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은 ‘한국적 마피아’
뉴스로=김태환 칼럼니스트
한국에서 벌어지는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근원은 재벌의 발호(跋扈)와 정경유착 (政經癒着)에 있음을 특검 조사와 국정조사 청문회를 통하여 모두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5.16 군사 정권이 들어서고 정치 자금 조달의 편의를 위해 수많은 중소기업에 손 벌리면 수금도 귀찮고 기밀 유지는 더욱 힘들어, 굵직한 몇 군데를 키우면 돈을 긁어 모으기도 쉽고 상대적으로 숨기기도 손 쉬웠다. 그래서 박정희 정권은 그 당시 부정축재자로 구속했던 기업가들을 석방하면서, 주요 기간 산업관련 업종을 키우도록 하고 외자(차관) 도입을 알선, 보증해주며 차관 금액의 일정부분(보통 5%)을 커미션으로 챙겼다.
물론 재벌 기업들이 한국의 산업화에 공헌한 바는 부인할 수 없으나, 그들이 정당하게 사업을하여 확장했다면 누가 무슨 말을 하랴마는 거의 대부분의 재벌 그룹들은 정치권과 관료들에게 뇌물을 바치고 이권을 챙길 뿐만 아니라, 탈세, 밀수, 외화 도피 등 온갖 부정 부패행위를 자행(恣行)하였고, 혹시 발각되거나 문제가 된다하더라도 돈으로 매수하여 사태를 매끈히 수습해왔다. (재벌의 사카린 밀수와 뇌물로 현금을 트럭에 가득 채워 보낸 소위 “차떼기”를 길이길이 기억하시라.)
필자는 재벌 그룹을 “한국적 마피아”라 부르고, 바로 범죄 조직으로 본다. 따라서, 재벌 업체 전-현직 근무자들은 그들이 알든 모르든 범죄 조직의 공범(Accomplices/Accessories) 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박근혜-최순실 일당은 재벌들에게 현안의 문제점 (구속 중인 총수, 면세점 신설, 기업 합병에 국민연금 지지 등등)을 해결해주는 댓가로 1,000 억원에 가까운 뇌물을 요구해서 뜯어냈다. 우리는 지금, 재벌과 정권의 정경유착이라는 대하 드라마를 매일 생생하게 접하고 있으며, 재벌을 해체(解體)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같은 일이 반복 될 것이다.
재벌해체라면 기를 쓰고 온갖 잡소리로 반대하고 나오는 무리들이 많은데, 우리 모두가 우러러 보며 열심히 따라하는 우리 모두의 종주국이라 부를 수 있는 미국(美國)에서 벌써 100 여년전에 재벌해체를 했다는걸 아는가. 반대자들은 잘 읽어 보시고, 잡소리는 접어 두시길 바란다.
19세기 말에서 20 세기 초엽에 미국의 땅이 서부 개척(開拓)으로 확장되고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이 미국에서도 터전을 잡아 발전하는 과정에서 석탄을 능가하는 에너지를 공급하는 석유가 미국 각처에서 발굴되었는데, 석유의 중요성을 일찍 알아차린 록펠러(John D. Rockefeller)라는 청년이 1863년 오하이오 주 클리브랜드(Cleveland, OH)에 정유소(Refinery)를 차려서, 이를 1870년 Standard Oil Co. 로 설립하였다.
그는 당시 경제가 한창 부흥하던 상황을 잘 활용하며 사업을 매우 효과적으로 운영했고 수익률이 매우 높았다. 파이프라인, 터미널 등 석유 운송과 저장 시설을 사들였고, 또 이익금으로 경쟁사들을 사들여서 스탠다드 오일 창립후 약 10년만에 미주 전역의 석유 산업을 독점했다.
하지만 록펠러의 석유 사업체가 공익의 견지에서 너무 크고 지배적이어서 (too big and dominant for the public) 미국 의회가 셔만 반독점법(Sherman Antitrust Act)을 만들었다. (1870). 그러자 록펠러는 회사를 해체하고 사업장 별로 스탠다드 기치는 세워둔 채 타인 명의로 돌렸으나 실질적으로는 자신이 운영했다. 반 독점법 때문에 회사를 쪼갠지 9년 뒤에 다시 지주회사로 통합한 것이다.
꼼수로 버텨나가려 했으나, 1911년 미연방 대법원이 새 지주회사가 셔만 독점 금지법 위반이며 불법적이라고 판결을 내려 다시 회사를 지역별로 쪼개서 30 개의 독립 법인체로 운영하게 했다.
John D. Rockefeller, 1884. Encyclopædia Britannica, Inc.
남가주에서 많이 보이는 셰브론 (Chevron: Standard Oil Co. Califirnia)도 스탠다드 오일에서 떨어져 나온 회사다.
1982년엔 괴물처럼 거대한 규모의 Bell System (AT&T)이 여러 개의 지역별 전화 회사 (Baby Bells) 로 쪼개졌다. 필자가 사는 캘리포니아주는 Pacific Bell 회사가 유선 전화 서비스를 담당한다.
Bell System의 해체는 19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연방 법무부가 미국 전역에 대한 독점적 통신 사업을 하던 벨 시스템에 대해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로 지역별 전화회사로 분할하고 자회사이며 전화기 제조회사인 Western Electric 을 매각(divest) 처분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벨 시스템은 소송하면 결국 패소할 것을 예상하고 좋은 조건으로 정부와 협상해서, 지역별 회사는 지역내 전화 (Local Calls) 사업을 담당하고 AT&T는 장거리 전화(long Distance calls) 사업을 맡도록 합의했다.
이상에서 소개한 미국의 2대 독점 사업체의 해체를 살펴 볼 때 하나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강제 해체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와 협의를 통해 조금 유리한 자발적 해체의 길을 걸었다. 일반적으로 미국은 자본주의 국가이므로, 독점기업도 손을 못댄다는 선입견(先入見)이 있겠으나, 공익에 폐해(弊害)를 주는 독점 기업은 이처럼 가차없이 해체의 칼을 댔다.
이들 기업은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무슨 정부의 특혜 (융자, 독점적 권한 부여 등)를 받았거나, 한국의 재벌처럼, 밀수, 탈세 등 부정 불법한 수단을 통해 치부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점유율 등에서 공익에 해(害)가 된다고 판단하여 독점방지법 위반으로 해체시킨 것이다.
<下편 계속>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김태환의 한국현대사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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