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생미셸은 2월 20일 오전 7시 20분 예외적인 큰 조수현상(Les grandes marées)으로 만조 시 바다수면이 최고수위로 높아지면서 136년 만에 완벽하게 섬으로 변신했다. 같은 날 20시 30분에도 같은 현상이 펼쳐졌다. 이처럼 2월 20일과 22일 사이 6번 찾아든 대 만조 시 매번 1시간 30분 내지 2시간 동안 몽생미셸은 바닷물에 잠겨 육지와 차단됐다.
이는 2015년 새로운 보름달의 영향을 받은 조수현상과 20년 동안 걸친 치열한 대공사의 결실로서, 자연과 인간이 이뤄낸 합작품이 보여준 화려한 스펙터클이었다.
▶ 태양, 달, 지구 그리고 조류현상
지난 2월 20일 몽생미셸 섬이 유난히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서쪽 대서양해안과 북서쪽 영국해협(La Manche) 해안지대는 간만의 차가 평소보다 예외적으로 커서 각 해변에서도 대자연의 잔치가 벌어졌던 편이다.
만조와 간조 시 해면수위의 차이를 측정하는 조차계수는 20과 120 사이. 조수현상이 태양, 달, 지구의 위치에 따라 영향을 받으면서 평상시 조차계수는 40 내지 90 정도로 수치가 변동한다. 조차계수 100부터 예외적으로 큰 조수현상(Les grandes marées)으로 간주하는데, 지난 2월 20일은 우주의 자연현상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한계수치에 가까운 116을 기록하면서 만조 시 해수면은 월등하게 높아졌다.
이러한 조류현상에는 보름달, 해류, 바람의 역할도 가미되어 해수면은 더욱 높아지거나 낮아지게 된다. 가령 비바람이 서풍 시속 60km 이상 몰아칠 경우 해수면은 예상치를 넘기고 가공할 만큼 높아진다. 이로 인하여 프랑스 서쪽과 북서쪽 해안지대는 홍수로 범람하며, 대 만조 시 인근 주민들은 바닷물 침입을 막고자 사전에 모래주머니들을 쌓아놓는 등 최대한의 대비책을 동원한다. 이때는 프랑스기상청도 비상상태를 발령하는데, 지난 2월 20일 전후로 서쪽에서 불어오는 강한 비바람은 동반되지 않았다.
▶ 섬의 모습을 잃었던 몽생미셸
몽생미셸 섬은 프랑스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관광명소이다. 그러나 섬 입구까지 차량이 진입하도록 건설된 거대한 콘크리트 주차장, 바다를 막고 육지와 연결시킨 방파제의 아스팔트 도로로 인하여 사실상 섬으로서 본연의 모습은 상실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몽생미셸 해안지대는 1947년부터 해마다 20헥타르(ha)가 육지화 되면서 해안생태계가 심각하게 위협을 받아왔다. 이러한 자연환경파괴는 18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섬과 육지를 잇는 방파제가 완공되면서 바닷물의 흐름이 끊겨져버린 것이다. 이후 몽생미셸 섬을 둘러싸는 성벽에도 침식현상이 생겨 2m 가량이 모래 속으로 침몰되었다고 한다.
몽생미셸 섬을 섬으로 다시 귀환시키려는 대대적인 공사계획이 국가차원에서 구상된 것은 1995년. 이후 10년 동안 치밀한 연구조사가 시행된 이후 10년에 걸친 대대적인 공사가 착공되기에 이른다.
공사시행 첫 단계는 브르타뉴와 노르망디 경계선을 이루며 영국해협으로 흘러들어가는 꾸에농(Couesnon) 강물에 8개 수문을 갖춘 새로운 댐건설 공사였다. 꾸에농 강물의 흐름을 막아버린 댐이 1960년 신축됐는데 이 기존 댐은 파기됐다. 이 공사의 결실로 꾸에농 강물은 이제 바닷물과 자연스럽게 합류되면서 조수현상에 따라 밀물 시 강물수면도 오르고 썰물 시 수면이 내려가는 본연의 생태계를 되찾았다.
1889년에 만들어졌던 2km 방파제 둑길도 허물어졌다. 지난 2012년 4월부터는 6천대 차량을 수용하는 대형주차장도 섬에서 3km 떨어진 육지로 밀려났으며, 몽생미셸 입구에 괴물처럼 누워있던 거대한 콘크리트 주차장은 밑으로 바닷물이 흐르는 800m 교량으로 대치됐다.
이어서 지난 2월 20일, 2015년의 예외적인 첫 조수현상으로 만조 시 섬과 육지를 잇는 교량이 300m 가량 바닷물에 잠기면서 몽생미셸은 마침내 옛 모습을 되찾기에 이른 것이다.
▶ 춘분지점 3월 21일은 ‘세기의 만조’
오는 3월 21일은 일명 ‘세기의 만조(Marée du siècle)’로 간주된다. 이날의 조차계수는 119, 해면수위는 2월 20일보다 더욱 높아진다. 119는 우주자연현상의 최고한계수치로서 이 영향에 의한 만조 현상을 다시 구경하려면 앞으로 18년을 기다려야한다고 한다. 바로 여기에서 ‘세기의 만조’라는 약간은 과장적인 표현이 생겨났다.
몽생미셸은 3월 21일 7시 45분 조차계수 118을 기록하면서 해수면은 최고수위로 오른다. 이로 인하여 7시부터 8시 40분까지 육지와 차단된다. 20시 07분의 조차계수는 119로 ‘세기의 만조’ 현상은 하이라이트에 이른다. 이 영향으로 19시 20분부터 21시까지 몽생미셸과 육지를 잇는 교량은 다시 바닷물에 잠기게 된다.
만조 시에 몽생미셸이 물에 잠기는 대자연의 잔치는 3월 20일 오전부터 3월 23일 저녁때 까지 지속되며, 이때 안전사고에 대비하여 50명 안전요원들이 추가로 배치될 전망이다.
이 ‘세기의 만조’가 펼쳐질 대자연의 스펙터클을 맞이하기 위해 몽생미셸 수도원은 3월 21일과 22일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22시까지 개장한다. 이곳 테라스에서 백마를 타고 달려오는 듯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밀물을 만끽할 수 있다. 물론 바람의 속도, 방향, 기압에 따라 약해질 수도, 예측을 불허하는 가공할만한 자연현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 날짜에 섬 주변 호텔들의 예약은 이미 만원이라는 소식이다. 일본 TV채널들도 이 ‘세기의 만조’를 놓치지 않기 위해 현지에서 중계방송을 할 것이라는 소문도 들려온다.
3월보다는 조차계수가 낮으나 큰 조수현상((Les grandes marées)으로 만조 시 몽생미셸과 육지를 잇는 교량이 바닷물에 잠기는 예상날짜는 다음과 같다. 4월 19일과 20일, 8월 2일과 3일, 30일과 31일, 9월 1일과 2일, 28일과 30일, 10월 1일, 그리고 27일에서 29일 사이이다.(www.mairie-lemontsaintmichel.fr 참조)
앞으로 몽생미셸 섬은 20년간 이어온 대공사의 결실로 해마다 20일 내지 30일 정도 만조 시에 절경을 이루는 완벽한 섬으로 태어난다. 몽생미셸 섬 이외에도 대서양해안과 영국해협 해안지대에는 썰물 시 도보로 진입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아름다운 섬들이 제법 많이 있다.
【한위클리 / 이병옥 ahpari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