이 되기를 바란다. <천세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