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교육 커리큘럼 및 평가 기관인 ACARA가 매 3년마다 호주 전역의 6학년 학생 샘플을 선정, 과학 과목 실력을 평가하는 가운데 2015년 평가 결과 호주 학생들의 절반 정도(55%)만이 ACARA)가 설정한 표준 능력 또는 그 이상의 실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학교로 등교하는 시드니 지역 한 초등학교 학생들.
‘ACARA’ 보고서... 국제 평균 이상 불구, ‘실력 향상’ 없어
호주 학생들의 학업 실력에 대해 우려할 만한 보고서가 또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 세계 만 15세 이상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PISA(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2015 시험 결과, 호주 학생들의 학업 실력이 타 국가에 비해 크게 뒤쳐져 있다는 평가가 나온 가운데(본지 1222호 / 2016년 12월9일자 보도), 이번에는 호주 내 국가 평가에서도 수학 및 과학 과목 학업성취도가 뒤쳐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주 수요일(15일) ABC 방송이 국가 평가보고서를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 호주 6학년(Year 6) 학생들의 과학 과목 성적은 지난 10년 사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이는 호주 교육 프로그램 및 평가기관인 ‘Australian Curriculum, Assessment and Reporting Authority’(ACARA)이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것으로, 전체 학생들 가운데 과학 과목의 수업을 이해하는 학생은 55% 비중에 그치고 있다는 진단이다.
방송은 ACARA의 이 같은 분석에 대해 “전 세계 학생들에 비해 수학 및 과학에서 크게 뒤처지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 이후 호주 학생들이 학업 능력이 우려되는 또 하나의 진단”이라고 전했다.
이번 조사 보고서는 또한 ACARA의 조사 이래 처음으로 과학 과목에서 여학생의 실력이 남학생을 능가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ACARA는 이날, 전 세계 학생들의 수학 및 과학 평가인 ‘Trends in International Mathematics and Science Study’(TIMSS) 및 국제 유학생 프로그램(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도 함께 발표했다.
ACARA의 보고서는 OECD 국가들 가운데 비교적 앞선 실력을 보여주었으며, 이 같은 학업 실력은 사회경제적 상황이 좋은 실력을 거둔 요인으로 분석했다.
그런 가운데 사회경제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의 경우 고학력으로 가면서 학업 실력은 3년 정도 뒤떨어지는 것으로 진단됐다.
과학 과목에서 ACARA는 3년에 한 차례씩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샘플 측정을 실시한다. 이번에 발표된 보고서는 지난 2015년 11월, 호주 전역의 1만2천 명을 선정해 실시한 측정 결과이다.
ACARA의 스탠리 로비노위츠(Stanley Rabinowitz) 박사는 샘플 측정 결과 단지 절반 정도만이 평균 능력 또는 그 이상의 실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55%의 학생 외에는 여전히 ACARA가 기대하는 만큼의 실력을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면서 “이는 3년 전 평가 결과에서 전혀 나아진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당시 평가에서 대학의 과학 학과 강사들, 커리큘럼 전문가, 초등학교 과학 교사들로 구성된 전문가 그룹은 아주 기초적 수준 위의 단계로, 일명 ‘challenging standard’로 정의할 수 있는 ‘표준 실력’(proficiency standard)를 설정했다.
ACARA의 학생 평가 책임자인 로비노위츠 박사는 평가 결과에 대해 “호주 학생들의 ‘표준 실력’은 국제 수준과 유사하다”고 언급하면서 “일부 국가의 경우 호주보다 분명 앞선 실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호주 학생들 또한 국제 평균 이상을 거두었다”고 말했다.
ACARA는 학생의 ‘과학 과목 소양’에 대해 ‘과학적 개념 이해를 넓히고, 자연형상을 이해하며 과학 관련 이슈에 대한 미디어 보고 내용을 해석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런 개념 하에서 ACARA는 과학적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풀어내기 위한 조사를 실시하며 조사된 자료를 해석, 이 같은 정보에 기반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여부를 측정하고 있다.
그 결과 2015년 평가는, ACARA가 이를 실시한 이래 처음으로 여학생의 실력이 남학생을 능가했다. 이는 3년 전인 2012년 평가 결과와 다른, 가장 두드러진 변화였다.
반면 호주 원주민 학생들의 실력은 비원주민 학생들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였으며, 원주민 거주 비율이 높은 노던 테러토리(Northern Territory)의 경우 6학년 학생 가운데 31%만이 과학 과목에서 표준 능력을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과학교사협의회(Australian Science Teachers Association) 상임이사이자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제니 웨버(Jenni Webber) 교사는 이번 결과에 대해 “또 하나의 경종”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과학 과목 평가 결과는 가장 확실한 우려”라고 언급한 그는 “읽기와 쓰기, 즉 문법 및 산술(literacy and numeracy) 과목은 최근 수년 사이 상당한 관심이 되어 나름의 좋은 평가 결과로 이어졌지만 과학 과목은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