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촛불민심, 어느 정당 후보 택할까

 

(페어팩스=코리아위클리) 박영철(전 원광대 교수) = 오늘 국제칼럼은 ‘시민 혁명’과 각 정당이 본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고 내놓을 핵심 선거 공약과 시대정신을 응축하는 선거 슬로건, 그리고 이를 둘러싼 쟁점(爭點)의 연관성을 검토해 보겠다.

 

지난 3월 15일 황교안 권한대행은 이번 대선 날짜를 5월 9일로 공포하고, 현재 각 정당은 대선 후보 경선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각 당의 본선 진출 후보는 4월 4일까지 결정된다. 따라서 당의 공식 선거 공약은 그 이후에야 발표될 것이다. 오늘은 각 당의 후보들이 경선에서 어떤 비전과 선거 공약을 주창하는지 살펴보겠다.

 

이번 대선에 후보를 내려고 준비 중인 정당은 야권의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과 구여권의 한국자유당과 바른정당 등이다. 김종인과 정운찬 등이 주축이 되어 ‘개헌’을 교두보로 추진 중인 소위 ‘제3지대’ 세력은 아직 탐색 중이다.

 

우선 각 정당의 지지도를 보자. 지난 15일 리얼미터 여론조사 기관이 발표한 정당 지지도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지지도 51.1%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국민의당이 12.3%, 자유한국당(옛 극우 새누리당 분신)이 11.3%, 정의당이 5.3%, 그리고 바른정당(옛 중도 보수 새누리당 분신)이 4.7%로 최하위를 차지한다.

 

우선 정당 지지도가 1위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경선에 나온 후보는 현재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과 최성 등 네 명이다. 벌써 4회의 토론을 걸쳐 나온 이들의 비전과 선거 공약은 무엇인가? 크게 네 가지이다. ‘적폐청산과 대연정’, ‘경제민주화와 복지 국가’, ‘정치제도 개혁과 개헌’, 그리고 ‘대북 문제와 사드(THAAD) 배치 찬반’ 등이다.

 

첫째, 박근혜 탄핵을 일궈낸 일등 공신인 촛불민심이 정치권에 최우선 과제로 넘긴 것은 국정 농단의 주역들과 ‘부역자들’의 ‘적폐청산’ 문제이다. 이에 대한 세 후보의 입장에는 제법 심각한 차이가 있다. 문재인 후보는 “무엇보다 ‘적폐 청산’이 우선이다. 원칙 있는 통합이 중요하다. 적폐청산 세력과는 손잡을 수 없다”고, 안희정 후보는 “모든 정당과의 대연정을 통한 대개혁을 해야 한다’고, 이재명 후보는 “적폐 청산 없이 통합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후보들은 적폐 청산과 대연정(Big Coalition) 간의 우선순위 문제뿐 아니라 누가 대연정의 대상자가 될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의견 차이를 보인다.

 

그러면 대연정이나 대통합에 대한 정치권 밖의 반응은 어떤가? 천주교 제주 교구장 강우일 주교님의 말씀이다. “갈등 봉합한다고 뒤죽박죽 섞어 통합 흉내 내선 안 된다”며 정치 정의의 가치관을 구현할 수 있는 통합만이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둘째, 촛불민심의 최대 염원은 새로 탄생하는 정부가 ‘헬조선’에서 피폐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사는 국민을 ‘지속성이 있는’ 행복한 삶으로 구해내는 것이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들은 이런 촛불민심의 소원을 달성하기 위하여 서로 경쟁적으로 경제민주화와 복지 국가 건설, 그리고 일자리 창출을 공약하고 있다. 이런 공약의 큰 틀에는 후보간에 별 차이가 없다. 다만 이재명 후보는 아직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데, 정부가 일정 조건에 맞는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런 공약이 가져올 사회적 도덕성 해이 문제와 재원 조달이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셋째, 민주당 경선 후보들은 지난 50여 년간 한국의 온갖 비리와 부패, 그리고 정치적 독재를 가능케 반민주적 정치 제도의 대대적인 개혁을 주장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이런 정치제도 개혁은 반듯이 다음과 같은 요소를 포함할 것이 확실하다. 헌법 1조에 명시된 ‘국민이 주인인 대한민국’을 실천하는 철저하고 효용적인 삼권분립의 보장, 대통령과 국회 의원 선거법, 검찰과 법원 개혁, 경찰과 국정원 개혁, 언론 개혁 등이다.

 

넷째, 민주당 경선 후보 모두는 황교안 권한대행 정부가 강행하고 있는 한국 미군기지 안에 사드(THAAD)를 배치하려는 대북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후보 간 중요한 뉘앙스 차이도 감지된다. 문재인 후보는 사드 배치 결정을 다음 정권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안희정 후보는 “한미의 기존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사드 배치의 환경영향평가 등을 걸쳐야 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재명 후보는 가장 단호한 사드 배치 반대를 지속하고 있다.

이제 다른 정당의 경선 공약 상황을 살펴보자.

정당 지지도 12.3%로 2위에 오른 국민의당 경선 후보는 안철수, 손학규 그리고 박주선이다. 가장 중요한 국정 현안에 대한 안철수 후보는 ‘안보’, 손학규 후보는 ‘재벌개혁’ 박주선 후보는 ‘대연정’이라고 대답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야권의 제2당이라고 불리지만, 정책 공약에서는 중도보수로 정치적 성향이 매우 모호하다는 평을 받는다. 극단적인 예가 바로 안철수 후보가 19번이나 열린 촛불집회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손학규 후보는 한때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구호를 내걸어 회사 퇴근 후 파김치가 된 젊은 층의 호응을 끌어낸 적도 있지만, 지난 몇 년 확고한 정치 신념 없이, 토굴과 정계를 오가는 거의 ‘정치 낭인’으로 추락한 상태이다.

 

지지도 11.3%로 제3위에 오른 자유한국당의 경선 후보는 3월 18일 현재 6명인데 3월 30일 본선이 예정돼 있다. 이 6 후보 중 새누리당의 중도 우파를 대변하는 홍준표 후보와 전통적 극우 지지자를 대변하는 김진태 후보가 가장 유력하다는 평이다. 홍 후보는 자신을 ‘스트롱맨(독재자)’ 또는 트럼프와 같은 국수주의자라고 호언하며, 현재 상소중인 재판에서 패하면 자살하겠다고 극단적인 막말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리고 김진태 후보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박근혜 탄핵은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는 4월 4일까지는 각 정당의 본선에 진출할 후보가 확정되고, 이들의 공식 선거 공약도 발표된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도 이 후보들이 주창하는 선거 공약의 큰 틀은 벌써 잡혀 있다.

 

오는 5월 9일, 박근혜 탄핵을 일궈낸 촛불민심은 어느 정당의 후보를 선택할까? 한국의 백년대계가 좌우되는 순간이 될 것이다.

  • |
  1. 박영철 교수.jpg (File Size:15.8KB/Download:36)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20화 백화만발, 봄은 오는데.. file

    이철승과 김영삼 그리고 김대중   뉴스로=김재규 작가     궁정동의 총소리로 나라를 발칵 뒤집혀 놓은 김재규가 육군교도소에 갇혀버렸다. 세상은 조용해졌다. 호랑이가 사라지니 산속에 평화가 찾아온다. 박정희는 죽으면서 그 악명 높았던 유신악법을 안고 가버렸다....

    20화 백화만발, 봄은 오는데..
  • 19화 “제발 나를 죽여다오” file

    지옥의 고문대에 선 김재규   뉴스로=이계선 작가     체격이 건장한 40세 안팎의 남자 한 사람이 군 헌병대에 연행됐다. 콘세트 막사에 들어서자마자 2명의 조사요원이 야전 침대용 각목으로 무자비하게 마구 구타했고 남자는 실신해 쓰러져 버렸다. 완력이 만만치 않...

    19화 “제발 나를 죽여다오”
  • “한반도 전쟁나면 달려가겠다” 동포들​ file

      ‘앞서서 가니 산자여 따르라’   우리들이 벚꽃놀이등 주말을 즐길때 조국을 사랑하는 재미 동포님들은 부지런하게   이곳 저곳에서 조국의 평화를 위해 모든 정성을 모으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만일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한국으로 편도 비행기표를 끊어 조국...

    “한반도 전쟁나면 달려가겠다” 동포들​
  • 사드 계곡에도 봄은 오는가! file

    사드 가고 평화 오라   뉴스로=강명구 칼럼니스트     평화의 계곡 성주 소성리 별고을에 벚꽃이 축복받은 봄 햇살 아래 만개하니 수많은 벌들이 날아든다. 그러나 오늘 전국각지에서 모인 5천여 명의 시민들은 벚꽃놀이 온 상춘객이 아니었다. 성주의 노란 참외는 하우...

    사드 계곡에도 봄은 오는가!
  • 5월 24일을 기억하십니까? file

    김재규장군을 생각한다   뉴스로=이계선 칼럼니스트     1980년 5월 24일 오전 7시 서울형무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김재규는 묶인채 걸어서 서울구치소 사형실로 들어갔다. 죽음의 의자에 앉자 유언(遺言)을 물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시지요”   전날...

    5월 24일을 기억하십니까?
  • 강풍 속에 3연속 1위 레이스 file

    코네티컷 마라톤 70대 나이그룹 개가   뉴스로=권이주 칼럼니스트         올들어 3번째 출전하는 마라톤 대회는 Connecticut West Haven의 Savin Rock Marathon 대회로 결정하고 출전 준비를 하며 일기 예보를 주시했다.   이 대회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Shoreline S...

    강풍 속에 3연속 1위 레이스
  • 18화 빙고호텔로 초대된 김재규 file

    잔혹한 고문 악명   뉴스로=이계선작가     10월 27일 육본에서 새벽국무회의가 열렸다. 합동 수사본부장이 된 전두환보안사령관은 대통령의 시해사실을 이렇게 보고했다.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박정희대통령을 시해했습니다. 합수부는 김재규일당 7명을 전원 체포하...

    18화 빙고호텔로 초대된 김재규
  • 미군 만행 다룬 소설 ‘임진강’의 류주현 작가

    [필화 70년: 25회] 정부도 외면한 ‘60년대 주한미군 만행’…문학으로 다루다 혹독한 조사 받아   ▲ 1969년 어느 날 집 서재에서 집필 중인 류주현 작가. 아들 류호창 건국대 교수 제공   (서울=코리아위클리) 임헌영 교수(민족문제연구소장) = 보수파들이 집회 때마다 성...

    미군 만행 다룬 소설 ‘임진강’의 류주현 작가
  • 1센트 더 벌려다 손님 떨군다 file

    업소는 고객 배려에 특별한 관심 쏟아야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저는 수년 전에 동포의 가게에서 시계를 샀습니다. 쇼핑몰의 입구에 위치한 간이상점인 일종의 키오스크이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시계를 골라 정가를 보니 100달러...

    1센트 더 벌려다 손님 떨군다
  • 박근혜 구속과 우리의 미래

    [시류청론] 촛불시민-세월호 희생자들의 나라, 희망이 보인다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어리석음과 탐욕의 덩어리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달 말 드디어 서울구치소 독방에 구속 수감됐다. 전두환, 노태우에 이어 헌정사상 세 번째로, 박근혜는 법 앞에 ...

    박근혜 구속과 우리의 미래
  • 17화 김재규 체포작전 file

    김형욱납치 2주만에...   뉴스로=이계선 작가     오일랑은 곧바로 가지 않고 비밀통로로 모셨다. 일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이르자 김재규는 예감이 좋지 않았다. 갑자기 수행비서 박흥주대령을 찾았다.   “박대령 박대령”   김재규옆에는 박흥주가 없었다. 조약래가 박...

    17화 김재규 체포작전
  • 경복궁 향원정, 엉터리 복원된 사연 file

    우리 궁궐의 부끄러운 비밀   뉴스로=혜문 칼럼니스트         향원정은 경복궁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정자라고 일컬어진다. 향원정은 경복궁 북쪽 후원에 있는 연못의 섬 위에 건립된 육각형의 정자이다. 향원지의 ‘향원(香遠)’은 ‘향기가 멀리 간다’는 뜻으로 북송대 ...

    경복궁 향원정, 엉터리 복원된 사연
  • 촛불민심은 ‘시민혁명’을 원한다

    [국제칼럼] 5월 9일 대선, ‘헬조선’ 끝장낼 절호의 기회 (페어팩스=코리아위클리) 박영철(전 원광대 교수) “박근혜 탄핵, 이제 시작일 뿐이다” 지난 133일 동안, 서울 광화문 광장에 연인원 1천6백만이 참가한 ‘촛불집회’가 박근혜 탄핵이 선고된 날 낸 성명서의 첫 구...

    촛불민심은 ‘시민혁명’을 원한다
  • 16화 전두환의 등장 file

    '김재규 복권소설' 연재   뉴스로=이계선 작가     이때부터 전두환이 등장한다. 전두환은 누구인가?   전두환은 1931년 1월 18일 경상남도 합천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전상우(全相禹)는 가난한 농부였지만 기질이 강했다. 악질 일본인 순사부장을 때려죽이고 만주...

    16화 전두환의 등장
  • 군부 쿠테타 불법성 비판한 황산덕 교수

    [필화 70년: 24회] 펜으로 거침없이 질타하다 중정에 끌려가   ▲ 서울대 법대 교수 시절 미국 국무부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한 황산덕 교수. 황 교수는 2개월여의 이 여행 직후 동아일보 비상임 논설위원이 돼 5·16 쿠데타를 비판하는 칼럼과 논설을 잇달아 썼다. 아들...

    군부 쿠테타 불법성 비판한 황산덕 교수
  • 가정의 실패를 보상할 성공은 없다 file

    부모에게는 계명처럼 삼아야 할 과제 있어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오래 전 리더스 다이제스트 에 “부모들의 7계명” 이라는 글이 기재된 바 있어 소개를 해 드리겠습니다. 이 글은 제가 번역을 하지 않고 교포들의 실정에 맞게 ...

    가정의 실패를 보상할 성공은 없다
  • ‘시민 혁명’과 정당의 대선 공약 file

    [국제칼럼] 촛불민심, 어느 정당 후보 택할까   (페어팩스=코리아위클리) 박영철(전 원광대 교수) = 오늘 국제칼럼은 ‘시민 혁명’과 각 정당이 본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고 내놓을 핵심 선거 공약과 시대정신을 응축하는 선거 슬로건, 그리고 이를 둘러싼 쟁점(爭點...

    ‘시민 혁명’과 정당의 대선 공약
  • ‘문재인 대세론’과 진짜 표심 file

    물속 깊이 흐르는 물결, 이재명 지지자들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3월 23일 성남시(시장 이재명) 소속 한 공무원을 SNS를 이용해 이 시장의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자, 검찰은 바로 다음 날 성남시청을 전격 압...

    ‘문재인 대세론’과 진짜 표심
  • ‘미국 짝사랑’은 이제 그만 file

    대접도 못받는 칠푼이짓 언제까지     뉴스로=김중산 칼럼니스트     ‘짝사랑’ 하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일제 강점기 나라 잃은 식민지 백성의 설움을 노래한 불후의 명곡 <타향살이>(1934)에 이어 고복수가 구성지게 부른 <짝사랑>(1936)이 바로 그것이다. 결코 이루...

    ‘미국 짝사랑’은 이제 그만
  • “미국편향의 한국외교”도 적폐다 [1] file

    차기정부 미‧중‧러 균형외교 시급     뉴스로=김원일 칼럼니스트     얼마 전에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아시아 순방길에 한국을 들렀다. 그가 보여준 한국을 경시하는 듯한 언행들에 대해서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 그리고 기존 미국정부의 대북정책인 이른바 “전략적 ...

    “미국편향의 한국외교”도 적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