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정책을 둘러싼 내분으로 프랑스 내각이 총사퇴하고 개각이 단행됐지만, 여전히 올랑드 대통령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 4월, 집권 사회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뒤 보수 성향의 발스 총리를 앞세운 새 내각을 구성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입각한 주요 장관들이 정부의 계속적인 긴축정책이 실업률을 높이고, 나아가 유로존 경기마저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며 올랑드 대통령에 반기를 든 것이다. 결국 새 내각은 출범 4개월 만에 좌초되는 운명을 맞았다.
몽트부르 경제장관은 물러나면서도 “긴축정책은 결과적으로 구매력을 줄이고 경기후퇴와 디플레이션을 불러올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극우 정당을 키워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함께 사퇴한 오렐리 필리페티 문화장관 역시 “긴축재정은 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환멸을 불러오고 유권자들을 국민전선 같은 극우 정당으로 보내게 될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내각총사퇴 후 항명 장관들을 경질하는 개각으로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진짜 불은 이제부터라는 진단이다.
EU는 각국 재정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지 말라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4.3%를 기록한 프랑스는 기준을 맞추라는 압력을 받아왔다. 독일에 기준을 완화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하면서 발스 총리 내각은 정부 지출 210억 유로를 줄이겠다는 안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프랑스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주도하는 EU의 재정긴축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올해 초 "재정 건전성 회복을 위해 내년부터 3년 동안 500억 유로의 공공부문 지출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후 긴축 정책을 시행해오고 있다. 세금을 낮추고, 각종 규제를 줄이는 등 개혁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유럽경제, 특히 프랑스 경제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이같은 정책 방향을 두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올해 프랑스 경제 성장률이 작년과 마찬가지로 0에 가까울 것이고 현정부에서는 과감한 경제성장 정책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비판의 강도는 한층 거세지고 있다. 올해 초 지방선거 참패 이후, 하반기 상원 선거에서도 패배가 예상된다.
벼랑 끝에 몰린 올랑드 정부가 내각총사퇴와 개각 카드로 야심차게 정국타계 구상을 밝혔지만, 역대 가장 무능한 정부라는 불명예의 수렁에서 벗어나기는 힘겨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