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정부 미‧중‧러 균형외교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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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김원일 칼럼니스트

 

 

얼마 전에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아시아 순방길에 한국을 들렀다. 그가 보여준 한국을 경시하는 듯한 언행들에 대해서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 그리고 기존 미국정부의 대북정책인 이른바 “전략적 인내정책” 기조에서 벗어남이 없이 그가 쏟아낸 동어(同語) 반복식의 대북 강경발언들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중, 러, 일 등 주변국들에게도 별다른 감동을 주지도 못했다. 더군다나 한국이 내심으로는 미국이 해결에 나서주기를 기대했던 사드배치 추진으로 닥쳐온 한중간 외교적 갈등과 중국의 한국에 대한 경제제재에 대해서도 해결방안도, 의지도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미국은 클린턴 행정부 당시에 북미관계 정상화와 북핵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보여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북한과 미국은 서로에 대한 오랜 불신을 결국은 극복하지 못했다. 그 결과 “핵개발과 대북제재”라는 북미간 악순환의 고리는 아직도 끊어지지 않고 있다. 부시 행정부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거의 20년이란 기간 동안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은 어떠한 대화도 거부하고 대북제재와 봉쇄를 강화한다는 이른바 전략적 인내 정책을 계속해서 고수해 오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전략적 인내”정책의 또다른 피해자

 

물론 이러한 미국의 대북정책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국가는 분명 북한일 것이다. 하지만 북한 다음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국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한국이다. 전략적 인내정책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기술은 향상을 거듭하고 있다. 강력한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체제 장악력은 아직 흔들림이 없고, 북한의 경제상황도 근래 들어 오히려 상당히 호전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반면 한국입장에서는 오랫동안 공들여왔던 남북관계가 이미 파탄 났고, 남북한간 군사적 충돌의 위험성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평화와 통일의 꿈은 날로 멀어져만 가고 중국, 러시아와는 극심한 외교적 갈등까지 겪고 있다. 급기야 중국은 사드배치를 이유로 한국에 대한 경제제재까지 발동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제 곧 출범할 한국의 새로운 정부는 20년 가깝게 적극적으로 편승한 미국의 전략적 인내정책의 의미와 효과에 대해서 국가이익을 중심에 두고 냉철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이 당면한 가장 큰 외교적 문제는 미국의 전략적 인내정책에 대한 이명박 박근혜정부의 적극적인 용인과 추종(?)으로 김대중 노무현정부에서 어렵사리 일구어 놓은 북한과의 교류협력과 한반도 주변 4강과의 주권적 균형외교의 틀이 많은 부분 훼손(毁損)되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로 한국의 미국에 대한 정치, 군사적인 종속성이 더욱 심해졌다. 미국의 말마따나 “한국의 방어를 위한” 사드체계의 배치를 당사자인 한국이 아무런 주권적 차원의 결정도 못하고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모습은 얼마나 서글픈 풍경인가.

 

한국은 소련의 해체와 중국의 개혁과 개방이라는 세계사적인 큰 흐름에 잘 적응하였다. 그리고 북방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국가의 정치력과 경제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중국, 러시아와의 협력강화는 과거 한국정부들의 친미일변도 외교에서 주권적 균형외교로 발전해 나가는 것에 커다란 기반이 되어주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 중국과의 관계 강화로 한국은 북한에 대해서도 정치 경제적인 주도권을 확보해 나갈 수 있었다.

 

주권적 균형외교의 틀 회복해야

 

지금은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갈등이 세계적 범위에서, 특히 동북아지역에서 첨예화(尖銳化)되고 있는 시기이다. 이러한 민감한 시기에 한국은 군사작전권 환수를 무기한 연기했으며 일본과는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요청대로 사드배치를 서두르고 있다.

 

한국이 원하든 원치 않든 중요한 사실은 한반도에 대해서 한국의 전통 우방인 미국에 못지 않게 중국과 러시아도 거의 사활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것은 지난 100년 동안에 한반도를 사이에 두고 강대국 간에 벌어졌던 청일전쟁, 러일전쟁, 한국전쟁 등에서 쉽게 확인될 수 있다.

 

이명박 박근혜정부는 북한과 북핵문제를 이유로 들어 한결같이 미국만을 편들면서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악화를 불러올 수 밖에 없는 정치 군사적인 정책들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물론 이러한 정책들이 한국의 주권적이고 전략적인 선택이었다면 그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한국의 대외정책들이 자국의 이익보다는 단순히 미국의 입장과 요구들을 수용한 결과라고 한다면 이것은 매우 큰 문제라고 할 것이다.

 

한국과 같이 강대국들 틈바구니에 위치해 있는 국가의 대외정책은 그야말로 국가의 명운(命運)이 걸린 중요한 과제이다.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정부의 친미일변도 대외정책에는 “북한의 핵포기”라는 실현가능성이 매우 불분명한 목표 외에는 그 어떠한 국가적 목표와 이익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지속된 제재와 봉쇄에도 북한은 여전히 건재하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날로 강화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대북, 대중국, 대러시아 관계에서 총체적 난국(難局)에 빠져있는 상태이다. 이것이 미국의 전략적 인내정책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호응하여 얻은 결과라면 너무나 참담하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새롭게 출범할 한국정부는 이명박 박근혜정부의 미국편향의 대외정책이 가져온 폐해를 적극적인 개혁에 나서야 한다 그래서 자국의 외교를 미국에만 기대어 온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한국이 중심이 되어 미국과의 전통적 관계 못지 않게 중요한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도 강화하여 주권적 균형외교를 실현해 나가야 한다. 필자는 이것만이 남북한의 평화와 통일을 보장하면서 한국이 동북아지역의 안녕(安寧)에 이바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다.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김원일의 모스크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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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코리아위클리-플로리다 2017.04.05. 03:16

너무 당연한 얘기입니다. '미국편향의 한국외교도 적폐'를 넘어서서 '미국편향의 한국외교야말로 적폐'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합니다.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의 중심에는 늘 미국이 있었죠. 남미나 아프리카 아랍국들에서도 그랬던 것처럼.1.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제국주의적 야욕을 버린 적이 없고, 소련이 무너지고 일극체제가 형성되면서 때로는 교활하게, 때로는 노골적으로 제국주의적 속성(가장 최근의 예: 이라크 침략)을 드러내 왔고, 이걸 가장 예민하게 캣취한 것이 북한 아닌가요? 꿀맛같은 일극체제에 금이 가는 조짐이 여기저기서 나타나는데...  러시아가 다시 일어서고 특히 중국이라는 괴물의 급성장에 초조함을 느낀 나머지 미국내에서 조차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는 사드를 급배치하고 있고... 하여간 많이 가진놈이 더 무섭다더니... 참.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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