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과 살기 좋은 밴쿠버 도시 환경이 주 원인 분석
올 여름 15% 외국인 부동산 양도세 시행과 함께 밴쿠버 부동산 시장에 대한 중국인 구매자 관심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폭등한 집 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젊은 밴쿠버라이트들이 이 소식을 듣고 안도했으나, 이번에는 '캐나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미국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부동산 중계 업체 로열 르페이지(Royal LePage) 필 소퍼(Phil Soper) CEO는 "지난 2개월 동안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미국인 숫자가 지난 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75% 증가했다"고 전했다.
발단은 미국 대선이었다. 45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당시 후보가 공격적인 언사와 극단적인 공약을 이어가자 그에 반대하는 미국인들 일부가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캐나다로 이민가겠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실제 트럼프가 당선되자 캐나다 부동산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급증했다. 소퍼 CEO는 "대선 결과가 나온 직후에는 그 전과 비교해 미국인의 웹사이트 방문이 3배 증가했었다"고 회상했다.
미국인들의 캐나다 부동산 검색은 대다수가 BC 주와 온타리오, 그리고 퀘벡에 집중되고 있다. BC 주에서는 빅토리아가 가장 인기가 높았는데, 새로 도입된 외국인 부동산 양도세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퍼는 "트럼프가 싫다고 해서 바로 이민을 결정할 수 있는 미국인은 많지 않다. 현실적으로 이민을 고려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재택 근무를 하는 사람들 정도"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이들이 캐나다로 오려는 배경 중 하나는 세계적으로 살기 좋은 곳으로 손꼽히기 때문"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밴쿠버와 토론토, 캘거리 등은 이코노미스트(Economist) 지가 선정한 '살기 좋은 도시' 최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반면 미국 도시들은 10위권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 밴쿠버 중앙일보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