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즈는 니스에서는 동쪽으로 11㎞, 모나코에서는 서쪽으로 8㎞ 떨어진 곳으로, 해발 427m 위의 바위산 절벽 위에 있는 산악마을이자 아담한 중세마을이다. 멀리서 보이는 에즈의 형상은 독수리가 둥지를 튼 모습과 흡사해 ‘독수리 둥지’라 불리기도 하고, 이름처럼 세상과는 격리된 듯한 천연요새이기도 하다.


에즈 마을은 13세기 로마의 침략을 피해 산꼭대기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마을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고, 14세기에는 흑사병을 피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지금의 에즈로 자리 잡았다. 이때부터 마을은 여전히 14세기의 모습으로 남아있고, 사람만이 세월 따라 왔다가 떠나고 있다. 


에즈는 한 때 이탈리아 (사르디니아 왕국)에 속했다가 1871년에 프랑스에 귀속되었다. 중세 시대의 골목길과 집은 보존이 잘 되어 아기자기, 옹기종기 하늘과 닿으려는 듯 하늘을 향해 거침없이 솟아있고, 아래로는 깊은 푸른빛 바다가 펼쳐져 하늘과 바다를 이어주는 다리 같다.




유서깊은 호텔 에자성과 ‘열대정원’의 전망




에즈 빌리지 골목길에는 꽃으로 예쁘게 장식한 집과 예쁘게 단장한 기념품 가게, 수공예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공방, 갤러리들이 멋진 작품으로 진열되어 있어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마을을 찾아오는 이들이 쉴 공간인 레스토랑이나 카페는 각자의 개성을 자랑하듯 작고 아름답고, 호텔도 작지만 격조 높다. 그중에서도 호텔 에자성 (Château Eza)은 스웨덴의 윌리엄 왕자가 고급호텔로 개조한 곳으로 400년 역사의 전통을 지닌 곳이다. 미슐렝이 추천하는 호텔 레스토랑은 맛있기로 소문난 곳으로 미식가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마을을 돌다 마을 꼭대기에 자리한  ‘열대정원’을 방문하면 방점을 찍게 된다. 지중해 연안의 마을 중에서 아름다운 지중해를 보기 위한 가장 좋은 전망 장소로 꼽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열대정원’ (Le Jardin d'Eze)은 산꼭대기 옛 성터에 자리해, 열대식물들이 이국적 정취를 자아내고, 곳곳에 자리한 조각품들은 정원을 예술의 정원으로 만든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예술품과 인간의 손이 만들어 낸 예술품이 조화를 이루며 정원의 공간을 한층 더 아름답게 빛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원에서 바라다보는 바다는 다양한 블루의 향연이고, 산과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아늑하니 바람 부는 곳을 향해 마음을 열게 하듯 한없이 부드럽다. 화창한 날에는 코르시카 섬까지 보일 만큼 바다로 확 트인 정원에서의 시간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라고 기억될 곳 그런 곳이다.  




니체의 산책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니체




에즈 마을 입구에서 기차 간이역까지 이어지는 길은 ‘니체의 산책로’라고 불린다. 프리드리히 니체가 에즈에 살며, 산비탈 길을 따라 산책하던 길로, 니체는 이곳에서 영감을 얻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일부를 집필했다고 한다.


니체의 아버지는 목사로 그의 나이 5살 때 사망했고, 니체는 독실한 기독교 가문인 할머니집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했다. 어렸을 때부터 몸은 허약했고, 언어와 음악에 재능을 보였던 예민한 소년이었던 니체는 대학에서 신학과 문학, 그리스 문헌학을 공부했고, 학위를 따기도 전에 문헌학에 대한 재능을 인정받아 24세 때 바젤 대학에서 문헌학 교수가 되었다. 1866년에 니체는 매독에 걸려 치료를 했지만, 몸은 더욱 쇠약해졌다. 1870년 보불전쟁에 의무병으로 종군했으나 병이 들어 귀환하면서부터는 평생 병마에 시달리게 된다. 1879년에는 건강상태가 악화 되어 교수직을 사임하고 따뜻한 유럽 도시를 돌아다니며 요양과 집필 활동을 했다. 1882년에 릴케의 연인이기도 했던,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뮤즈였던 루 사로메를 사랑해 구혼도 하지만 그녀에게 거부당하면서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다, 1887년 그녀의 결혼 소식을 듣고는 광기가 도져 정신병으로 이어진다. 1889년 1월 3일 니체는 투린의 광장에서 마부에게 채찍질 당하는 말을 보고는 울며 감싸 안으며 말을 보호하다 넘어진다. 이때가 니체의 마지막 맨 정신이었다. 그 이후 정신발작을 일으키고는 10년 동안 어머니와 누나의 보호를 받으며 살다 1900년 바이마르에서 세상을 떠났다.


니체는 1879년부터 건강 악화로 따뜻한 남부인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도시를 돌던 시절 중 1882년부터 1887년사이에는 겨울마다 니스와 에즈에 머물렀다. 이 시기에 가장 왕성한 저술 활동을 했고, 니체는 에즈의 산비탈 길을 걸으면서, 바다를 바라보며 영감을 얻고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저술하기 시작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에,


“그대는 마치 바다 속에 있는 듯 고독 속에서 살았고, 그 바다가 그대를 품어주었지. 


그런데도 아아, 그대는 뭍에 오르려 하는가? 아아, 그대는 다시 자신의 몸을 질질 끌고 다니려 하는가?”


라는 문장이 있다. 낙타의 짐을 내려놓고, 사자와 같은 자유로움을 통과한,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인간을 저 바다에서 보았는지도 모른다. 


니체가 자신을 투영했을 지도 모를 심연 깊은 바다를 보고 있으면, 스스로가 창조적 주체자로 선악을 넘어서야 하고, 노예의 도덕에서 벗어나 틀과 집단에서 벗어나라고 했던 니체의 말들이 바다를 타고 오는 소리로, 바람을 타고 온다.




에즈 열대정원 (Le Jardin d'Eze)


주소: 20 Rue du Château, 06360 Èze


개관시간:  7월~8월 : 9h~0h. / 9월1일~6월30일 : 9h-18h30.


입장료: 6유로


www.eze-tourisme.com


찾아가는 방법: 니스의 segurane 정류장에서 에즈행 버스(82번, 112번)를 타고 EZE village 정류장에서 하차. 배차간격이 길어 시간확인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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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위클리 / 조미진 chomij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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