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벌은 정권의 수금도구
재벌해체는 나라융성의 필요조건
뉴스로=김태환 칼럼니스트
다음으로 물건너, 일본의 예를 살펴보자.
우리 조상들은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는 신분 체계 때문에 사업가 출현이 어려웠던 반면에, 일본의 경우는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것은 미국의 페리 제독이 일본의 문호를 개방시켜서 (1853) 발전하게 되었다고 알고 있으나, 그보다 훨씬 먼저, 임진왜란 이전부터 상공업이 발달하여 전국 조직인 대상(大商)들이 있었다.
메이지 유신이후 산업화가 급속도로 발전함과 동시에 거상들이 재벌형태를 띄게 되었고 재벌과 군벌이 상호 협조적 관계를 유지하여 조선 병탄과 만주 진출, 나아가 중국 침입으로 침략의 마수(魔手)를 뻗어나갔다. 그리고나서, “대동아 공영권”을 외치며 하와이 진주만 공격으로 제2차 대전에 가담했다. 그러나 일본이 소위 “태평양 전쟁”이라 부르는 이 싸움에서 일본은 무조건 항복하고 미군정이 실시되었다.
1945년 9월 2일 미주리함에서 리차드 서덜랜드 제독 앞에서 일본 외무대신이 항복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맥아더 사령부가 실시한 최초의 작업은 군벌(軍閥)을 부추겨 침략 전쟁을 이끈 주도 세력인 소수의 재벌들이 일본 경제를 완전히 장악하고 좌지우지 해왔다는 점을 간파하여, 재벌가(家)가 소유한 지분을 몰수하고, 그들을 완전히 경제 활동에서 퇴출(退出)시켜서 재벌을 해체한 것이다. 당시 최고 통솔기구인 점령군 사령부가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죄의 댓가로 내린 징벌적 처분에 아무 소리 못하고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로 일본 시민들은 재벌들의 경제적 사회적 압박에서 해방감을 느꼈고, 기업의 소유와 경영이 완전히 분리되어 사업이 더욱 효과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또한 한국전 특수 경기 등에 힘입어, 중국이 일어나기 전까지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마찬가지로, 독일에서도 제2차 대전 전에 융성해서 나치 침략 정책을 뒷받침했든 산업 집단인 카르텔들이 점령군에 의해 해체되고 독립적인 단일 기업체로 공정한 경제 질서가 들어서서 이제는 유럽 최강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그뿐인가. 재벌 해체는 전쟁에 패한 나라에만 해당 되지 않는다. 이스라엘에서도 최근에 일어나고 있다. 앞서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보았는데, 이를 다시 요약하면, 미국의 Standard Oil과 Bell System(AT&T)의 해체는 사실상 덩치 큰 규모의 회사를 지역별로 작은 회사로 쪼갠 소위 “기업 분할”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그런데, 일본의 재벌 해체의 경우는 미쯔이, 미쯔비시 등 재벌 그룹들이 종전(終戰) 전까지 일본의 각종 산업에 걸친 업종의 기업들을 소유/지배한 것을 파악하고 지주회사나 지배회사로부터 개별기업들을 떼어내서 재벌 해체를 단행했는데 이는 “계열 분리”로 불린다.
한국에서의 재벌 기업들은 문어발식 확장을 해서 업종간의 시너지도 없고, 돈이 된다 싶으면 새로 차리든지, 사들이고, 또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 해야겠다는 과시용으로 포함시키는 경우도 많다.
애초에 한국의 재벌은 정권의 수금 도구로 시작해서 재벌들이 전경련이란 단체를 만들어, 박근혜가 정유라를 위해 재계 총수들을 만나서 “말을 사주라” 지시하고, 전경련을 통해 최순실이 설립한 재단에 출연(出捐)하도록 (이재용의 표현을 빌리면) 강요하고(?), 전경련 부회장에게 재벌들이 자진해서(?) 성금을 냈다고 위증을 하게 했다.
이와 같은 사실은 한국의 그 많은 재벌 폐해의 극히 일부이지만 정경유착으로 성장한 재벌이 국민 경제에 이바지하기보다는 정권과 그 하수인들인 일부 관료들의 배만 불려서 재벌 기업에 근무하는 사원들도 지위가 아무리 높더라도 ‘머슴’ 살이에 불과하다. 재벌이나 그들의 한패인 권력자나, 관료가 아니면 정유라가 내뱉었듯이 “부모를 원망할 수” 밖에 없는 세월이 계속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탄핵 정국이 마감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계열 분리”를 통한 재벌 해체를 반드시 이뤄야 한다. 박정희 시대 이후의 최대 적폐(積弊)인 재벌(財閥)을 해체해야만 정의로운 경제 환경이 이룩되어 대한민국에 새로운 경제 도약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김태환의 한국현대사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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