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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네이도, 신의 손가락? 악마의 꼬리?

 

[i뉴스넷] 최윤주 발행인 / 편집국장 editor@inewsnet.net

 


예전에 인터넷에서 유행한 유머 중 공대생 개그라는 게 있다. 일반적이지 않은 공대생들만의 사고와 행동을 희화한 수많은 유머 중 영어단어만으로도 공대생을 구별할 수 있다는 내용은 세간이 널리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정의’를 영어로 하면 무엇이냐는 질문에 justice라고 답하면 평범한 일반인, definition라고 말하면 공대생이다. 탠(tan)이라는 단어를 보고 햇빛에 태우는 행동을 떠올렸다면 평범한 일반인이지만, 삼각함수를 떠올리면 공대생이다. 또, 트랜스포머(transformer)라는 말을 듣고 변압기를 떠올리면 뼛속까지 공대생이란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봤던 이 유머가 갑작스레 떠오른 건 토네이도 때문이다. 터치다운(touch down)이라는 용어를 듣고 토네이도를 떠올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텍사스인을 비롯해 토네이도를 경험한 사람이어야만 가능한 연상작용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터치다운’하면 너무나 당연하게 미식축구를 떠올릴테니까.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이들에게 토네이도는 상상 속 존재다. 그렇다고 오즈의 마법사와 같은 동화속 이야기를 떠올리면 곤란하다. 캔사스 시골마을의 도로시가 마법의 나라로 가게 된 것이 집을 통째로 오즈로 옮겨버린 토네이도 때문이었지만, 현실 속 토네이도는 동화 속 이야기처럼 그리 낭만적이지 않다.


괴력의 회오리 바람, 토네이도는 세상에서 가장 큰 파괴력을 지닌 바람이다. 최저등급인 F0일 땐 나뭇가지를 부러뜨리거나 달려있는 간판을 부수는 정도지만, 최고등급인 F5는 도시를 통째로 삼키고 인간의 상상력으로는 불가능한 물체들까지 휘감아 올리는 괴력을 갖고 있다.

거대한 먹구름이 몸을 뒤틀면서 땅의 기운과 손을 맞잡은 후 세상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듯 위압적으로 다가오는 장면을 한번이라도 경험했다면, 왜 토네이도를 ‘악마의 꼬리’라고 부르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특히 텍사스는 미 대륙에서도 토네이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다. 1991년부터 2015년까지 지난 15년간의 통계를 보면 텍사스는 연평균 146.7개의 토네이도가 발생, 92.4개의 캔사스를 압도적으로 앞선다.

 

달라스 포트워스가 토네이도 신고식을 제대로 치렀다. 지난 26일(일)과 29일(수), 불과 나흘 사이에 토네이도 주의보와 경보가 모두 발령, 관계당국과 지역주민들을 긴장케 했다.

소트트볼 크기의 우박이 떨어진 26일(일)에는 토네이도 주의보(Tornado Watch)가, 한밤중에 엄청난 강풍과 폭우가 강타한 29일(수)에는 토네이도 경보(Tornado Warning)가 발령됐다.

강풍의 습격을 받은 락웰에서는 주택의 지붕과 벽이 순식간에 찢겨져 나갔다. 악마의 꼬리가 또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어딜 봐도 '악마의 꼬리'같은 토네이도의 또 다른 이름은 ‘신의 손가락’이다. 토네이도가 지나간 곳에 신의 흔적은 없다. 엄청난 파괴력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존재의 가벼움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신의 손가락인지도 모른다. 깊은 죄악을 불과 유황으로 덮어버린 성경속 소돔과 고모라처럼 어쩌면 토네이도는 불가항력의 힘 앞에서 어떠한 대처도, 대비도, 대항도 할 수 없는 인간을 향한 신의 경고일런지 모른다.

 

‘신의 손가락’과 ‘악마의 꼬리'는 분명, 묘하게 접점을 이루고 있다.

달라스 언론의 세대교체, i뉴스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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