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규복권소설’ 연재

 

뉴스로=이계선 작가

 

 

10.26이 지난 11월 중순경 정승화는 장태완을 수경사령관으로 불러들였다. 전두환을 견제할수 있는 대항마로 장태완만한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장태완은 누구인가?

 

눈이 부리부리하고 성격이 괄괄한 장태완소장은 별명이 장포스(Force)다. 삼국지의 맹장 장비라는 뜻이다. 장태완은 수경사가 낯설지 않았다. 3년전 준장시절에 참모장으로 근무한적이 있기 때문이다. 수경사 참모장 시절에 있었던 일화.

 

 

장태완.jpg'

장태완장군 www.namuwiki/w

 

 

1976년 6월 어느 날, 부임한 지 두 달이 채 안됐을 때였다. 장태완은 예고 없이 서울 서부지역의 수경사 방공진지 공사현장에 순시를 나갔다. 갑자기 들이닥친 별판을 보고 놀란 위병은 뒤늦게야 신호 버튼은 눌렀다. 장태완이 공사판으로 걸어가는 동안 아무도 마중 나오는 사람이 없었다. 기분이 언짢았다. 거의 공사장에 이르렀을 때야 대대장 김상구중령이 헐레벌떡 뛰어나와 경례를 했다. 김상구는 전두환의 동서로 하나회핵심이었다.

김중령을 앞세워 벌컨포 설치공사 현장에 가본 장태완은 울화가 치밀었다. 공사진척 상황이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장태완장군은 김상구중령의 면전에 대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렇게 모자란 놈이 어떻게 대한민국 장교가 됐나?”

 

그러자 김상구는 자존심이 확 상했다.

 

“나는 4년제 육사에서 배울 만큼 배우고 임관한 장교입니다. 장교의 명예를 짓밟는 그 말을 취소하십시오.”

 

(당신은 6개월짜리 엉터리육사졸업이지만 이래 봐도 난 어젓한 4년제 대학과정 육사졸업생이란 말이오)

 

김상구는 고개를 뻣뻣이 들고 대들었다. 장태완은 어이가 없었다. 상급자가 잘못을 지적하면 용서를 빌게 마련이다. 그런데 일개중령이 준장에게 대들다니?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격이다. 애송이 중령이 감히 상급부대 장군에게 대드는 것은 하나회라는 뒷배 때문이려니 생각했다. 더욱 거친 언사가 장태완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이놈아, 제대로 일도 못하는 놈이 누굴 믿고 건방지게 굴어?”

 

그러자 김상구도 물러서지 않았다. 일개 영관이 장군에게 했다고는 상상할 수도 없는 대거리를 서슴지 않았다.

 

“내가 당신보다는 군사학을 더 공부하고 임관했소.”

"너, 뭐라구 했어?“

 

화를 풀지 못한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사령부로 돌아온 장태완은 진종채사령관을 찾았다. 사실을 낱낱이 보고하고 ‘겁 없는 하나회 장교’를 징계위에 회부할 것을 주청했다. 그러나 진 사령관은 영남군맥의 후배인 김상구중령을 보호하기 위해 장태완을 달랬다.

 

“내일 내가 불러서 기합을 줄 테니 그만 참아주시오.”

 

하지만 장태완은 강경했다. 화를 못 이겨 몸을 부르르 떨기까지 했다.

 

“이런 군기 문란한 장교들을 그대로 두고선 함께 못 있습니다. 나를 내보내든지 김상구를 구속시키든지 택일하십시오.”

 

결국 김상구는 이 일로 영창에 들어갔다가 전역하고 만다. 후일 김상구는 호주대사를 거쳐 국회의원이 된다. 전두환이 집권했을 때 말이다. 그 일로 하나회는 장태완에게 앙심을 품었다. 그래서 정승화는 전두환의 대항마로 일부러 장태완을 불러 수경사령관을 시킨 것이다.

 

1979년 11월 수경사령관으로 부임한 장태완은 계엄업무회의에서 전두환보안사령관을 만난다.

 

“형님, 축하합니다.”

 

전두환이 손을 내밀었다. 장태완은 전두환의 손을 덥석 잡았으나 걸리는 게 있었다.

 

3년 전 일을 넌지시 떠보았다.

 

“전에 김상구 일로 내게 아직 유감이 있소?”

“아닙니다. 다 지난 일인데요, 뭘. 그 친구가 몸가짐이 좀 그래서…”

 

하나회만 아니었으면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둘다 화통한 성격들이기 때문이다.

 

군부의 동향은 어디로 흐르고 있을까? 정승화는 시국담을 들어보려고 육본으로 장군들을 불러 모았다. 먼저 정승화계엄사령관이 입을 열었다.

 

“10.26이후 제자백가 백화만발로 민주주의의 꽃이 만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국이 어수선해 보입니다. 이런 때에 우리군의 생각은 어떠한지? 여러분들의 생각을 들어 보고 싶어서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젊은 준장이 꼿꼿한 자세로 일어났다. 하나회였다.

 

“박정희대통령각하가 서거하셨지만 우리군은 각하의 혁명정신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각하가 목숨 걸고 쟁취한 정권인데 어떻게 그걸 순순히 정치인들에게 내 준단 말입니까? 우리군은 똘똘 뭉쳐서 각하의 유지를 받들어야 합니다”

 

박정희의 혼백이 떠들어 대는 듯한 기분이었다. 나이든 중장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혀를 찼다.

 

“4년제 정규육사를 공부한 민주국가 대한민국의 장군이 어찌 그런 어처구니없는 발상을 한단 말입니까? 김일성의 북한에서나 할수있는 독재적발상입니다. 장군이 한말은 군을 모독하는 말이고 돌아가신 각하를 두 번 죽이는 망언이에요. 5.16 혁명공약에도 공약을 완수하면 군 본연의 자리로 돌아간다고 명시했어요. 혁명 일으킨지 18년입니다. 우리는 벌써 돌아갔어야 했습니다. 군이 돌아가지 않고 정치판에 눌러앉아 뭉기적 거리다가 각하께서 돌아가셨어요. 정부와 최규하대통령 권한대행은 민주복귀를 약속하고 민주화로 가는 정치일정을 발표했어요. 그런 판국에 또다시 쿠데타적인 발상을 한다면 국민과 역사가 결코 용서하지 않을것입니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정승화는 등골이 오싹했다.

 

(하나회를 이대로 나뒀다가는 나라에 큰 재앙이 오겠구나. 하나회원들의 근무지를 분산시켜서 세력을 흐트려 놔야지)

 

며칠후 정승화는 노재현국방장관을 골프장으로 불러냈다. 라운딩을 돌면서 슬며시 말을 끄집어냈다.

 

“12월 6일 장충체육관에서 대통령선거가 있습니다. 최규하대행이 당선되도록 다 준비돼 있어요. 그리고 12월 13일에 대대적인 개각이 있습니다. 우리 군에서도 분위기를 일신하는 차원에서 부처이동을 했으면 합니다. 우선 오랫동안 서울근무를 한 전두환보안사령관을 동해지구 방위사령관으로 보내야 겠어요”

 

국방장관이 상관이지만 정승화가 계엄사령관인데 어쩌랴.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야한다.

 

“전두환 소장이 현재 10.26사태를 수사중인데 바꿔도 괜찮을까요? 계엄사령관님의 생각이 그러시다면 그대로 해야지요”

 

노재현은 생각이 복잡했다.

 

(전두환을 동해지구로 쫓아 보내면 하나회는 머리 잘린 도마뱀이 된다. 하나회는 무력해진다. 그리고 합수부장이 바뀌면 김재규는 살아 날것이다. 아하! 열흘만 지나면, 전두환만 동해지구로 유배 보내면 대변혁이 일어나는구나. 세상은 이렇게 해서 바뀌어 지는구나)

 

그런데 정승화가 흘린 이 말이 전두환귀에 들어간다. 낮말이니 새가 듣고 옮겼을까? 바람이 풍문으로 전했을까? 아니면 노재현이 슬쩍 귀뜸 했을까?

 

<계속>

 

* '김재규 복권소설'의 소설같은 사연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lks&wr_id=3

 

* 등촌이계선목사는 광야신인문학상 단편소설로 등단했다. 독자들은 등촌을 영혼의 샘물을 퍼 올리는 향토문학가라고 부른다. 저서로 ‘멀고먼 알라바마’ ‘대형교회가 망해야 한국교회가 산다’ ‘예수쟁이 김삿갓’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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