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우선주의’ 세계선포문
뉴스로=소곤이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트럼프 지지자들에겐 복음(福音)의 소리였을까. 그러나 나머지 사람들에겐 두려움으로 미국의 미래를 바라보게 한 시간은 아니었을까. 무표정으로 트럼프의 연설을 지켜봤던 오바마에겐 자신의 8년 레거시가 산산조각나는 고문의 쇳소리였을 것이다.
20일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등극한 트럼프의 취임연설은 노골적인 ‘미국 우선주의’의 선포문이었다. 세계 최강의 국가가 그동안 제 대접을 못받았다며, 이제 손해보는 일은 없을거라고 강짜를 부리는 모습에서 미국 대통령이 아니라 조폭 두목이 떠올랐다면 과민한걸까.
그의 연설을 뜯어보자.
“그동안 너무나도 오랜 기간 동안 소수의 기득권 정치인들이 모든 특권을 독점했습니다. 부의 혜택을 전혀 보지 못하고 정치인들만 이득을 보고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공장이 문을 닫았습니다. 기득권 정치인들은 자신의 기득권만 지키고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데는 무관심했습니다. 정치인들의 승리였지, 여러분의 승리가 아니었습니다. 이 순간부터 그러한 불평과 부조리가 이제 바뀔 겁니다. 2017년 1월 20일, 오늘이야말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날로 시민이 정부 위에 군림하는, 시민이 주권을 되찾는 날로 영원히 기록될 것입니다.”
그대가 말하는 소수의 기득권 정치인들은 누구인가. 옆에 있는 부통령을 비롯하여 대선에서 승리할 때까지 그대를 돕고 지지한 모든 정치인들은 외계에서 온 에일리언인가. 그대 옆에 있는 자들말고 누가 기득권 정치인인가. 박근혜를 뛰어넘는 유체이탈화법의 절정고수가 미국에 강림(降臨)한 것을 경하드린다.
“수많은 시민들은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습니다. 상당수 어머니와 우리 아이들이 도심에서 어려운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공장이 녹슬고 기계가 방치되어 있습니다. 미국 전역에서 수많은 공장들이 멈춰섰습니다. 지난 수십년간 외국 기업들만 배를 불리고 미국 기업들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긴긴 밤 악몽이라도 꾼 모양이다. 다이아몬드 포크를 물고 태어나 평생을 호의호식(好衣好食)하고, 미녀들과 부벼대며 초호화 펜트하우스 쥔장이 어데서 도시빈민의 환영을 보았단말인가. 녹슨 기계와 멈춰선 공장은 미국이 아니라 제3세계에 널려 있다. 미국의 이익 때문에 수많은 나라 사람들이 배곯고 있단 말이지.
“다른 국가의 군부만 지원하고 정작 미군의 전력은 점점 약화되어 갔습니다. 미국은 다른 국가의 국경을 지켜주고 정작 우리의 국경은 제대로 지키지 못했습니다. 미국은 수조달러를 지출해서 해외 파병에 썼습니다. 그동안 미국의 인프라는 제3국가 수준으로 썩어서 녹슬어서 방치되어 가고 있습니다. 미국 때문에 다른 국가들은 부자가 되었지만 미국의 저력과 부와 힘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중산층이 잃은 부가 전세계로 빠져나갔습니다.”
미국이 다른 나라 군부를 지원해서 미군이 약화됐단건 대체 뭔 dog의 소리인가? 미국이 지난 100년간 세계의 온갖 전쟁에 껴들어 생긴 이득은 ‘오데로’ 갔나. 안보장사로 지금 이순간 거둬들이는 천문학적 무기수입 ‘오데로’ 갔나? 당신이 말한 기득권정치인의 주머니로 들어갔나? 다른 나라 국경을 지켜줘? 미국의 안보와 이익을 위해서 들이댔잖아. 미국 국경 걱정되면 해외 미군 불러들여, 안말릴테니까. 다른 나라만 부자가 돼? 근데 왜 지구촌 사람들이 ‘아메리칸 드림’ 꿈꾸며 미국 들어오려고 난리치는걸까. 참 이상한 일일세. 댁 말대로면 미국에서 다른 나라로 이민의 물결이 일어야 하는데….
“전세계 모든 국가에, 모든 도시에, 모든 시민들에게 다음과 같이 엄숙히 선서합니다. 미국은 새로운 비전과 새로운 이상과 새로운 염원을 가슴에 품고 미국을 위한 미국 제일의, 미국 우선의 국가가 될 것입니다.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을 할 것입니다. 무역이든 조세든 이민이든 아니면 외교관계든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미국의 근로자를 염두에 두고 미국의 가족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정책을 펼 것입니다.”
모든 분야에서 미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건 백퍼 깡패 논리. 미국 혼자만 이익을 낸다구? 누군가 이익을 보면 누군가는 손해를 보는게 만사이치. 미국이 다 벌어먹어도 당신같은 재벌이 독점한 부로 또다른 미국인들이 손해를 볼텐데. 새로운 협잡 새로운 망상 새로운 궤변(詭辯)으로 세계를 향해 공갈을 친 최초의 미국대통령이 자네야.
“다른 국가의 모든 공격으로부터, 우리의 일자리와 공장을 지켜서 일자리가 없어지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할 것입니다. 무역장벽, 무역보호를 통해서 보다 부강하고 번영하는 국가가 될 것입니다. 미국은 다시 승리하는 나라, 이기는 나라 그 어느 때보다 힘차게 도약하는 국가가 될 것입니다. 미국은 일자리를 되찾아올 것입니다. 미국 시민은 국경을 다시금 강화할 것입니다. 미국 시민들은 부를 되찾아올 것입니다.”
일자리가 없어지고 공장이 문을 닫는 것은 다른 국가의 공격이 아니라 소수의 부를 독점한 기업가의 탐욕, 자본경제시스템의 문제, 심지어 미국의 이익 추구로 인한 빛과 그늘의 모순된 현실인것을. 무역보호는 양날의 칼인데 부강과 번영만을 꿈꾸는 그대는 아둔한 몽상가(夢想家). 내부의 문제를 외부로 돌리는 치명적인 불평가여, 그대 이름은 트럼프.
“미국은 두 가지의 규칙을 따를 것입니다. 미국산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해야 한다는 그러한 대원칙입니다. 미국은 모든 나라와 우호, 친선 관계를 강화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국가들은 이 점을 분명히 주지해야 합니다. 바로 모든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자국의 생활 방식이나 국력이나 국익을 다른 나라에 절대 강요하지 않습니다. 미국은 모범적으로 다른 나라에 본보기를 보임으로써 다른 나라와 우호, 친선 관계를 강화할 것입니다.”
모든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구? 오호 첨으로 맘에 드네. 미국의 생활방식이나 국력을 절대 강요 안한다구? 모범적으로 본보기를 보인다구? 진짜지? 참말이지? 나중에 손해봤다구 징징 대면 싸대기다. 싸대기 하니까 생각나네.. 거시기 싸드 있자나, 한국 들여오는거 취소할거지? 미국돈 수억달러 들여서 왜 한국 지켜주냐구? 미쿡 미쳤나봐..
“미국은 동맹을 강화하고 새로운 동맹관계를 결성함으로써 새로운 문명을 탄생시킬 것입니다. 이슬람 국가, ISIS를 격퇴할 것입니다. 지구상에서 반드시 ISIS를 격퇴할 것입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할 것입니다. 정치의 기반은 바로 미국합중국의 이익입니다. 미국의 애국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자각해야 합니다. 이기심이나 자기만 생각하는 마음은 이제 뒤로 해야 합니다. 편견을 청산해야 합니다. 성경을 보십시오. 지금 이 순간을 축복해야 되고 하느님 밑에서 함께 사는 것이 얼마나 기쁜 순간인 것임을 성경은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새로운 문명의 탄생으로 ISIS를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한다? 이거~이거 문명의 충돌로 3차대전 날 판이네. 그런 자신감으로 베트남전쟁에서 미국이 본전도 못건졌나? 공화당 전임자가 대량살상무기, ‘충격과 공포’ 어쩌구 사기치며 이라크 침공하고, 아프간 전쟁하고 그래서 평화가 왔나? ISIS만 창궐(猖獗) 했잖아.. 전쟁 끝내는건 고사하고 여전히 중동은 세계의 화약고요, 미국시민들은 테러의 공포에 떨고 있는데.. 여보게, 궁금해서 하는 말인데, 당신의 하느님 내가 아는 하느님 맞나?
“서로 간의 차이를 솔직히 인정하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개진을 하되 서로 간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존중해야 합니다. 미국이 함께할 때 모든 미국 시민이 뜻을 모을 때 그 누구도 우리를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선거내내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조롱하고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며, 안하무인 독설로 상대 가슴을 후벼파며 소수계 편견만 드러낸 귀하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다른 의견을 존중한다니..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아니고 개과천선(改過遷善) 했다면 내일부터 해가 서쪽에서 뜨는걸로 알겠네.
“미국은 두려워할 것이 없습니다.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군대에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신의 가호를 받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겠습니다. 큰 꿈을 꾸고 원대한 포부를 품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은 살아 숨쉬는 현재진행형의 국가입니다. 앞으로 계속해서 발전을 이룩할 것입니다. 인종에 상관없이 피부색깔에 상관없이 백인이든 흑인이든 히스패닉계이든 모두가 함께 애국심을 갖고 미국을 사랑해야 할 것입니다. 위대한 성조기 밑에 깃발의 기치 아래 함께 모여야 할 것입니다.”
미국이 두려움워 하는게 아니라 두려움을 준다니까.. 아까는 미군전력이 약해서 국경도 못지킨다더니 세계 최강 군대 가졌다고 자랑 드립하고는. 구라를 쳐도 앞뒤가 맞게 쳐야지 마랴.
“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디트로이트든 아니면 네브라스카의 설원이든 도심이든 아름다운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똑같은 원대한 꿈을 품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모두가 동등한 기회를 누리는 모두가 신의 가호를 받는 그런 국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조물주의 창조물입니다. 모두가 함께 노력해서 다시금 미국을 위대한 국가로, 부강한 국가로 자랑스러운 국가로 만들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미국과 다시금 안전한 국가로 만들 것입니다. 모든 시민이 합심하여 다시금 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국가로 만들 것입니다.”
디트로이트..네브라스카의 설원..아름다운 밤하늘..모두가 동등한 기회..신의 가호를 받는 국가..ㅎㅎ 누구 연설 흉내내고 싶었나본데..나도 입이 아프니 며칠전 생일 맞은 마틴 루터 킹 목사님의 아름다운 연설 한토막 대신하네.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이 나라가 떨쳐 일어나 진정한 의미의 국가 이념을 실천하리라는 꿈, 즉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진리를 우리 모두가 자명한 진실로 받아들이는 날이 오리라는 꿈입니다.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조지아의 붉은 언덕 위에서 과거에 노예로 살았던 부모의 후손과 그 노예의 주인이 낳은 후손이 식탁에 함께 둘러앉아 형제애를 나누는 날이 언젠가 오리라는 꿈입니다.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삭막한 사막으로 뒤덮인 채 불의와 억압의 열기에 신음하던 미시시피 주조차도 자유와 정의가 실현되는 오아시스로 탈바꿈되리라는 꿈입니다.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저의 네 자식들이 피부색이 아니라 인격에 따라 평가받는 나라에서 살게 되는 날이 언젠가 오리라는 꿈입니다.
<이상 사진 Fios TV 캡처>
* 에필로그
겨울비가 뿌리는 가운데 진행된 트럼프의 연설 시간은 총 16분이었다. 대통령의 연설이 꼭 명문으로 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취임식 연설문인데 최소한의 감동을 줄만한 몇가지 장치는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연설문을 혹시 최순실이 우주의 기운으로 첨삭지도한게 아닌가 싶을만큼 수준이 거시기했다. 지난 8년간 명연설가 오바마의 스피치에 길들어진 탓일까? 하도 내용이 옹색해서 즉석연설을 하나, 싶었지만 사진에서 보듯 연설대 좌우로 프롬프터 컨닝기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 트럼프도 어버버하지는 않았으니까 사전에 만든 건데.. 참 이렇게 dog cake 일수도 있구나.. 느낀 하루였다..
* '글로벌웹진' 뉴스로 '소곤이의 세상뒷담화'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s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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