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청론] 전쟁 분위기 띄우는 트럼프, 보수 재집권 은근히 유도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지난 4월4일 NBC는 간판 앵커인 레스터 홀트를 오산 미 공군기지에 파견, 한반도가 심각한 위기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기타 미국과 일본의 언론들도 미군의 선제공격이 한미합동군사훈련이 끝나는 4월27일에서 4월30일 사이에 일어나 북한을 초토화할 것이라고 보도하는 등 전 세계 언론이 전례 없이 한반도 전쟁 관련 뉴스를 쏟아내고 있어, 북미 전쟁이 바로 며칠 안에 터질 것 같은 위기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 4월 7일 미중 예비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북핵 문제에 관한 한 별 힘을 쓰지 못하는 시진핑에게, ‘만일 중국이 북한 핵문제를 풀지 못하면 미국이 하겠다’는 과격 발언으로 중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며칠 전에는 미군이 59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반미 시리아에 발사, 북한을 위협하는 등 미국의 최근 행동의 이면에는 세 가지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필자 김현철 기자 |
한반도 위기 고조시키는 미국, 이유는?
우선 한국의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의 집권 가능성이 커지자, 불안해진 미국이 차기 한국 정권이 사드 한국배치 철회와 남북 관계회복 등 미국의 아시아 패권 유지에 장애 요소를 제거할 목적으로 초대형 북풍을 조성해서 보수기득권 세력이 선호하는 안철수 후보의 집권에 힘을 실어주자는 계략으로 보인다.
원래 4대강 사업을 협조했던 이명박계 인물인 안 후보는 지난 4월6일 관훈클럽 토론에서 자신이 속한 국민의당 당론인‘사드 배치 반대’를 무시하고 ‘사드배치 지지’ 자세로 돌변했다. 수구언론이 탄생시킨 자본가 안철수는 국정원 부정선거, 세월호 진상규명 집회, 노동법 개악,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주요 현안들에 함구하는 등 보수 세력의 재집권을 바라는 미국이 반기는 후보다.
안 후보는 지난 1월5일부터 4일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 참석했는데, 이 때 미국 정계와의 비밀접촉 가능성도 있다. 안 후보가 미국의 뜻대로 당선될 경우 촛불혁명의 요구인 적폐청산은 좌절될 것이다.
문제는 선거 때마다 북풍에 놀아났던 한국국민들이 천안함 사건 때부터 북풍에 이용당하지 않을 만큼 똑똑해졌지만, 한미연합군과 북한 간의 전쟁을 유도할 북의 선제공격에도 흔들리지 않고 소신껏 투표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다행히 중국이 사드배치 철회 가능성이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집권을 선호하기에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의 대 북한 압박성 발언에도‘대화와 협상’이라는 기존입장을 고수했음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미중 회담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가능성을 강조한 것도 거꾸로 뒤집어 보면 미국이 중국의 동의 없이는 대북 선제타격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미국이 진짜로 선제타격을 하겠다면 북한과 가까운 중국에 공공연하게 떠벌일 이유는 없다.
또 다른 측면에서 미국의 이러한 행동은 앞으로 있을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지난해 대중무역 적자가 5400억 달러에 달하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즉, 대중무역 적자폭을 줄여야 하는 트럼프 입장에서는 수단방법 안 가리고 중국을 압박, 사전회합에서 미국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몸부림이라는 것이다.
지난 4월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의 핵무기와 미사일방어체계 운용을 담당하는 ‘전략사령부’ 존 하이튼 사령관이 4월4일에 있었던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나와 "미국에 가장 큰 위협은 러시아다. 그러나 매일 밤 내가 걱정하는 것은 북한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예측이 가능하나, 오늘 밤 북한이 무슨 짓을 할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이는 미 태평양사령관 해리 해리스 대장이 기자들 앞에서 “북한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고 했던 발언과 같은 것으로, 미국 군부의 북한군에 대한 불안감의 정도가 예상보다 심대하다는 반증이다.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 속사정
이 시점에서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전략으로 알려진‘전략적 인내’의 속사정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오바마 역시 북한 말살을 위해 최선을 다 했으나 미군의 정보력 내지 군사력 부족으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고, 이를 숨기기 위해‘전략적 인내’라는 단어를 사용해 왔을 뿐이라는 것이다. 오바마의 대북정책은 알려진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것에 방점을 두는 것이 옳다.
<뉴욕타임스> 워싱턴 특파원 데이빗 생어 선임기자의 기사를 보면, 오바마는 지난 2014년 미 국방부에 북한의 미사일프로그램에 대한 사이버공격과 전자공격을 단행하라는 명령을 내렸으나 공격 결과는 실패였다. 명령을 받은 미 국방부가 북한에 사이버공격을 은밀히 시도하고 있을 때, 오바마는 이 공격이 성공할 것으로 확신하고 방송 대담에 출연, 북한에 대한 사이버공격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미국민들은 사이버 공격의 결과에 대한 후속 보도를 듣지 못했다. 북한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성공하지 못했음을 뜻하는 것이다.
오바마는 포기하지 않고 2015년에 다시 미국 사이버사령부와 중앙정보국에‘최신 사이버 공격 기술’을 동원해 북한을 다시 공격하라고 명령했으나 또 실패했다. 번번이 실패한 미국의 사이버사령부는 오바마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16년, 북한의 화성-10 탄도미사일이 ‘발사 직후 폭발했다‘는 거짓을 날조하여 언론에 유포했다. 이는 사이버사령부가 거듭된 해킹 실패로 낙심한 오바마를 위로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세계 최고라는 미 사이버사령부가 북한에 시도한 사이버 공격에 번번이 실패한 이유가 있다. 인터넷 전문가들은 폐쇄국가인 북한이 어떤 외부세력의 사이버공격에도 끄떡없는 세계 최강의 사이버보안체계를 확립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북한은 다른 나라들이 모두 쓰는 ‘세계망(월드와이드웹=WWW)을 북한의 외국인 전용호텔 이외에는 전혀 쓰지 않고, 북한 고유 국가망인 일반인용 ‘광명망’과 정부와 군부 전용인 ‘내부망’만을 사용해 적국의 사이버 테러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 특유의 인트라넷의 비밀을 알아내기 전에는 아무도 북한을 해킹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북한은 미국, 한국 등 전 세계 31개국의 군사기밀, 은행계좌 등을 마음대로 해킹하는 사이버 전사 7700명으로 구성된 세계 최강.최대 사이버부대를 활용하여 필요할 때마다 군사기밀을 빼내고 있다.
북한의 사이버 부대는 근래‘친북한’에서 ‘친한국’ 성향으로 돌아선 방글라데시의 중앙은행을 해킹하여 8100만 달러를 인출할 능력까지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몇 해 전 미 국방부 및 국무성 해킹으로 수만 건의 기밀이 폭로된 것도 북한 사이버 부대의 활약으로 보고 있다. 다른 곳도 아니고 미국의 군사기밀을 총괄하는 국방부가 3만여 건의 비밀문서를 해킹 당했다면 전 세계의 미군 분포와 군사작전현황, 군사훈련내용, 신무기제작 현황 정보 등 극비에 속하는 모든 군사기밀이 이미 북한군의 손에 들어갔다는 뜻으로, 국가안보 차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라 할 것이다.
북한, 4월을 조용히 넘길까?
4월은 북한에게 중요한 달이다. 11일, 13일, 15일, 25일 등 북한의 중요 기념일들이다. 어떤 중요한 날을 택해 핵실험을 해 온 북한이기에 이 달을 조용히 넘길지 걱정이다.
최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특사가 북한을 방문, 최선희 북한외무성 미국국장을 만나 모종의 협의를 진행해서 러시아가 북미대화의 다리역할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국은 뒤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을 통한 대 북 대화 노력, 앞에서는 대북 강경 자세 등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
트럼프는 오바마의 경험을 살려, 아시아 패권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대 북한 대화 자세를 하루 속히 택하는 길만이 양쪽의 공멸이 아닌 서로가 ‘윈윈’하는 길이 될 것이다. 전쟁을 택할 경우 미 본토, 한반도, 일본 등의 초토화는 물론, 한국마저 적화통일로 끝날 가능성이 큰 현실을 직시하고, 북한과 평화협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한국불가침 조건을 포함시켜 한국 적화를 예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