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청론] 북한 전쟁능력 경시로 인한 무모한 선제공격은 파국 초래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백악관 첫 국가안보회의에서 북한의 끈질긴 요구를 의식, 3월 초에 있을 한미합동군사훈련(키 리졸브-독수리)에서 미군은 빠진다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 2월12일에 발사한 북한의 북극성-2형 미사일과 관련하여 "매우 위험할 뿐 아니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은 너무 늦었다. 우리는 그가 한 행동에 대해 매우 화가 나있다. 솔직히 이건 오바마 정부 때 해결 했어야 했다"고 주장, 북한과의 대화에 부정적인 자세를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관련해 이번처럼 많은 말을 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남북한 민족에게는 신경이 쓰이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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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김현철 기자
 

게다가 북한이 공항이라는 공공장소에서 유엔이 대량살상무기로 지정한 화학물질 브이엑스(VX)를 사용하여 김정남을 살해했다는 말레이시아 경찰 발표에 대해 미 행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더욱 얼어붙는 상황이 되었다.

원래 3월1일과 2일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반관반민 북미 비밀접촉이 회담 1주일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무산된 것도 트럼프 행정부의 대 북한 자세가 대화가 아닌 전쟁의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보다 확실한 미국의 대북 자세는 3월초에 있을 한미합동군사훈련(키리졸브)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결정대로 미군이 빠져 북미 대화에 따른 평화협정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오바마 정부 때 밝혔던 '상상도 할 수 없는 최대 규모'로 키리졸브 훈련을 강행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최악의 경우 미국의 대 북한 선제공격과 이에따른 북한의 보복 공격으로 핵전쟁이 터져 한반도와 미국이 불바다가 될 수도 있는 형국이다.

전 국방 관료들이 대북 공격 반대하는 이유는?

오바마 행정부 당시 전 태평양 미군사령관 윌리엄 팰론과 전 국방차관 크리스틴 워머스 등은 미 국무부 관료나 미 상하 양원 의원들 보다 북한의 군사력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다. 이들 미 국방부 고위관료나 고위 장성들은 한결같이 미국의 패전이 확실한, 북한과의 전쟁만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며 대북 선제 타격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현재 북한은 미군의 능력(사드 마하 8.24, 사정거리 200KM)으로는 요격이 불가능한 중장거리탄도탄 북극성-2형(사거리 4000km, 마하 10이상=시속 1만2240㎞~1만8천KM, 잠수함탑재 가능),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마하 10~25), 탐지가 어려워 미군이 가장 두려워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거리 4000km, 마하 10이상), 수소탄, 초전자기파폭탄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북한을 상대로 선제타격에 따르는 보복전과 이에 따른 전면전쟁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선제타격'이란, 항상 적의 군사력을 제대로 알고 아군의 승리가 분명할 때 조심스럽게 감행되는 전법인데, 적을 제대로 모르면서 아군의 우수성만 믿고 선제타격 할 경우 패전으로 이어진다는 실례는 얼마든지 있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 직전, '중국과 인도차이나에서 일본군을 철수시키라'는 미국의 통고를 받고 천황이 함께 한 어전회의에서 대미 전쟁 여부를 논의했다. 강경파 수장인 도조 히데키 육군대장 추종자들 대부분은 전쟁을 적극 지지했으나, 하버드대 유학파이자 주미일본대사관 무관 출신인 야마모토 이소로쿠 연합함대사령장관은 미국의 강력한 군사력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전쟁을 결사반대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전쟁 지지파의 뜻대로 결론이 났다. 결국 일본은 중국, 인도차이나 등지까지 승승장구하던 여세를 몰아 하와이 진주만을 선제타격(공습), 죽음의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일본은 참패했고 전범국으로 전락하고 이후로 군대를 갖지 못하는 치욕을 감내해야 했다. 적의 군사력을 제대로 안다는 게 전쟁 승리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주는 좋은 예인 것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고문을 지낸 엘리엇 코헨(존스 홉킨스대 교수)은 '북한이 시리아에서 원자로 건설과 이란과의 미사일 협력 등에서 보았듯이 핵, 미사일 기술을 거리낌 없이 수출하고, 수천 개의 미사일로 일본과 한국, 그리고 괌 등의 미군 기지를 겨냥할 수 있으며 이웃 나라들의 핵 보유 의지를 부추길 수 있으니, 미국은 북핵 시설에 대한 선제타격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록 위험한 발상이긴 하지만, 코헨의 주장을 역으로 뜯어보면 미국 정부의 전 현직 고위 관리들이 폐쇄국가인 북한이 이미 공개한 군사장비만이라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으며, 북한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북한의 군사력, 군 이동상황 등의 정보마저 미국에 의지하고 있는 한국 국방부를 비롯한, 여당 또는 보수 세력 그리고 일부 야당 정치인들도 북한에 무지하긴 마찬가지다. 이들이 세계 유일 패권국인 미국이 북한과의 비대칭 군사력에서 열세임을 제대로 안다면 한국 안보를 위해 백해무익한 '사드 조기배치'니 '선제타격'이니 나라를 망칠 발언들을 그렇게 쉽게 내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들이 미국 군사력만 믿고 '선제타격'을 아무 생각 없이 지껄이는 이유는, 군사장비의 수량에만 의존해 전쟁 결과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미군의 핵탄두는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에 배치된 수만 따져도 7천기를 넘는다. 그런데 북한은 고작 200기(2014년 현재) 정도라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런데도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 등 미국 고위 장성들은 북한의 핵무기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고 기자들 앞에서 실토하고 있음은 전쟁의 최후 승리는 군장비의 '수량'이 아니라 '질'에 달려있다는 뜻이다.

전쟁이 무기의 '수량'만으로 이기는 건가?

군사전문가들에 따르면, 2016년 현재 북한은 단 한번 사용으로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비대칭전력의 개발을 완료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16종의 화학무기 2500~5,000t을 보유해 세계 3위의 생화학무기, 또 후방 침투작전이 가능한 20만명 규모의 특수전 부대, 첩보위성(?) 등 두 개의 인공위성 운용, 그리고 북극성-2형 탄도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수십척의 스텔스 잠수함정이 미군의 선제타격에 따른 보복 공격을 위해 미 본토 앞바다와 괌, 오키나와 미군 기지 앞바다까지 항해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약 100척의 북한 잠수함 중 70%가 항상 모항을 떠나 작전 중이기에 미군 측은 이를 가장 두려워한다고 한다.

작년 1월6일에 공개한 북한의 소형수소탄의 위력에 대해 군사전문가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짚어보면 감히 '전쟁'운운 할 수 없을 것이다. 한 군사전문가의 북한 핵능력 평가를 들어보기로 한다.

"지금까지 세계에서 그 위력이 가장 크다고 하는 수소탄은 구소련의 ' 짜르붐바'로, 짜르붐바는 실험을 하는 장소에서 반경 100km 이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전신에 3도 화상(표피,진피,피하조직까지 괴사)을 입혔으며, 반경 1000km 이내에 있는 건물의 창문들이 모두 깨어져 나갈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그런데 북한이 시험한 소형수소탄의 위력은 짜르붐바의 4000배에 달한다. 미 본토에 터뜨린다면 단 4기만으로 미국이라는 땅 덩어리를 지구상에서 들어 내버릴 수가 있다."

지난 2월12일에 실시된 북극성-2형 지대지 중거리탄도탄시험발사에 대해, 미국 군사전문가 존 실링은 미국의 북한 문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를 통해 "(포장도로 아닌 산간 지면을 자유롭게 다니는 쇠바퀴를 장착한) 이동성 무기 보유, 생존능력(요격회피능력) 그리고 대응력 등이 대폭 향상되어 미국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요격체계로는 (북한을) 요격을 할 수 없다."고 평했다.

최근 미국과 한국에서 자주 들려오는 대 북한 선제 타격론자들의 주장을 들을 때면, 당시 미국 군사력에 무지해서 겁도 없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여한 결과 일본을 패망의 길로 이끈, 진주만 선제공격의 책임자 도조 히데키가 자꾸만 연상된다. 모두가 아는대로, 도조 히데키는 2차대전 패전 후 A급 전범으로 처형당했다.

트럼프나 김정은의 오판으로 한반도가 불바다가 되고 미국 본토가 초토화 되는 등 세계 인류가 제3차대전의 지옥에 떨어지는 날이 오지 않기를 빌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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