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98주년 3.1절을 기해 호주 한인사회에서도 이를 기르는 소중한 시간이 마련됐다. 호주 시드니한인회와 광복회 호주지회가 선열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기념행사를 개최한 것이다.
3.1절은 일본 제국주의가 한반도를 강점하던 1919년 3월1일 정오를 기해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외치는 방식으로 평화적 항거를 전개한 날이다. 그럼으로써 식민 통치에 대한 거부를 분명히 하고 독립선언서를 발표, 대한제국의 독립 의지를 전 세계에 알린 것이다.
이 평화적 항거에는 그야말로 온 나라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아이에서 고령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층의 의지는 하나로 모아졌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엄청난 사람들이 일제의 폭력에 희생됐고 수많은 애국지사가 체포되어 말할 수 없는 시련을 겪었으며 목숨을 잃은 이들도 수두룩하다.
우리 선열들의 이런 평화적 저항과 희생이 남긴 의미는 실로 대단했다. 일제의 한반도 강점 초반기에 시작된 3.1 독립운동은 이후 한민족 독립투쟁을 촉발시켰고, 상해에서 임시정부를 태동시켰으며 해외 각지 한인들의 독립운동을 이끌어냈다. 정신적으로는 민족의식을 일깨워 교육진흥, 신문예, 신산업운동 확산 등 근대 민족주의 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다.
뿐 아니라 당시 식민지배에 있던 다른 국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중국 5.4운동, 영국에 대한 인도의 무저항 운동인 사타그라하 운동, 이집트의 반영국 자주운동, 터키 민족운동은 3.1운동을 모델로 시작된 독립 투쟁이었다.
98년 전의 그날, 전국에서 시작된 태극기 물결은 한민족의 정신과 일제 식민 지배에 대한 평화적 항거이면서 엄청난 무게로 일본을 압박한, 그야말로 ‘품위 있는 항거’이자 ‘저항의 품격’을 보여준 것이었다.
98년이 지난 지금, 태극기를 든 사람들이 서울 시청 앞 광장에 모여들고 있다. 헌정 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헌법재판소에서 심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느닷없이 ‘태극기 집회’라는 이름으로 불법적 탄핵가결, 헌재의 탄핵기각, 언론 조작과 여론몰이를 주장하고 있다. 시위 과정에서는 특정 이익집단의 기득권 유지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종북 좌파’, ‘빨갱이’ 용어에다 심지어 ‘북한 사주’라는 말이 난무하기도 한다.
이미 국회에서의 탄핵 가결 과정이 대한민국 사법부인 법원에서도 인정된 사안이며 대통령 비리 의혹이 ‘특검’을 구성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조차 무시하는 작태를 공공연히 벌이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이들의 손에 태극기가 들려 있다.
더욱이 이들은 삼일절을 기해 서울 및 전국에서 모임을 갖고 태극기를 흔들어댔다. 그러나 98년 전 3월1일의 민족적 거사가 갖는 의미를 생각할 때, 과연 삼일절에 맞춰 가진 ‘태극기 집회’의 ‘태극기’는 그야말로 ‘당황’스럽다.
더욱이, 역사 교과서를 통해 8월15일을 건국절로 하려는, 일제 치하 ‘친일파’를 연상케 하는 현 집권 세력을 비호하는 집회에서, 그것도 일제 침략을 규탄하며 선열들이 분연히 들었던 그 기념일에 태극기를 흔드는 저들의 마음속에 과연 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희생이 지금의 국가를 존재케 했다는 의식은 있기나 한 것인지 ‘황당’스럽다.
각 국가의 국기는 해당 국가를 상징한다. 그러므로 태극기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 주권의 대한민국을 의미하는 것이다. 1919년 우리 선열들이 태극기를 들었던 것은 바로 그런 나라, 일제의 통치가 아니라 우리 국민이 주인인 국가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였다. 그렇기에 특히 3월1일의 태극기에는 그 독립운동의 숭고한 정신, 그것이 주는 지고한 가치가 살아 있다.
그 태극기가, 태극기에 담긴 숭고한 정신을 되새겨야 하는 날, 특정 세력에 의해, 특정 목적을 위해 엉뚱하게 남용되고 있다. 과연 ‘국가 안위’를 위한다는 그들 마음에 태극기가 상징하는 국가, 국가의 주인인 국민은 누구인가.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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