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또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이지만 제 작품들만큼 세계 방방곡곡을 다닐 순 없을 거예요.” 한 유명 현대 작가는 인터뷰 도중 멈출 줄 모르는 예술의 세계화에 대한 감탄을 내뱉었다.
유럽의 근현대 미술의 상징인 뽕삐두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술의 현 주소는 국제화’라는 표어를 내걸고 “아트와 세계화”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유럽 작가들에게 국한 되어 있던 상설 전시관을 다국적, 다민족 예술품들이 공존하는 전시관으로 탈바꿈시켰다. 사실 세계적 아티스트라고 불릴 만큼 세계화를 몸소 체험하는 작가들은 아직 지극히 적은 숫자에 그친다. 하지만 한 국가의 문화적. 역사적 자존심이라 볼 수 있는 국립미술관들이 지방 분권을 시작으로 다른 나라에 전시 공간을 마련해 국제 보물들을 교류시키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아랍에미레이트의 아부다비는 옛부터 실크 로드의 중심으로서 교통의 요충지 역할을 해 왔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며 아시아와 아프리카 사이의 교역을 통한 다양한 문명이 공존하는 교류의 장 역할을 맡아온 바 있다. 아랍에미레이트는 예술 요충의 전통성을 지키기 위하여 현재 아트 마켓을 개최하는 등 예술 문화사업 부흥에 한창이다.
아부다비에서 500미터 떨어진 사디야트 섬을 온전히 박물관과 문화 공연장만이 들어선 예술 관광 단지로 조성할 계획도 있다. “행복의 섬”을 뜻하는 명칭에 걸맞게 27km²의 면적에 다양한 형태의 예술이 공존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쾌적한 문화예술교류의 장을 고안해냈다.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다섯 명의 건축가들이 각자 한 미술관 건축의 책임을 맡아, 사디야트 지구는 예술 작품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현대 건축의 집합소로서 또한 상징적인 장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일종의 미술관 파워 브랜드 유치 전략을 꾸미기라도 한 듯 구겐하임 미술관과 프랑스 루브르 미술관이 바로 이곳에 새로운 둥지를 트게 될 것이다.
이제는 루브르하면 파리가 떠오르는 시대는 지났다. 2012년 북프랑스 지방도시 랑쓰에 두번째 루브르 미술관의 탄생으로 예술 행정과 중요 소장품 전시의 지방 분권화가 이루어졌듯 이번에는 해외로 가지를 뻗어 사디야트 섬에 “아부다비 루브르”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프로젝트가 성사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투자 되었다. 미테랑 정권부터 꾸준한 설득 끝에 비로소 2007년이 되어서야 루브르 아부다비 협상조약 체결을 얻어내어 매해 4번의 기획전시와 600여점의 작품 대여를 약속 받게 된다.
국가 상징적 프로젝트에는 반드시 그 유명세에 맞는 인물이 따르는 법, 2007년에 프랑스 대표 건축가 장 누벨에게 건축 설계가 맡겨졌다. 30m 높이 그리고 180m 지름을 자랑하는 납작한 돔이 두드러져 현대스러움을 더한 설계도가 발표되며 궁금증이 확대 되었다.
반면 최근 건설 현장에서의 현지 노동자들의 착취와 열악한 노동 환경이 이슈가 된 바 있다. 여러 나라가 동시에 참여하는 공사 현장인 만큼 착오도 많고 말도 많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올 해부터 2019년까지 루브르 아부다비의 완공을 시작으로 매 해 한 미술관씩 개관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노먼 포스터의 설계 자이드 국립 박물관이, 2017년에는 프랭크 게리 건축 구겐하임 아부다비가 탄생할 예정이다. 해양 박물관을 위해서는 일본 건축가 타다오 안도가 개입되어 섬을 둘러싼 푸른 바닷 빛과 어우러진 기하학적 건물 설계를 진행 중이다. 서울 디자인 센터 설계를 맡았던 자하 하디드는 공연 장소라는 특성을 살려 미끄럽게 흘러 내려가는 듯한 독특한 형태의 퍼포밍 아트센터를 탄생시킬 예정이다.
아랍권에만 한정되지 않고 전 세계가 동시에 참여하여 함께 이루어 가는 프로젝트로서 많은 찬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유명 작품들을 들여오고 세계적 건축가들을 초청하기 위해 수많은 돈을 투자했음에 반해 상업적인 면모가 예술 부흥 취지보다 더 부각되고 있다는 비판도 사고 있다. 그럼에도 문화 시설과 함께 호텔 숙박 시설들과 관광 레져 시설까지 계획되고 있어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치는 한껏 높아지고 있다.
【한위클리 / 계예훈 artechris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