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청론] 촛불시민-세월호 희생자들의 나라, 희망이 보인다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어리석음과 탐욕의 덩어리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달 말 드디어 서울구치소 독방에 구속 수감됐다. 전두환, 노태우에 이어 헌정사상 세 번째로, 박근혜는 법 앞에 예외 없다 는 귀중한 선례를 남기며 감옥에 갖힌 것이다. 박근혜 구속은 메가톤급 뉴스였기에 구속 첫날 이미 천여 개 세계 언론이 대서특필했다.
박근혜의 불운은 지난 2012년 국정원 등 국가기관을 총동원해서 저지른 18대 부정 대선이 그 시발점이었다. 처음부터 무능하기 짝이 없는 그를 부정 선거를 자행, 청와대로 보내서 자기네 욕구 충족에 혈안이 되었던 이명박계와 국정원 및 여러 정부 관련기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재벌, 그리고 대부분의 수구언론 등 전체 기득권 체제가 무너지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건이 바로 박근혜의 구속이다.
▲ 필자 김현철 기자 |
특검 등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조사로 밝혀진 여러 가지 구린내 나는 사실들로 96%의 국민들은 현기증을 느낄 정도였다. 여자관계가 복잡한 40년 연상의 최태민과 그 집안의 비상식적인 유착, 미스터리에 가까운 부의 축적 과정, 아버지 독재자의 강탈로 전해지는 정수장학회, 영남학원, 육영재단, 한국문화재단 등에서 보여준 행적 등을 깊이 들여다보면 박근혜의 민낯이 드러난다.
청와대에 들어 간 후에도 국민들을 위한 단 한 건의 주요 업적은 없었고, 반면에 미국만을 추종하는 대북 적대정책에 따른 냉전 격화, 한 치도 못 내다 본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졸속 결정에 따른 중국의 보복 등으로 경제 파탄과 전쟁 위험을 초래했다. 어디 이뿐인가. 국민 정서에 반하는 일본군 성노예(위안부) 문제, 세월호의 꽃다운 304명 희생, 국정교과서에 따른 역사 왜곡 등으로 평소 소신처럼 강조했던 ‘법과 원칙’의 모습과는 정반대되는 ‘위선자’의 모습만 뚜렷하게 보이는 실정을 자행하여 국민들을 크게 좌절시켰다.
결국 일차적으로는 박근혜가 죄인이지만 크게 보면 그가 ‘바보’인 줄을 모르고 아버지 박정희만 생각하고 검증 없이 대통령으로 만든, 민주시민으로서는 부끄러운 의식수준의 수많은 국민들, 그리고 부정선거로 그를 당선시켜 자신의 BBK 사건 등 사기사건 관련, 감옥행을 면할 보험을 든 이명박의 죄가 보다 더 크다 할 것이다.
이제 이명박은 차기 정부 검찰의 수사로 감옥행이 머지않은 듯하다. 그러나 나라를 이 지경까지 만드는 데 크게 책임감을 통감해야 할 기득권 세력은 물론이고 그를 추종한 많은 국민들은 이번에 크게 각성하고 무혈혁명으로 이룩될 새나라 건설에 적극 이바지하여 나라를 이 지경까지 망친 죄값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겨우 30년의 민주주의 역사를 지진 우리 국민들의 무혈혁명은 수백 년 민주주의의 역사를 가진 유럽 여러 나라 국민들에게까지 모범을 보여주었다. 이 같이 자랑스런 혁명은 국가권력의 원천이 자신들임을 분명히 보여준 청년-학생-주부-노동자 등 평범한 시민들의 촛불에서 시작됐다는 것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 촛불이 없었다면 무능하고 비굴하기 짝이 없는 대부분 야당 정치인들이 국회 탄핵 결의를 이룩했겠으며, 오랜 세월 강자의 눈치를 보아 오던 헌법재판소 판사 전원이 8:0 만장일치로 탄핵 판결을 했겠는가? 1600만 시민의 아우성이 없었다면 반민주 법관들이 수두룩한 사법부와 검찰이 제 구실을 해낼 수 있었겠으며, 촛불의 바다 없이 '기레기'로 가득찬 주류 보수 언론들이 바른 소리를 할 엄두를 낼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번 혁명을 겪으면서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국격을 바닥까지 떨어트린 박근혜에게 고맙게 느끼지기까지 한다. 국정농단 사건이 보도된 이후 불과 몇 달 동안에 '언제 우리 국민이 바보였냐'는 듯 전 세계가 깜짝 놀랄 정도로 대부분 국민의 의식수준이 확 달라져 버렸다는 사실이다. 거기에 더해서, 수십 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도 바뀔지 말지 한, 국민의 머리에 잘 못 각인된 박정희의 '청렴결백'이라는 환상이, 딸의 실정으로 단 몇 달 만에 가장 더러운 탐욕만을 좇던 속물로 밝혀지고 말았음은 너무나 다행스런 일이다. 거기에 96%의 국민이 절실히 바라는 적폐청산 및 새 민주국가 건설의 기회까지 마련해 주었음은 바로 박근혜의 실정 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5.16 군사 쿠데타 이후 1976년까지 미국의 무상원조 중 23억달러, 거기에 거의 9년간에 걸친 연인원 32만 여명(그 중 5천여명 전사)의 베트남전 참전 한국군 봉급 중 90%(당시 액수로 317억 달러, 이세호 주월한국군 제2대 사령관 증언)를 가로채 이후락 비서실장을 통해 스위스 은행에 개인 비자금을 저축한 박정희다. 또 집권 18년 간 박정희는 평균 1주에 두 차례씩 일류 연예인 등 유부녀까지 포함한 약 2천여 미인들을 강제로 자신의 침실로 납치해, 수욕을 채우는 등 역대 가장 악랄한 독재자였음에도 박근혜 게이트 이전에는 거의 대부분의 언론이 이에 침묵했다.
한 가지 우리 국민이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것은, 이번 박근혜 구속을 성공시킨 이면에는, 침몰이 끝나는 긴 시간동안 단 한 번도 퇴출 명령을 하지 않고 '꼼짝 말고 그 자리를 지키라'(바로 집단 학살을 의심케 하는 결정적 이유다.)며 꽃다운 학생 등 304명의 세월호 희생자, 용산참사 희생자, 쌍용차 희생자, 백남기 선생의 희생 등이 밑거름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들 희생자는 팽목항 앞 바다 속에서 솟아올라 다른 참사 희생자들과 함께 빛나는 별이 되어 밤마다 이 나라 국민들의 양심에 '이게 나라냐?'고 울먹이며 제대로 된 새 나라 만들어 달라고 호소한 결과가 오늘 날 '박근혜구속'과 '적폐청산', '국가대개혁' 명령으로 승화했다는 사실이다.
박근혜가 구속된 지금, 한국은 새로운 민주공화국 건설을 열망하는 촛불시민들의 의지를 압축한 정치적 민주주의, 재벌개혁에 따른 경제적민주주의, 노동존중사회, 보편복지사회, 인권존중사회, 남북관계 개선 및 평화체제, 시민적 기본권 강화와 새로운 시민사회의 형성 등 촛불 시민들의 요구가 실현되어 가는 희망찬 나라로 발돋움하고 있다.
우리 모두 한동안 배고프고 고달파도, 내일의 빛나는 대한민국을 위해 좌절하지 말고 끊임없는 촛불을 밝히며 한 발짝씩 전진하자. 밤마다 별들이 귓속말로 호소한 적폐청산과 국가대개혁의 종착점이 바로 저 앞에서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