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시피강변의 매리온 벽화 사연
뉴스로=강명구 칼럼니스트
내가 2년 전 미대륙횡단 마라톤을 할 때 미시시피 강변의 작은 도시 매리온(Marion)이라는 도시를 지난 적이 있다. 그때 몇 사람이 벽화(壁畵)를 그리기에 무엇을 그리는 지 물어보았더니 1865년 4월 27일, 그러니까 지금부터 152년 전 1700여 명이나 죽은 미시시피 강의 해상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큰 슬픔이 미국인들의 가슴에서 잊힌 일이 되어 안타까워서 벽화로 재현한다는 것이다. 그때 나는 잊혀진 해상사고, 잊혀지기를 원하는 세월호 사고를 떠올렸다. 그 1년 전 한국에서는 세월호 사건이 있었다.
술타나호의 출항전 모습 <www.en.wikipedia.org>
376명이 정원인 증기기관선에 무려 2,300여 명을 태우고 술타나(Sultana)호는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승객들의 대부분은 남북전쟁에 참전했다가 북군의 승리로 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향하던 십대, 이십대 초반의 청년들이었다. 1912년 4월 15일 가라앉은 타이타닉호보다도 더 많은 희생자를 냈는데 그해 4월 남북전쟁이 끝나고 링컨 대통령이 암살(暗殺) 당하고 또 연이어 그 암살자가 총에 맞아 죽는 뉴스에 묻혀서 이 사건은 거의 보도도 안 되고 역사 속에서 묻혀버리고 말았다고 한다. 백오십년이 지나도 애절한 사건은 누군가의 가슴에서 기억되어지는 것이다.
또 다시 꽃가루 휘날리는 4월은 찾아왔다. 4월은 152년 전 미시시피 강에서 1,700여명을 수장시킨 사고가 난 달이고, 또 타이타닉호 사고도 4월이었다. 3년 전 대한민국의 팽목항에서 또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침몰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시신 미수습자 9명을 포함하여 304명이 숨졌다. 정부는 3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고 12일 후인 3월 22일부터 인양(引揚)을 시작했다.
2년 전 미국의 작은 도시 메리온에서는 주민들이 모여 벽화를 그리고 있었고, 오늘 세월호 3주기를 맞은 대한민국의 광화문 광장에서는 오후 7시 세월호 희생자와 9명의 미수습자 및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과정을 기억하는 묵상으로 촛불문화제를 시작하였다. 참사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났지만 그 아픔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이 자리에 촛불을 들고 모인 시민들은 슬픔을 함께 나누며 서로를 위로하며 이런 일이 다시는 재발하는 않겠다는 아픔을 희망으로 승화(昇華)시키는 의식을 치렀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잊을 수 없는 일이 있다. 잊혀지기를 거부하는 사건이다.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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