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특별한 김진태 추적기’
뉴스로=클레어 함 칼럼니스트
영화마켓이 열리는 포츠담광장(Potsdamerplatz)에는 서울의 광화문광장처럼 베를린의 주요 신문사들이 다수 위치해있다. 전철역에서 나오자마자 눈에 익은 신문사 간판이 보였다. Der Tagesspiegel. 얼마전 소위 '태극기집회'라 불리는 박근혜탄핵반대 집회를 해외에서 진행했던 김진태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인터뷰를 했다고 언급한 그 신문사다.
그런데 포스팅을 본 독일권 한인들은 많은 의구심(疑懼心)이 들었다. 아무리 김진태 인터뷰 기사를 검색해도 자료가 나오지 않았기때문이다. 모든 인터뷰들이 온라인에 공유되지는 않지만, 대부분은 온라인상에서 검색이 가능할터. 혹시나해서, 아는 독일 기자들에게 연락을 해봤으나 이들도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나는 그가 실제로 인터뷰를 했는지, 인터뷰를 했다면 정확히 뭐라고 했는지, 독일 언론인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했다.
<김진태의원 페이스북 캡처>
평소에 호기심이 많은 나는, 영화제 기간에 한번 신문사 방문이라도 해볼까 하던 참이었다. 정신없던 주말이 끝나고, 평일 오후에 드디어 시간여유가 생겨서 신문사로 향했다. 신문사 안내 데스크로 가서 간단히 상황설명을 한 뒤, 관련 편집자와 전화를 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내 방문의 취지를 잘 이해 못한 직원은 신문사 상점으로 가면 관련 기사가 있는 신문을 살 수 있다며 거기로 가보라고 했다. 한참을 설명하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다시 건물밖으로 나왔다.
신문사 건물 앞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사진배지 소유자마다 혹시 "기자시냐?"고 물으며 김진태 포스팅의 사진속의 인물을 보여주었다. 날씨는 무척 추웠지만, 나는 꼭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린다. 결국 한 기자가 누구누구 편집자라며 안내데스크 직원에게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담당자를 알아낸 나는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아쉽게도 늦은 오후라 마감시간이 가까왔고, 그는 회의에 참석중이라고 했다. 그래서, 증거도 남길 겸, 이메일 주소를 받아 연락하기로 하고 근처에서 늦은 점심을 먹기로 맘먹었다.
영화제 기간에는 근처 식당에 자리가 귀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머무는 것이 실례지만, 꼭 답장을 받고 싶었던지라 자세한 상황설명을 적어 보냈다. 필기체로 흘려쓴 이메일주소를 확인하기 위해, 옆자리에 않았던 독일인에게 보여주자 그는 이내 부러운 듯이 "당신 영화평을 신문사에서 써줬나보네요."라고 말했다. "그러면 너무 좋겠습니다마는 좀 복잡한 상황입니다"라고 얼버무렸다. 제 삼자의 입장에서는 나의 행동이 좀 황당(荒唐)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았고, 단순한 말도 액면 그대로 믿지 못하는 정치인들을 둔 한국의 국민으로서 솔직히 설명하기가 창피했다.
그 편집자는 저녁 마감시간을 끝내고, 내게 답장을 보내왔다. 김진태를 베를린내 어느 단체로부터 소개를 받아 인터뷰를 하긴 했으나, 지면으로나 온라인으로나 기사화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인터뷰 기사를 찾기란 불가능했다. 그는 정확한 이유를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자연스럽게 기사화할 가치가 없어서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김진태는 아마 인터뷰를 한 후, 기사가 나올걸 예상하고 미리 페이스북에 홍보(?)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사가 나오지 않았으니 모양이 우습게 된 셈이다. 언젠가 김진태가 국제 뉴스메이커로 뜨게 된다면 기자가 미뤄둔 인터뷰 기사를 쓸지도 모르겠다. 그건 기자맘이니까.
나는 이 일이 왜 중요하냐고 묻는 독일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극우 정치인의 의견도 듣는 것은 외신의 입장에선 공평하다고 볼수 있다. 하지만, 그가 해외라고해서 존재하지도 않았던 인터뷰를 했다고 거짓말했다면 그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여부 확인이 꼭 필요하다. 부정직한 국회의원은 정의로운 한국사회를 위해 퇴출시켜야 한다." 혹자는 별것 아니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성향과 무관하게, 우리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에게서 정직과 양심을 기대할 권리가 있다.
해외의 모든 나라에는 항상 한인들이 존재한다. 우리가 최순실의 돈세탁 등 부정한 일들을 미리 막을 수는 없었지만, 한국의 정치인들이 해외에서 하는 모든 언행을 항상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길 바란다. 물론, 이들이 제발 해외에서 국격 떨어뜨리지 말고, 동포들 맘편히 지내도록 국내에 머무른다면 더 고맙겠다.
글‧사진|클레어 함 다큐멘터리 <정지된 시간> 프로듀서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열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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