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일), 밴쿠버 아트 갤러리에서 ‘나에게는 1백만 달러가 없다(Don’t Have 1 Million)’의 피켓을 내세운 대규모 집회가 있었다. 갈수록 높아지는 밴쿠버 집 값과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정치계를 성토하기 위한 집회다.
다양한 연령층의 주민 수백 명이 참가했다. 또 UBC 대학 교수 등 학계 인사와 부동산 업계, 그리고 정치계 인사들도 현장에 함께 했다. 이날 집회 중심이 된 문구 ‘#donthave1million’는 이블린 샤(Eveline Xia, 29세) 씨가 지난 3월, 자신의 SNS에 내 집 마련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올린 문구다.
이 문구는 많은 사람들에게 재사용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고, 집회로 이어진 것이다. 샤 씨는 “현장에서 정치인들을 볼 수 있었던 것이 무엇보다 큰 수확이었다.
이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이미 알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지자체와 주정부, 그리고 연방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밴쿠버의 높은 집 값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밴쿠버가 점점 젊은 사람들이 정착하기 어려운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며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연방 총선 선거 기간 중 후보들의 공약을 받아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편 같은 날 저녁, 밴쿠버라이트들의 SNS에는 지난 주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투기 세금(Speculation Tax)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 그레고 로버트슨(Gregor Robertson) 시장을 비난하는 의견들이 넘쳐났다.
로버트슨 시장은 집회에 대해 “집 값 상승이 젊은 세대에 지우는 부담과 그 악영향을 일깨워주는 중요한 집회”라고 평가하며 참가자들에 대한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값 싼 립서비스일 뿐’이라거나 ‘말 잘하는 위선자’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소셜 미디어에 장문의 글을 올려 시장의 언사에 반응한 이들은 ‘시장 본인과 그 주변인들은 모두 부유하다. 밴쿠버의 상위 1%다. 그들은 이미 자신의 집을 소유하고 있고, 1개 이상 소유했을 수도 있다.
공감을 표한 것은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또 ‘현 상황은 밴쿠버의 정치인들이 초래한 결과다. 로버트슨 시장은 사태 원인 중 하나’라며 ‘심각성을 인지했다면 말만 하지 말고 행동해야 한다. 시청이 움직이지 않으면 주정부와 연방정부도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밴쿠버 중앙일보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