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시피강변의 매리온 벽화 사연

 

뉴스로=강명구 칼럼니스트

 

 

4월18일 1.jpg

 

 

내가 2년 전 미대륙횡단 마라톤을 할 때 미시시피 강변의 작은 도시 매리온(Marion)이라는 도시를 지난 적이 있다. 그때 몇 사람이 벽화(壁畵)를 그리기에 무엇을 그리는 지 물어보았더니 1865년 4월 27일, 그러니까 지금부터 152년 전 1700여 명이나 죽은 미시시피 강의 해상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큰 슬픔이 미국인들의 가슴에서 잊힌 일이 되어 안타까워서 벽화로 재현한다는 것이다. 그때 나는 잊혀진 해상사고, 잊혀지기를 원하는 세월호 사고를 떠올렸다. 그 1년 전 한국에서는 세월호 사건이 있었다.

 

 

Civil_War_Steamer_Sultana_tintype,_1865.jpg

술타나호의 출항전 모습 <www.en.wikipedia.org>

 

 

376명이 정원인 증기기관선에 무려 2,300여 명을 태우고 술타나(Sultana)호는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승객들의 대부분은 남북전쟁에 참전했다가 북군의 승리로 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향하던 십대, 이십대 초반의 청년들이었다. 1912년 4월 15일 가라앉은 타이타닉호보다도 더 많은 희생자를 냈는데 그해 4월 남북전쟁이 끝나고 링컨 대통령이 암살(暗殺) 당하고 또 연이어 그 암살자가 총에 맞아 죽는 뉴스에 묻혀서 이 사건은 거의 보도도 안 되고 역사 속에서 묻혀버리고 말았다고 한다. 백오십년이 지나도 애절한 사건은 누군가의 가슴에서 기억되어지는 것이다.

 

또 다시 꽃가루 휘날리는 4월은 찾아왔다. 4월은 152년 전 미시시피 강에서 1,700여명을 수장시킨 사고가 난 달이고, 또 타이타닉호 사고도 4월이었다. 3년 전 대한민국의 팽목항에서 또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침몰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시신 미수습자 9명을 포함하여 304명이 숨졌다. 정부는 3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고 12일 후인 3월 22일부터 인양(引揚)을 시작했다.

 

 

04gUd017svc125t6exql36wf_ddquze.jpg

 

 

2년 전 미국의 작은 도시 메리온에서는 주민들이 모여 벽화를 그리고 있었고, 오늘 세월호 3주기를 맞은 대한민국의 광화문 광장에서는 오후 7시 세월호 희생자와 9명의 미수습자 및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과정을 기억하는 묵상으로 촛불문화제를 시작하였다. 참사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났지만 그 아픔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이 자리에 촛불을 들고 모인 시민들은 슬픔을 함께 나누며 서로를 위로하며 이런 일이 다시는 재발하는 않겠다는 아픔을 희망으로 승화(昇華)시키는 의식을 치렀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잊을 수 없는 일이 있다. 잊혀지기를 거부하는 사건이다.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문학'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gmg

 

 

 

 

 

  • |
  1. 4월18일 1.jpg (File Size:147.8KB/Download:44)
  2. 04gUd017svc125t6exql36wf_ddquze.jpg (File Size:178.2KB/Download:38)
  3. Civil_War_Steamer_Sultana_tintype,_1865.jpg (File Size:151.8KB/Download:37)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아베의 소녀상 실책 서울서 곪아터져 file

    제프 킹스턴 교수 기고문     지난 4월 4일, 한국주재 일본대사가 3개월간의 공석(空席) 끝에 결국 서울로 돌아왔다. 서울과 부산에 있는 소녀상을 이유로 아베총리가 그를 불러들였을 때에는 아무도 그가 이렇게 오래 서울을 비우리라고 예측하지 못했다. 그러나 소녀상...

    아베의 소녀상 실책 서울서 곪아터져
  • 좋은 봄날 그리운 이름을 불러보네 file

    뉴욕뉴저지세사모 세월호 3주기 추모식           맑고 화창(和暢)한 2017년 4월 16일 뉴욕의 봄날은 3년전 오늘과는 너무도 다른 여름날 같습니다.   세월호 아이들과 만나는 오늘은 우리 아이들과 함께 놀기에 너무 좋은 날입니다.   304명의 그리운 이름들을 함께 한...

    좋은 봄날 그리운 이름을 불러보네
  • 27화 정승화와 전두환의 용쟁호투 file

    ‘김재규 복권소설’   뉴스로=이계선 작가     윤필용시절에는 후암동육본과 필동육본이 세를 겨뤘다. 10.26이후에는 정승화육본과 전두환육본으로 갈라져 암투를 벌리기 시작한다. 정승화는 육본참모총장이요 보안사령관 전두환은 하나회의 보스다.   10.26이후 서울지역...

    27화 정승화와 전두환의 용쟁호투
  • 26화 “윤필용과 전두환의 뒤바뀐 운명” file

    하나회 기사회생..김재규복권소설   뉴스로=이계선 작가     이후락이 평양을 다녀오자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고 통일의 기운이 깃들기 시작했다. 이후락의 인기가 천정을 뚫고 하늘로 치솟았다. 박정희는 심기가 불편했다.   (김일성은 나보다 한수 위 로구나. 나는...

    26화 “윤필용과 전두환의 뒤바뀐 운명”
  • ‘북폭’, 엿장수 맘대로? file

    ‘축포’가 없어서 전화(戰火)를 피했다   뉴스로=김태환 칼럼니스트     4월 15일이 큰 일 없이 지났다. 속보가 없는 것을 보니 축포 없이 행사가 끝난 것 같으므로 제2의 한국전을 피한 것 같다.   우리 모두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뿜어보자, 지난 번 대선 후보자들이 토...

    ‘북폭’, 엿장수 맘대로?
  • 25화 박정희는 왜 윤필용을 두려워했나 file

    ‘김재규 복권소설’ 연재   뉴스로=이계선 작가     5사단장 시절부터 윤필용을 알게 된 박정희는 가는 곳마다 그를 심복으로 데리고 다녔다. 윤필용은 20년간 박정희를 그림자처럼 보좌한 최측근이다. 이후락정보부장 박종규경호실장 김재규보안사령관 윤필용수경사령관...

    25화 박정희는 왜 윤필용을 두려워했나
  • 24화 軍사조직 ‘하나회’의 탄생 file

    전두환 대위시절 ‘오성회’조직   뉴스로=이계선 작가     10.26이후 신문과 방송은 연일 정치인들의 모임을 대서특필로 보도했다. 정치인들은 연예인들처럼 인기로 먹고산다. 인기를 얻으려면 여론을 타야하고 여론을 타려면 매스컴의 각광을 받아야한다. 매스컴의 각광...

    24화 軍사조직 ‘하나회’의 탄생
  • 23화 “떡고물 좀 묻었지” 소통령 이후락 file

    이후락은 누구인가    뉴스로=이계선 작가     청구동에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청구동에는 김종필의 집이 있었다. 당 총재로 있는 박정희대통령이 변으로 죽자 민주공화당은 공황에 빠져버렸다. 여당은 워낙 덩치가 컸다. 공화당의원과 유정회의원을 합치면 과반수가 ...

    23화 “떡고물 좀 묻었지” 소통령 이후락
  • 대한민국 노동자-시민연대 희망버스 미국 상륙 file

    찬란한 우리들의 우주를 보라     가난에서 해방되기 위해 대학가는 것이 꿈이었던 대한민국의 한 여성이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첫 여성 용접공(鎔接工)으로 조선공장에 취직 했답니다. 김진숙입니다.   1960년 인천 강화 출생, 1981년 한진중공업 최초 여성 용접공 입...

    대한민국 노동자-시민연대 희망버스 미국 상륙
  • 미국판 '세월호 참사' 아시나요 file

    미시시피강변의 매리온 벽화 사연   뉴스로=강명구 칼럼니스트         내가 2년 전 미대륙횡단 마라톤을 할 때 미시시피 강변의 작은 도시 매리온(Marion)이라는 도시를 지난 적이 있다. 그때 몇 사람이 벽화(壁畵)를 그리기에 무엇을 그리는 지 물어보았더니 1865년 4...

    미국판 '세월호 참사' 아시나요
  • ‘80세 소녀’ 이숙녀회장 이야기 file

    알재단 14돌 이회장 80세 생일잔치         안녕하세요? 이숙녀입니다.   오늘 한분 한분 뵙게 되니 제가 너무 너무 행복합니다. 몇 분 빼 놓고는 다 아는 분들이어서... 이제는 여러분이 알재단의 가족이고, 동시에 제 가족이라고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마이크를 잡...

    ‘80세 소녀’ 이숙녀회장 이야기
  • 안희정이 문재인에 득이 될까? file

    정체성이 확장성이다!   뉴스로=소곤이 칼럼니스트     난 아직 누구한테 투표할지 정하지 않았다는 전제하에서 이 글을 쓴다.   문재인은 5년 전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댓글공작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파울플레이와 광범위한 부정선거의 정황 등 공정한 기회가 보...

    안희정이 문재인에 득이 될까?
  • 22화 영웅처럼 죽은 박정희 file

    "나는 괜찮아.." '김재규 복권소설'   뉴스로=이계선 작가     유방에게 연전연승하던 항우는 해하전투에서 대패한다. 마지막이 온 걸 안 항우는 사랑하는 연인 우미인과 이별을 노래한다. 무심이 흐르는 해하강 물결을 바라보면서 항우와 우미인이 읊은 석별의 노래.   ...

    22화 영웅처럼 죽은 박정희
  • 싸드와 주한미군을 뒤집어본다 file

    영원한건 국익! 정부와 보수언론의 사드 거짓말   뉴스로=이재봉 칼럼니스트     싸드 배치에 관한 당국과 보수 언론의 거짓과 억지가 그칠 줄 모른다. 처음엔 싸드가 북한 핵미사일로부터 남한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우겼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더라도 인...

    싸드와 주한미군을 뒤집어본다
  • 너희가 국익을 아느냐 file

    대한제국 충신 이범진 공사   뉴스로=노창현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2017 한국학 학술대회에서 대한 제국 러시아 초대 공사를 지낸 이범진 공사가 1904년 러시아 신문과 인터뷰한 자료를 발굴(發掘)해 관심을 끌었습니다. ...

    너희가 국익을 아느냐
  • 21화 박정희를 용서한 김대중 file

    죽은자에 관대한 한국인   뉴스로=이계선 작가     김대중의 아름다운 치적은 정치보복중단이다. 김대중은 한국정치인중 핍박을 가장 많이 받은 정치인이다.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자 보복의 피바람이 불줄 알았다. 정반대였다. 한국의 대통령 중 정치보복을 하지 않은 대...

    21화 박정희를 용서한 김대중
  • 송요찬 ‘박 의장에게 보내는 공개장’ -장군 필화 제1호

    [필화 70년: 26회] ‘박정희 민정 참여 비판’ 3일 만에 살인·살인교사 혐의로 구속   ▲ 1961년 11월4일 청와대 관저에서 열린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의 육군대장 진급식에서 송요찬 내각수반(오른쪽)과 윤보선 대통령(왼쪽)이 박 의장 어깨에 계급장을 달아주고 ...

    송요찬 ‘박 의장에게 보내는 공개장’ -장군 필화 제1호
  • 쇼핑중독 심각하면 심리 치료사 찾아야

    금전적 손실 외 시간, 정신, 힘 낭비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쇼핑 증독증에 걸려 있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쇼핑 중독증에 걸려 있으면 심리 치료를 받아야하고 그런 치료는 일찍 받는 것이 더욱 좋다고 심리 치...

    쇼핑중독 심각하면 심리 치료사 찾아야
  • 트럼프 취임 100일의 ‘초라한’ 성적표

    [국제칼럼] 트럼프케어 좌초, 러시아 대선개입 스캔들로 역대 ‘최악’ 지지도 (페어팩스=코리아위클리) 박영철(전 원광대 교수) “현 국제정세는 어느 순간 무서운 전쟁이 돌발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외교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 이그나티우스가 ...

    트럼프 취임 100일의 ‘초라한’ 성적표
  • 대선 앞둔 한국, ‘북한의 4월’이 걱정된다

    [시류청론] 전쟁 분위기 띄우는 트럼프, 보수 재집권 은근히 유도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지난 4월4일 NBC는 간판 앵커인 레스터 홀트를 오산 미 공군기지에 파견, 한반도가 심각한 위기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기타 미국과 일본의 언론들도 미...

    대선 앞둔 한국, ‘북한의 4월’이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