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유입이 호주 적정 인구 유지의 중요한 요소인 것은 분명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주택가격, 인프라, 환경 등 많은 문제를 추가하게 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사진은 연방 재무부 스콧 모리슨(Scott Morrison) 장관. 오는 5월 연방 예산 계획 발표를 앞두고 호주의 연간 이민자 수용 규모도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다.
페어팩스 미디어, 이민 유입에 따른 정부의 주요 정치적 이슈 분석
새 회계연도(2017-18년) 연방 예산 계획 발표가 한 달여 남았다. 이런 가운데 현 자유-국민 집권 정부는 호주 정치 환경에서 상당히 큰 몇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저렴한 주택가격, 경제성장, 극우 포퓰리즘의 귀환, 부족한 인프라, 압박감이 더해 가는 환경 문제, 빠른 고령화 등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다.
이 같은 정치적 이슈는 매일같이 미디어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때론 지역사회 분열을 조장하거나 선거 상황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정치적 이슈들은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호주 정치에서 가장 민감하고 또 그만큼 중요한 해외 이민자 수용이다. 이민자로 인한 인구 증가가 주택문제, 인프라, 경제 등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지난 일요일(9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현재 연방 정부가 맞닥뜨린 여러 정치적 이슈들과 이민 문제를 분석, 눈길을 끌었다.
현재 호주로 유입되는 해외 이민자는 호주 광산업 경기가 호황을 누리던 마지막 해, 연간 평균(대략 10만 명)의 3배까지 증가했으나 이후 수년간 평균치의 2배 정도를 이어오고 있다. 정부의 해외 이민자 유입은 정부의 영주 이민 프로그램에 의한 것으로, 현재 호주 정부가 수용하는 이민자 수는 19만 명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호주에서 부족한 기술 직업군이다.
호주의 경우 출산으로 인한 인구의 자연 증가율이 상당히 저조한 편으로, 부족한 인구를 해외 유입 이민자로 채우는 실정이며, 이는 세계 평균의 1.5배에 달한다. 지난해의 경우 호주 인구의 자연 증가(출산)는 15만5,500명이었다. 반면 이민자 유입은 19만3,200명으로 크게 높았다.
연간 19만 명 선에 이르는 해외 이민자 수용에 대한 장점이나 단점, 이를 줄여야 하는지 여부는 상당히 복잡한 문제이며, 예산 책정에 앞서 공개적으로 또는 사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현 턴불(Malcolm Turnbull) 수상의 집권 전, 토니 애보트(Tony Abbott) 당시 수상은 인구 증가로 인해 주택 가격이 치솟고, 이것이 호주 사회의 주요 문제로 대두되자 “주택 가격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민자 유입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주택 가격
각 주의 대도시, 특히 시드니와 멜번의 폭발적인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주택 구입에 따른 인지세 변경, 연금 단속, 양도 소득세 방안 등 연방 및 각 주 정부의 여러 조치들은 생겨났다가 버려지곤 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급등한 주택 가격이 심각한 문제라는 것은 분명하다.
‘생산성위원회’(Productivity Commission)는 지난 2016년 보고서에서 “호주 주요 대도시의 이민자 유입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토지 및 주택가격 상승 압박을 강하게 받는다”고 진단했다. 이는 해외 이민자와 주택가격 간의 연결고리를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생산성위원회 보고서는 이어 “이민자들로 인한 수요 증가로 부동산 가격이 높아지는 것은 주택 소유주들에게는 유익한 일이지만, 이는 주택 시장에 진입하는 이들의 비용을 증가시킴은 물론 생활수준의 저하를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호주 입장에서 해외 이민자를 무작정 줄일 수도 없는 실정이다. 중앙은행(Reserve Bank of Australia. RBA) 필립 로우(Philip Lowe) 총재는 이민자들이 호주의 국력이라는 입장이다.
어찌 됐든 주택 가격 압력은 계속 존재한다. NSW 주 정부는 오는 2036년까지 72만6천 개의 주거지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경제 활성화
생산성위원회는 호주로 유입되는 해외 이민자들의 소비와 이들의 노동력, 특히 인력이 채워지지 않는 분야로 이민자 노동력이 공급됨으로써 경제성장을 촉진한다고 보고 있다.
이들로 인한 국내총생산(GDP) 증가는 지난 25년 연속 호주 경제 성장의 핵심 요소가 되어 왔으며, 호주의 취약한 경제 분야를 담당했다.
전반적인 면에서, 해외 이민자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호주 근로자 임금이나 고용, 특히 현지인의 일자리를 앗아간다는 지적과 달리 이들 부분에 미미한 영향을 미쳤을 뿐이다.
■ 인프라 부족
지난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연방 재무부 최고위 공무원직(Secretary of the Department of the Treasury)을 역임했던 켄 헨리(Kenneth Ross Henry) 박사는 올 2월, 호주 경제개발위원회(Committee for Economic Development of Australia. CEDA)에서 호주 도로 및 대중교통 상황에 실망감을 표했다. 정부가 인구 성장에 대한 공식적인 전망을 근거로 매 5년마다 200만 명 규모를 수용하는 새 도시 계획을 입안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필립 로우 RBA 총재 또한 같은 의견으로, 로우 총재는 “우리가 미리 준비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고통도 커지고 있다”면서 “늘어나는 인구를 대비한 교통 인프라 투자가 부족한 데서 오는 불균형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CEDA는 “시드니와 멜번을 중심으로 한 해외 이민자 유입 패턴이 이처럼 높은 수치로 계속될 수 있을런지 의문”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 환경문제 압박
인구가 늘어나면 자연히 환경 부문도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인구가 늘어난 도시 지역에서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시의 ‘그린 그리드’(Green Grid)는 ‘살기 좋은 도시’를 평가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최대 도시 시드니는 이미 이 부분에서 70개 이상의 녹색 공간이 늘어난 인구로 크게 위협받고 있다. 시드니의 경우 향후 20년 사이 210만 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출산과 더불어 이민자 유입으로 인한 인구 증가는 보다 효율적인 도시 계획 및 환경 규제를 필요로 한다. 지역 생태계 보존, 대중 공간 확보, 깨끗한 공기와 물을 유지하고, 각종 쓰레기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다 많은 조치가 요구되는 것이다.
■ 인구 고령화
호주의 인구 고령화는 제법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고 이민자 유입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런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생산성위원회는 “해외에서 유입되는 이민자에 의한 노동력 증가는 인구 고령화를 줄일 수 있다”고 진단한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호주가 수용하는 해외 이민자를 5-세 이하의 기술직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2015-16 회계연도) 호주로 들어온 이민자 19만 명 가운데 12만8,550명은 기술직 인력이었으며 그 외 5만7천여 명은 이들의 가족이었다.
하지만 이로 인한 인구배당 효과(demographic dividend)는 단지 고령화 속도를 지연하는 것일 뿐 완전 해결책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의 이민자 유입 비율을 감안할 때, 호주는 총인구 4천200만 명에 이르는 2060년까지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을 25%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수치에서 이민자 유입을 줄일 경우, 고령자 보건 부문의 정부 지출, 연금 등으로 어려움을 커질 수밖에 없다.
■ 반 이민 정서
호주사회 일각에서는 호주의 해외 이민자 수용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호주 이민자 지원 재단인 ‘Scanlon Foundation’의 ‘Mapping Social Cohesion’ 조사에 따르면 호주인 30%는 이민자 수용 인구가 너무 많다거나 특정 민족이나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들에 대해서는 격렬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정서는 이민자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 인프라 문제, 환경적 영향 등의 우려를 기반으로 한다.
‘Mapping Social Cohesion’ 조사 보고서의 저자인 동 재단의 앤드류 마르쿠스(Andrew Markus) 교수는 “최근 수년 사이 반 이민 정서로 부각된 사례는 없었다”면서 “오히려 정치적 담론(political discourse)에서 더 잘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마르쿠스 교수는 “인프라나 주택가격 문제 등 인구 증가로 인해 사람들이 우려하는 문제가 있다면, 정부가 이를 처리해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이는 성장의 기능에 대한 문제이지 이민자 수용으로 인한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 연도별 이민자 수
2002년 : 110,500명
2003년 : 110,100명
2004년 : 106,500명
2005년 : 137,000명
2006년 : 182,000명
2007년 : 244,000명
2008년 : 315,700명
2009년 : 246,900명
2010년 : 172,100명
2011년 : 205,700명
2012년 : 237,500명
2013년 : 206,200명
2014년 : 178,000명
2015년 : 177,100명
Source : ABS
■ 호주 이민자 출신 상위 10개 국가
(2016년 6월 기준)
-UK : 5%
-New Zealand : 2.5%
-Chine : 2.2%
-India : 1.9%
-Philippines : 1%
-Vietnam : 1%
-Italy : 0.9%
-South Africa : 0.8%
-Malaysia : 0.7%
-Gremany : 0.5%
Source: 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 2016.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