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대위시절 ‘오성회’조직

 

뉴스로=이계선 작가

 

 

10.26이후 신문과 방송은 연일 정치인들의 모임을 대서특필로 보도했다. 정치인들은 연예인들처럼 인기로 먹고산다. 인기를 얻으려면 여론을 타야하고 여론을 타려면 매스컴의 각광을 받아야한다. 매스컴의 각광을 받을수록 정치인의 주가는 상승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정치모임일수록 CF 광고처럼 드러내기를 즐긴다. 그런데 몰래 모이는 정치그룹이 있었다. 군인들의 정치모임이었다.

 

선군정치를 펴는 북한은 세계에서 4번째로 군인이 많은 군사강국이다. 그런데 북한군을 지휘하는 지휘관은 군사령관이나 장군들이 아니다. 정치군인으로 통하는 정치보위부 위원들이다. 남한도 마찬가지다. 국방부장관 참모총장 군사령관들이 있지만 정치군인들이 군대를 좌지우지한다. 정치군인들은 서울시내와 서울외곽에 있는 부대 사령관들과 고급장교들이다. 정치군인들의 위에는 중앙정보부장이 있고 맨 꼭대기에는 청와대 주인이 있다.

 

국방부장관 삼군참모총장 관구사령관은 중앙정보부장이 요리하는 군 수뇌부다. 필동의 수도경비사 정동의 보안사 장지동의 특전사는 실질적인 정치군인부대들이다.

 

10.26이 지나자 정동에 있는 보안사 사령관실은 밤마다 불이 켜져 있었다. 보안사령관 전두환은 10.26을 수사하는 합동수사본부장이다. 밤샘수사를 하느라 그런가 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일과시간을 끝낸 군인들이 모여들었다. 수사와는 상관없는 얼굴들이었다.

 

육군본부장성들, 서울시내 주둔사령부의 대령들 그리고 서울 외곽 부대 장군들이 눈이 띄었다. 사단장인 노태우소장 박준병소장. 준장인 최세창 박희도 백운택 장기오. 대령급으로 김진영 장세동 정도영 권정달 그리고 이학봉중령. 모두가 하나회회원들이었다. 그런데 전두환소장보다 계급이 높은 황영시중장 유학성중장 차규헌중장도 있었다. 하나회는 회원과 후원회로 조직되는데 중장들은 후원회원이다. 회장인 전두환이 입을 열었다.

 

“10.26으로 박정희대통령각하께서 서거하는 바람에 하나회는 큰 위기에 봉착해있습니다. 하나회는 각하를 위해 존재하는 모임이었습니다. 각하께서 하나회의 정신적지주요 든든한 후원자였지요. 그런데 각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우리는 지금 기로에 서있습니다. 각하께서 가셨으니 우리 하나회는 해체하고 뿔뿔이 흩어져 각각 제 살길을 찾아가야 할지? 아니면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할지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젊은 대령이 일어섰다.

 

“그럴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더욱 뭉치고 분발하여 박정희각하의 유지를 받들어야 합니다. 각하가 길러놓은 우리 하나회는 국군 최고의 엘리트그룹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군대내의 정보와 보안계통을 장악하고 있어서 신속함과 조직력이 막강합니다. 뭉치면 무엇이던지 할수 있습니다”

 

선배급인 중장이 입을 열었다.

 

“그래요. 우리 속담에 ‘큰말이 나가면 작은말이 큰말노릇을 한다’ 고 했어요. 각하는 갔지만 젊고 연부역강한 전두환장군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나가시오. 그러면 우리들 중장들은 울타리가 되어 후원 할 것이오”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들은 하나회모임이었다. 하나회가 뭔가?

 

1950년대 후반이었다. 대구가 고향인 다섯 명의 젊은 대위들이 악수를 나눴다. 그들은 전두환 노태우 김복동 정호용 박병하였다. 육사 11기 동창회에 참석했다가 별도로 술을 마시는 자리였다.

 

“야, 전두환. 네 어깨위에서 반짝이는 세개의 다이어몬드가 별처럼 빛난다. 임마 너에게는 다이아몬드보다 별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아. 너 빨리 다이어몬드 떼버리고 별세 개를 달아 중장이 돼야겠다.”

 

정호용이 호기를 부리자 노태우가 한수를 더했다.

 

“중장이 뭐야? 기왕 별을 달 바에야 3개가 아니라 4개를 달고 대장이 돼야지”

 

“어쭈. 이런 기세로 나가다가는 쿠데타를 일으켜 아예 권력을 통째로 삼켜버리겠네”

 

꼬장꼬장하고 얌전한 김복동이 일침을 가했다. 전두환이 나섰다.

 

“자, 농담만 하고 있을게 아니야. 이렇게 모이기도 쉽지 않으니 우리 만난 김에 도원결의 하고 헤어지자구. 지금은 우리가 5명의 병아리 대위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별을 달고 독수리처럼 날면서 전군을 호령하는 장군이 될 거야. 그래서 오성회(五星會)를 만들자구. 오성회는 신판 도원결의(桃園結義)가 되는거야”

 

“좋아. 다 같이 술잔을 높이 들고 축배를 올리자. 다섯마리의 병아리들이 하늘을 나는 오인의 독수리가 되는 오성회를 위하여. 부라보!”

 

 

Chun_Doo-hwan,_1951.jpg

육사생도 전두환 www.ko.wikipedia.org

 

 

이렇게 해서 오성회가 생겼다. 오성회 멤버들은 공부벌레들이 아니었다. 육사11기는 156명이 졸업했는데 전두환의 석차는 126등이었다. 바닥을 기는 수준이다. 노태우는 67등 정호용은 86등이었다. 공부잘하기로 유명한 김복동이 그나마 13등이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공부를 소홀히 한건 아니었다.

 

육사 11기는 육사역사상 최고의 우수한 생도들이 모여 있었다. 최초의 4년제 대학과정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대가 인기 있었던 건 국립대학이라서 등록금이 쌌기 때문이다. 그런데 육사는 등록금은 물론 기숙사비 피복비 용돈까지 모두 국가가 지급해줬다. 공짜로 대학공부를 할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돈이 없어서 대학을 못가는 전국의 수재들이 육사로 몰려들었다. 서울대에 갈수 있는 경기고 서울고 출신들도 육사로 달려왔다. 대구의 수재로 소문난 김복동이 겨우 13등을 한걸 보면 육사실력을 알만하다. 육사 역사상 11기가 최고의 전성기였다. 교수진이 막강했다. 한국최고의 석학 서울대교수들이 와서 가르쳤다. 커리큘럼은 세계제일이라는 미국육사 웨스트포인트를 따랐다. 12기부터는 좀 처졌다. 6.25 전쟁 중이라서 우수학생들이 올수 없었던 것이다. 학생이 모자라 일반사병도 시험을 봐서 들어오기도 했다.

 

오성회를 출범시키자 다섯명의 대위들은 이를 악물었다. 공부에 매달려 군사영어반을 거쳐 미국연수교육을 다녀왔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군무를 해냈다. 그러면서 기회를 노렸다.

 

권력을 잡으려면 권부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5.16이 일어나자 전두환대위는 기름을 들고 혁명의 불속으로 뛰어 들었다. 육사생도들을 이끌고 군사혁명 지지 퍼레이드를 벌린 것이다. 이일로 청와대에 들어가 박정희 밑에서 정치군인수업을 받는다. 전두환 김복동 노태우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소령계급장을 달았다. 11기의 선두그룹을 형성한 것이다.

 

1963년 5인의 오성회원들은 소령계급장을 달고 의논했다.

 

“우리가 영관장교가 됐으니 별을 다는 건 시간문제다. 우리의 목표는 60만 국군을 현대전에 능한 강군으로 만들어 장차올 통일전선을 승리로 이끄는 것이다. 우리들 다섯 명으로는 부족하다. 동지를 모으고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육사시대는 우리 11기부터 새로운 시작이다. 11기 이전의 육사는 어중이떠중이들이 모인 몇 개월짜리 단기육사다. 11기부터 매기마다 3-4명씩 엘리트를 차출하여 하나회를 만들자”

 

11기 이전의 육사는 3개월 아니면 6개월짜리 육사였다. 그래서 공부실력도 전술학도 허술했다. 차라리 육사 1.2기는 실력이 괜찮았다. 이응균 김석원 백선엽 이종찬 정일권 박정희같은 일본 육사출신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진짜 육사는 4년제가 시작된 11기부터다. 11기부터 하나로 뭉쳐야 한다. 그래서 하나회를 만든다. 이렇게 해서 하나회가 생겨났다.

 

하나회 강령은 아래와 같다.

 

1.하나회는 선후배와 동료들에 의해 합의된 명령을 복종한다.

2.하나회원 상호 간에 경쟁하지 않는다. 대신 서로 돕고 밀어주어 올인 하도록 한다.

3.비용은 정치자금처럼 기업이나 기관의 협조를 받아 능력껏 마련한다.

4.이상의 서약을 위반할 시 '인격말살'을 감수 한다

 

얼핏 보면 조폭들의 강령처럼 유치해 보인다. 하나회는 출범하자마자 전군으로 퍼져나갔다. 회장 전두환 때문이 아니었다. 박정희와 윤필용의 후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정희는 고려시대 무인통치자 최충헌처럼 사병성격을 띈 호위무사들이 필요했다. 최충헌은 삼별초라는 사병성격의 호위무사단을 만들어 수족으로 부렸다. 청와대를 지켜주고 있는 보안사 수경사 특전사는 국가조직으로 움직이는 군대기관들이다. 사병처럼 언제나 달려 올수 있는 비밀결사대가 필요했다. 하나회가 안성맞춤이었다. 그래서 박정희는 하나회의 후원자가 된 것이다.

 

<계속>

 

* '김재규 복권소설'의 소설같은 사연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lks&wr_id=3

 

* 등촌이계선목사는 광야신인문학상 단편소설로 등단했다. 독자들은 등촌을 영혼의 샘물을 퍼 올리는 향토문학가라고 부른다. 저서로 ‘멀고먼 알라바마’ ‘대형교회가 망해야 한국교회가 산다’ ‘예수쟁이 김삿갓’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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