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읽기] 트럼프의 '무역전쟁'을 허풍으로 인식

(페어팩스=코리아위클리) 박영철 (전 원광대 교수)

"중국은 트럼프의 무역 전쟁을 오히려 환영한다"(워싱턴 포스트의 칼럼니스트 파리드 자카리아)
"트럼프 참모진영은 무역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CNN)

어제(1월 20일) 미국 제 45대 대통령 트럼프의 취임식이 불행히도 미국의 분열상을 상징하듯 축제와 환호, 그리고 우려와 혼란이 뒤섞인 침울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트럼프가 미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낮은 40%의 국민 지지율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천방지축 '인터뷰'와 충동적인 '트윗' 행동이 혹시라도 전쟁을 발발하고 글로벌 경제를 다시 침체로 몰아 넣을까 봐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심지어 2차 대전 이후 철통 같은 동맹을 유지해온 유럽 연합과 나토 국가들 마저 트럼프가 평화적인 균형을 깨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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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박영철 전 원광대 교수
 
"만약 트럼프가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 전쟁을 시작하는 경우 세계 경제는 다시 심각한 침체에 빠질 확률이 높다."

위의 CNN 기사 제목처럼 미 언론의 절대다수가 중국과의 무역 전쟁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침체를 불러올 위험이 있다고 전망하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도 중국과의 엄청난 경상 수지 적자를 개선하고 중국이 빼앗아간 미국 제조업 고용을 되찾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한판 싸움이 불가피하다고 선언했다.

오늘 국제칼럼은 우선 트럼프가 주창하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의 핵심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 방안이 무엇인지를 검토하겠다. 우선 트럼프가 주장하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해야 할 이유를 살펴보자.

- 중국과의 무역 적자가 미국 총 적자의 50%에 가까운 약 3천억달러(1월~10월/2016)이다. 다시 말하면 중국이 미국을 강간(Raping)하고 있는 셈이다.
- 중국은 싼값의 상품을 미국에 '덤핑'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수입품에 35%~45% 정도의 고율 관세(Tariff)를 부과해야 한다.
-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여 대미 수출을 늘리고 있다.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규정하여 이에 상응하는 처벌을 해야 한다.
- 중국은 미국의 지적 재산을 대대적으로 도둑질한다.
- 중국은 미국 제조업 고용을 빼앗아 간다.


첫째,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대규모의 흑자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강간'에 비유한 것은 '비경제적' 논리이다. 왜냐하면, 이런 대규모 흑자가 발생한 요인이 환율조작이나 덤핑이 아니고, 중국의 낮은 임금과 높은 생산성의 조합인 '국제 경쟁력'에 의한 합법적이고 정당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국제적인 무역 규범을 위반하여 발생한 무역 흑자가 아니란 뜻이다.

둘째.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하면 지난 4, 5년간 중국의 환율은 '적정 수준'이었다고 한다. 즉 중국이 환율 조작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셋째, 중국이 미국 제조업의 일자리를 빼앗아갔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왜냐하면, 미국 제조업 기업들이 미국을 떠났기 때문에 실업자가 생긴 것이다. 따라서 미국 다국적 기업들이 실존적 목표인 이윤 추구를 위해 다른 나라에 진출하여 실업자가 생긴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이제 왜 중국이 트럼프의 '무역 전쟁' 선포를 무서워하지 않는지 구체적으로 짚어보자.

<워싱턴 포스트>의 외교정책 칼럼니스트 파리드 자카리아는 "중국이 트럼프를 환영하는 이유"라는 칼럼(1월 13일)에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중국 정부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 것이 오랜만에 중국에 발생한 최고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 이런 결론을 냈을까?

첫째, 중국은 무엇보다도 트럼프가 주창하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실질적인 내용이 텅 빈, 대선 기간 중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거 구호 정도로 간주한다. 예 하나만 들어보자. 중국이 미국 제조업 고용을 빼앗아가는 것이 아니고 미국의 다국적 기업이 이윤 창출을 위해 중국에 진출한다. 따라서 미 기업들은 만약 중국과 무역 전쟁이 나면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중국보다 임금이 더 싼 방글라데시나 베트남으로 이전한다.

둘째, 중장기적 관점에서 더 심각한 문제는, 만약 미국이 트럼프의 주장대로 보호무역주의로 전환한다면, 그래서 미국의 전통인 자유무역 협정, 특히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 7년여나 공들여온 환태평양동반자(TPP) 협정을 폐기하게 되면, '미국 경제 성장 패턴'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세계 교역을 이끌어갈 주도권을 중국에 넘기게 된다는 무서운 사실이다. 그런 경우 미국이 아닌 중국이 세계 교역의 주도권을 가지게 된다.

셋째, 트럼프의 국수주의와 보호무역에 바탕을 둔 무역 전쟁은 미국과 세계 경제에 새로운 침체를 불러올 위험이 있다. 따라서 미국 GDP연성장율 4%~6%를 약속한 트럼프가 결코 이런 모험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넷째,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상원과 하원, 그리고 월스트리트의 금융계와 국제 다국적 기업에 포진하고 있는 수많은 중국 친화파들과 힘든 싸움을 해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심지어 트럼프의 참모진도 무역 전쟁에 반대한다.

다섯째, 중국은 만약 트럼프가 중국 수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경우 이에 대응할 '비관세 장벽'을 이용한 수 많은 보복 수단을 가지고 있다. 특히 미 농산물과 전투기의 수입에 대한 까다로운 수입 규제를 강화한다.

결론을 내리자면, 중국은 트럼프의 '무역 전쟁' 허풍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이로 인해 찾아올 기회를 극대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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