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적인 만남, 운명적인 사랑은 대부분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지만 드물게 동화같은 행복한 결말로 사랑을 완성하는 커플들도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행복한 로맨스를 남긴 이들은 심프슨 부인과 에드워드 8세일 것이다. 영국의 에드워드 8세는 두 번의 이혼 경험을 가진 심프슨 부인과의 결혼을 위해 영국 황실의 왕위를 포기하고 그녀와 결혼해 35년간을 해로했다.
그들의 사랑과는 반대로 사랑과 권력을 동시에 잡으려고 시작한 비극적인 세기의 사랑도 있다.
"나는 잠에서 깨어 당신만을 생각하고 있소.
지난밤 도취의 열락만이 나의 감각 속에 맴돌고 있소.
정다운 이여,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당신,
도대체 내 마음에 어떤 신비한 효력을 불어넣은 거요?"
나폴레옹이 결혼식을 앞둔 1795년 12월에 사교계의 꽃으로 부드러운 애교와 냉정함으로 그를 사로잡았던 첫 번째 아내 조세핀에게 보낸 편지이다.
조세핀과 나폴레옹의 사랑의 상징적인 장소인 말메종 성(Château de Malmaison)은 파리 북서쪽 17km 떨어진 곳으로 전원적 경치가 뛰어나며 장미꽃 향기 가득한 아름다운 정원과 아담한 성으로 조세핀과 나폴레옹이 살았던 곳이다.
파란만장한 삶의 파도를 탄 조세핀
조세핀의 본명은 마리 조제프 로제 타셰 드 라 파제리(Marie-Josephe-Rose Tascher de la Pagerie)로 1763년 서인도 제도 마르티니크 섬의 트르와질레서 프랑스 장교의 장녀로 태어났다.
조세핀은 1779년 16세 때 부유한 청년장교 알렉상드르 드 보아르네 자작과 중매로 결혼한 후 프랑스로 이주해 두 남매를 낳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애정 없는 결혼으로 파탄을 맞아 오랫동안 별거에 들어갔고, 그 와중에 보아르네 자작은 프랑스 혁명 때 처형당하고 조세핀 역시 투옥되었다가 로베스 피에르의 공포정치가 몰락하자 조세핀은 석방되었다. 그 후 그녀는 우아하고 세련된 미모로 파리의 사교계 꽃으로 두각을 나타냈고, 1796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와 3개월의 만남 끝에 결혼을 하게 된다. 이때 나폴레옹은 27세의 미혼이었고 조세핀은 남편을 여의고 두 자녀를 둔 33세였다. 그러나 나폴레옹에게 이 결혼은 정열적인 3개월의 사랑의 감정과 더불어 정치적 정략도 숨겨져 있다. 야심이 큰 나폴레옹은 코르시카 출신으로 정치적 후원자들이 필요했고, 사교계에 폭 넓은 인맥을 구축하고 있던 조세핀은 더할 나위 없이 나폴레옹에게는 중요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조세핀 역시 큰 야망을 가진 나폴레옹을 알아보았다.
1799년에 조세핀은 파리 근교에 성을 갖고 싶어 하던 나폴레옹을 위해 말메종성을 구입해 세심한 관심과 애정을 쏟았다. 1804년 12월 1일 나폴레옹과 조세핀은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황제. 황후 즉위식을 거행되었고, 이들의 대관식은 다비드의 대작 ‘나폴레옹 대관식’에 그날의 화려함이 담겨있다
1809년 한 해에 985개의 장갑과 520개의 신발을 주문할 정도로 극에 다른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며 끊임없이 염분을 뿌리는 조세핀을 참아오던 나폴레옹은 가장 그에게 중요한 후계자를 낳아주지 못하자 그녀를 말메종으로 보내고 재혼을 했다. 그녀는 말메종에서 사치와 향락 생활을 즐기며 수많은 염문을 뿌리며 나폴레옹에게 거액의 계산서를 보내 어려운 재정의 나폴레옹을 곤란케 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이런 조세핀을 잊지 못하고 사랑과 미움이 교차한 애증의 관계로 서신 왕래를 계속했고, 유배지로 떠나기 전에도 말메종에 들렸다. 그 후 조세핀은 디프테리아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조세핀의 섬세한 손길이 닿은 말메종 성
지금은 말메종 국립 박물관 (Musée des châteaux de Malmaison)으로 개방되고 있다. 18세기에 지어진 건물로, 혁명 시절에는 어느 부유한 은행가의 소유였으나 1799년 조세핀이 구입해 성을 개조하고 머물었지만 1809년 이혼으로 조세핀이 성의 소유자가 되어 살다 세상을 떠났다. 그 후에는 조세핀의 손자 나폴레옹 3세의 소유로 되었다가, 수차례 주인이 바뀐 후 1896년 오지리스가 이 저택과 남은 6헥타르 정도의 땅을 사들였다. 그리고 오지리스는 박물관으로 여는 조건을 달아 1904년 프랑스 정부에 헌납했고, 1906년 국립박물관으로 단장해 수많은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성 안은 고혹적인 우아함으로 꾸며져 있다. 도서관, 황제와 여제의 방들, 화실, 음악실 등 방 마다 조세핀의 세심한 손길이 느껴지는 사랑이 가득한 공간이다.
나폴레옹의 당구대, 조세핀이 수놓은 수건, 조세핀이 연주하던 하프, 나폴레옹의 옷들, 고전주의 양식의 동상들, 가구와 초상화, 기념품, 퐁텐블로에서 가져온 나폴레옹 왕관, 나폴레옹 사망 시 사용한 야전침대와 데드 마스크 등 두 사람의 유품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방 중에서도 나폴레옹의 간소한 방과 대조를 이루는 조세핀의 방은 그녀만의 공간으로 추억이 깃든 곳으로 그녀가 아끼던 그림, 탁자 등과 함께, 유명한 딜에 게라르 공방에서 만든 기념 차 세트와 접시 세트는 프랑스 곳곳의 풍경이 정교하게 새겨진 황금식 띠를 두르고 있는 세트로 보물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화려하면서 섬세한 조각으로 예술적 향기가 묻어나는 성의 가구들은 유명한 건축가 페르시에와 퐁탱, 목수 야콥 형제의 작품이다. 그러나 진품은 개인에게 팔려 가구 대부분은 모조품이다. 성 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벽을 장식하고 있는 명화들로 특히 고전주의 예술의 대표적인 화가인 다비드의 ‘알프스 생베르나르 산맥을 넘어가는 나폴레옹’이라는 그림은 다비드의 대작으로 고전주의 회화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섬세한 묘사와 색채감이 뛰어난 그의 그림은 살아있는 듯하며 미적 아름다움이 뛰어나다.
조세핀의 장미사랑이 가득담긴 정원
정원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고자 한 조세핀의 야심이 살아 있는 곳이자 유독 장미를 사랑했던 그녀의 장미사랑이 듬뿍 담겨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조세핀의 장미에 대한 사랑은 정원사를 외국으로 보내 장미 종자를 사오게 할 정도였고, 나폴레옹도 그녀를 위해 전쟁으로 외국에서 나갔을 때 새로운 장미종자를 찾게 되면 말메종으로 보냈다.
이렇게 모여진 장미는 250여종에 이르게 되었고 조세핀 살아생전에는 1,840여 그루의 나무에서 장미가 피어났다. 조세핀의 아름다운 정원은 세계 최초의 장미 정원으로, 각국 유럽 도시들에 장미 정원이 조성되는 계기가 된다.
지금도 조세핀의 장미 정원에는 장미들이 조세핀을 추억하기 위해 해마다 피어나며 장미의 고혹한 향이 그녀를 향한 그리움으로 성을 채우고 있다.
올 해는 조세핀 서거 200주년
지금 룩셈부르 박물관에서 조세핀 서거 200주년을 맞이하여 그녀를 기념하기 위한 전시가 3월 12일부터 6월 29일까지 열리고 있다. 조세핀의 소장품, 그림, 장식품, 화장용품 및 그녀에 관련된 문헌들을 볼 수 있다.
조세핀, 룩셈부르 박물관 전시 (Joséphine, l'exposition au Musée du Luxembourg)
일시: 3월12일~6월29일
장소: Musée du Luxembourg
19, rue de Vaugirard 75006 Paris
시간: 10시~19시30분/월요일과 금요일은 22시까지 연장
【한위클리 / 조미진 chomij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