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은 이제 끝내라구?
뉴스로=노창현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지난 70여년간 우리 민족에겐 적어도 세 번의 기회가 있었습니다.
해방후 사리사욕(私利私慾)에 눈먼 가짜 독립운동가 이승만 대신 백범 김구 선생이나, 서재필 박사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전쟁의 비극도, 분단의 아픔도 겪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아니 남북은 갈라지었을지언정 적어도 대한민국에 친일파가 오늘날까지 득세하는 배반의 업보(業報)는 피했을 것입니다.
두 번째 기회는 이승만을 4.19혁명으로 권좌에서 내쫒았을 때입니다. 젊은 학생들이 흘린 피의 댓가로 윤보선-장면의 2공화국이 수립됐으나 만주군 출신 박정희 소장의 군사쿠데타로 역사를 바로 세울 기회가 또다시 날아갔습니다.
1979년 유신독재의 종식은 기실 이성을 잃은 독재자에 맞서 들불처럼 일어난 시민들이 일궈낸 것입니다. 우리는 진정한 민주국가로 거듭 날 기회를 잡았지만 전두환 소장의 12.12 군사반란과 이듬해 5월 무자비한 광주살인진압으로 또다시 놓치고 말았습니다.
시민들의 끊임없는 투쟁과 희생속에 대통령직선제가 회복되고 평화적인 정권교체도 이뤄냈지만 이승만 이래로 계속되온 민족반역세력의 준동(蠢動)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이명박근혜’라는 부패와 반민주의 암울한 역사퇴행기까지 도래하였습니다.
박근혜는 감히 ‘대통령’이라는 단어를 쓰기조차 민망합니다. 일개 민간비선이 쥐락펴락 국정을 농락하고 헌법을 유린하였으며 국민을 기만했습니다. 그리하여 세계사에서도 찾기 힘든 완전무결한 탄핵심판의 오욕(汚辱)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인용은 온전히 위대한 촛불시민들의 6개월에 걸친 피나는 함성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제 다시 한번 대한민국은 역사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시민들의 희생으로 어렵게 쟁취한 기회를 번번이 물거품으로 만든 뼈아픈 기억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합니다.
탄핵심판은 귀결점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실패한 것은 ‘광장의 정치’를 섣불리 끝내고 시대의 방관자(傍觀者)로 돌아감으로써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치권과 수구기득권 세력이 멋대로 주무르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자연인 박근혜'의체포영장을 즉각 청구해 감춰진 모든 여죄를 명명백백히 밝혀야 합니다. 하수인(下手人)들을 줄줄이 구속해놓고 그 패의 우두머리를 방임한 채 좌고우면(左顧右眄)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오히려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기에 더욱 엄격한 잣대로 탈탈 털어 가중처벌해야 합니다. 그래야 훗날 ‘박근혜류’의 무자격 정치사기꾼들이 겁없이 설쳐대는 꼴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박근혜탄핵을 반대하며 끝까지 결사호위한 새누리 잔당(자유한국당)은 정치권에서 완전 퇴출시켜야 합니다. 이름만 바른정당 역시 박근혜정권 탄생을 돕고 부역한 원죄(原罪)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관련 정치인 모두는 의원직을 사퇴하고 적어도 다음 총선까지 자숙하며 정치활동을 중지해야 할 것입니다.
독재정권에 곡학아세(曲學阿世) 한 학계와 언론계 문화계도 예외는 아닙니다. 박근혜정권 적극 가담자는 말할 것도 없고 묵시적 동조자 역시 뼈저린 회오(悔悟)를 통해 새롭게 태어날 것을 다짐해야 합니다.
정치는 정치인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 촛불시민들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감시하고 견제해야 합니다. 시민의 참여가 전제되지 않는 정치는 ‘죽은 정치’입니다. 게으른 유권자는 부패한 정치인을 낳습니다. 잠시라도 지켜보는 눈이 소홀하면 협잡이 싹트고 배신의 부메랑이 돌아옵니다. 그것이 대의민주주의(代議民主主義)의 한계입니다.
노이무공(勞而無功), 혹은 도로무공(徒勞無功)이란 말이 있습니다. 갖은 애를 썼지만 아무런 보람이 없는, 막말로 ‘죽 쑤어 개준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실수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 된 밥에 코 빠트리는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잘못된 모든 것을 되돌려야 합니다. 그러기위해선 촛불시민의 뜻을 가장 잘 대변하는 정치인을 대선 후보로 옹립하여 70년 적폐청산의 임무를 맡겨야 합니다. 그 후보는 어떻게 골라야 할까요. 모든 편견을 버리고 다음의 ‘금기 리스트’에 해당되는지 살펴 보십시오.
‘이명박근혜’ 세력과 털끝만치라도 연결되는 후보, 학연 지연 계보와 정치를 공의(公義)에 우선하는 후보, 가짜 안보팔이에 편승해 진짜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후보, 언필칭 화합을 내세워 단죄의 대상과 연대하는 후보, 리더십의 검증없이 허상의 신기루에 안주하는 후보, 그런 후보들을 하나씩 지워나가면 우리가 선택해야 할 차기 대통령감이 보일 것입니다.
단죄와 징벌을 망설이거나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포용과 통합은 진정한 참회와 속죄가 전제되야 합니다. 갈등과 분열의 치유제(治癒劑)는 적당히 덮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정의와 양심에 기반한 리더십을 통해 전체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미래의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국격을 세계에 드높이고 궁극적으로 민족의 숙원인 평화 통일을 위한 지렛대를 만들어주기를 간절히, 또 간절히 희구(希求)합니다.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노창현의 뉴욕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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