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즐랜드(Queensland) 해안에서 서부 내륙으로 약 600킬로미터 지점의 맥스웰턴(Maxwelton)에서 펼쳐지는 연례 경주인 ‘Maxwelton Races’가 트랙 안전 문제로 취소되자 경주를 위해 모여든 사람들은 말 없이 직접 달리기 시합을 벌이는 것으로 올해 이벤트를 이어갔다.
퀸즐랜드 아웃백의 ‘Maxwelton Races’... ‘말’없이 달리기로 이어져
퀸즐랜드(Queensland) 주 서부 내륙, 남부 호주(SA)와의 경계지점으로 호주에서 가장 건조한 심슨 사막(Simpson Desert) 인근에 자리한 버즈빌(Birdsville)이라는 이름의 타운은 인구 100여명의 아주 작은 시골 마을이다. 워낙 내륙 깊은 곳에 자리해 특별히 이곳을 찾는 이들도 없다. 하지만 1년에 딱 한 번, 이 마을 인구의 100배에 이르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날이 있다. 매년 9월 초, 버즈빌의 활량한 벌판에서 열리는 말 경주, 버즈빌 레이스(Birdsville Races)가 열리는 주말 이틀간이다. 이 행사가 끝나면 버즈빌은 다시금 쓸쓸하고 황량한 사막지역 풍경 속으로 빠져든다.
드넓은 호주 내륙에서, 버즈빌처럼 100명도 안 되는 마을 사람들이 1년의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는 곳은 많다. 퀸즐랜드 해안가에서 서쪽 내륙으로 약 600킬로미터 지점, 리치몬드 샤이어(Shire of Richmond) 지역의 작은 마을 맥스웰턴(Maxwelton) 사람들 또한 매년 4월 초 열리는 ‘맥스웰턴 레이스(Maxwelton Races)를 기대하며 한 해를 버틴다. 외부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는 오지에서 외지인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이 이벤트야 말로 오지의 농촌 마을에서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유일한 이벤트일 것이다.
‘맥스웰턴 레이스’(Maxwelton Races)를 주관하는 ‘Maxi Race Club’의 빌 니드햄(Bill Needham) 대표(왼쪽)와 지난 50년간 위원으로 활동해 온 데이빗 카터(David Carter)씨(오른쪽).
맥스웰턴 레이스를 즐기기 위해 온 사람들이 ‘callers' box’에 올라 말 경주 대신 사람들이 직접 선보인 달리기 시합을 보고 있다.
그런데, 지난 4월1일(토) 열리기로 한 맥스웰턴 경주가 트랙 문제로 취소됐다는 소식이다. 모든 준비를 마친 주최측, 또 경주에 참가하고자 각자의 말을 타고 모여든 100여명의 선수들은 경주를 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는 마음을 가누기 힘들었다.
금주 월요일(3일) ABC 방송에 따르면 퀸즐랜드 주 경마 안전을 담당하는 ‘Queensland Racing Integrity Commission. QRIC)는 이날 아침, 말 경주를 위한 트랙의 안전성을 이유로 경주를 벌일 수 없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맥스웰턴 커뮤니티는 이 경주가 최소됐다 하여 축제를 즐기려는 이들의 마음까지 앗아간 것은 아니라는 것에 공감했고, 그래서 올해 레이스는 ‘말’이 없는 레이스가 되었다.
데이빗 카터(David Carter)씨는 지난 50년간 맥스웰턴 레이스를 주관하는 ‘맥시 레이스 클럽’(Maxi Race Club) 위원으로 활동해 왔다. 이 기간 중 기수로서 직접 말을 타고 경주에 참가한 것이 15년, 그리고 30여년은 트랙을 준비하는 일을 해 왔다.
그는 레이스가 취소된 데 대해 ‘충격적’이라고 표현하면서 “트랙의 안전을 우려한 위원회의 결정에 우리는 낙심할 수밖에 없었지만 우리들 입장에서 맥스웰턴 트랙은 지극히 안전했다”고 약간의 비난을 덧붙였다. 트랙은 지난 수년 동안 경주를 펼쳐온 상태 그대로 라는 것이다.
‘맥시 레이스 클럽’의 빌 니드햄(Bill Needham) 대표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레이스를 펼치지 못한 것은 우리에게 있어 큰 타격이며 특히 이미 스폰서를 확보했기에 레이스가 펼쳐지지 못했다는 것은 상당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맥스웰턴 레이스가 펼쳐지는 이날 하루, 참가자들에게 시원한 음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간이 바(bar)의 바텐더들.
QRIC, “안전 필요성 강조한 것”
반면 QRIC의 로스 바렛(Ross Barrett)씨는 성명서에서 이 같은 결정이 안타까운 일이지만 ‘안전’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QRIC는 성명서에서 “맥스웰턴 레이스 트랙은 올해 4월1일 경주를 위한 안전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런 한편 맥시 레이스 클럽의 니드햄 대표는 “경주가 열리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올해 이벤트를 위해 맥스웰턴을 찾는 이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미 기분이 고조된 이들은 그들 스스로 즐거움을 찾았으며, 그런 모습에 우리 또한 함께 즐거웠다”는 그는 “어찌 됐든 올해 우리가 이들에게 맥스웰턴 레이스를 경험하게 하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레이스는 불발됐지만
파티는 계속됐다
올해 맥스웰턴 레이스에 베팅을 했다는 메건 이스턴(Megan Easton)씨는 “경주가 진행되지 않았다 해서 이 목장 지대의 하루 이벤트를 망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레이스 친구들을 실망시킨 것은 분명 슬픈 일이지만 이들은 내년에 다시 희망을 갖고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경마는 취소됐지만 다른 트랙 경주가 마련됐다. 바로 말(horse) 없이 맥스웰턴을 찾은 이들이 직접 달리기 경주를 벌인 것이다. 이 경주에는 어린이에서부터 나이 든 어른들까지 참가했으며, 일부 소그룹은 1천200미터의 ‘맥시 마일’(Maxi Mile)을 달리는 시합을 벌였다.
시골 마을 운동회를 연상케 하는 어린이 달기기 시합. 맥스웰턴 레이스는 취소되었지만 지역 사람들 및 외부 관람객들은 직접 맨발로 달리기 경주를 벌였다.
다른 지역 아웃백 레이스도 우려
‘맥시 레이스 클럽’의 데이빗 카터 위원은 올해 맥스웰턴 레이스가 취소된 데 대해 다른 클럽의 우려도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트랙과 그라운드 상태로 맥스웰턴 레이스가 취소됐다는 소식은 다른 지역 레이스 클럽에게도 같은 우려를 갖게 할 것”이라며 “곧이어 열리는 줄리아 크릭(Julia Creek) 지역의 레이스가 어떻게 결정될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맥시 레이스 클럽의 니드햄 대표는 앞으로도 맥스웰턴 레이스는 계속 이어질 것이지만 어떤 상태의 트랙이 경주에 합당한지를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레이스 이벤트를 펼칠 수 있을런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 “다시 이 이벤트를 준비하면서 경주를 열 수 있다는 보장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QRIC의 배럿씨는 퀸즐랜드 서부 지역 아웃백 타운들의 레이스가 지역민들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한다면서 “하지만 QRIC는 경주에 참가하는 말과 기수의 안전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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