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 못하는 미국
뉴스로=노창현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한국인들은 다 이름이 국이야?”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 일화 중에 이름 해프닝이 있습니다. 한국인은 ‘국(Gook)'이라는 이름을 가장 많이 쓰는 줄 알았다는 겁니다.
미군을 볼 때마다 ‘미~국!’ ‘미~국!’하고 소리쳐서 ‘me gook!(내가 국이야)’로 알아들었다는 웃지못할 이야기입니다. 하기야 한국인의 밥상에서 빠지지 않는게 국일진대, 별명을 국이라고 해도 이상할게 없습니다.
미국은 한자로 ‘아름다운 나라(美國)’입니다. 지구상에 이토록 노골적인 찬미(讚美)의 나라가 또 어디 있을까요.
우리가 어렸을적 미국을 많이 동경(憧憬)한데는 나라 이름도 한몫 했을 것입니다. 미국은 일본의 속박과 전쟁의 참화에서 구해준 은혜로운 나라요, 매혹적인 이상향(理想鄕) 같았으니까요. 오늘날 친박패가 툭하면 성조기를 드는 것도 그들의 뇌리와 뼛속 깊이 새겨진 ‘우리 민족을 보우(保佑)해준 천조국(天朝國), 미국’의 등식 때문 아니겠습니까.
조금 허무한 얘기지만 미국이 '아름다운 나라'가 된 것은 엉뚱합니다. 아메리카를 중국인들이 한자로 아묵리가(亞墨利加) 미리가(美理哥) 아미리가(亞美里加) 미리견(美利堅·彌利堅·米利堅) 등 여러 가지를 쓸 때 ‘미’가 차용됐을뿐이니까요.
중국에서는 '美'가 '메이'로 발음되는데, 기왕이면 나라 이름을 좋은 단어로 불러주는 동양의 미덕이 작용한 것이지요. 영국(英國)은 잉글랜드와 비슷한 ‘잉궈’로 발음되기 때문에 ‘꽃부리 영(英)’을 딴 ‘발군의 나라’(혹은 英吉利)가 되었고 부처님과 아무 관련이 없는 프랑스는 비슷한 발음의 ‘법국(法国)’, ‘불국(佛國)’이 되면서 불자들에게는 거의 극락정토의 느낌을 던져줍니다.
일본식 한자인 ‘홀로 독(獨)’ ‘편안한 일(逸)’의 독일이 중국에선 한등급 격상해 ‘덕스런 나라(德意志 또는 德國)’가 되었구요.
아다시피 일본에선 미국을 ‘쌀의 나라(米国)’로 표기합니다. 오늘날 한국 못지않게 미국을 숭상하는 일본이 어쩌다가 미국을 쌀방아간 나라로 주저앉혔을까요.
싸고 찰진 캘리포니아 쌀에 감동을 먹어서가 아니라 '米'의 훈독(訓讀)인 '고메'의 '-메'를 따서 '米'를 쓴 것입니다. 일각에선 일본이 2차대전에서 미국의 적대국이었기 때문에 ‘아름다운 나라’로 미화해 줄 필요가 없었다는 말도 하지만 1854년 미·일수교조약 때 ‘아미리가합중국(亞米利加合衆國)’으로 표기했던걸 보면 ‘쌀 나라’ 역사는 꽤 오래됩니다.
잡설(雜說)이 길었습니다. 많은 세계인들에게 미국은 결코 아름다운 나라가 아닙니다. 지구촌의 온갖 전쟁에 관여하고 지금 이순간도 계속되는 분쟁의 씨앗을 심어준 나라가 미국이니까요. 필경 미국인들도 자기 나라를 ‘아름다운 나라’로 불러준다는 걸 안다면 계면쩍을 것입니다. 미국대사가 피습을 당했다고 석고대죄(席藁待罪)하며, 집회마다 초대형 성조기를 떠받드는 일부 한국인들에 대해선 신비로운 뇌구조를 궁금해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미국을 아름답게 포장해준 것은 ‘아메리칸 드림’이었습니다. 새로운 세계에서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 끝에 성공한 이민자들, 또 그들을 바라보는 후발 이민자들은 기회의 땅 미국에서 성공을 거두겠다는 부푼 꿈을 꾸었기 때문입니다.
실상 미국은 보이지 않는 ‘유리 천정(Glass Ceiling)’으로 둘러싸인 나라입니다. 밑바닥에서 몸으로 뛰어 큰 돈을 벌 수는 있을지언정 명예와 권력까지는 결코 내주지 않는 주류 백인의 나라가 미국입니다.
흔히 미국을 ‘이민자의 나라’로 부르지요. 미국의 건국이념도 메이 플라워호를 타고 온 ‘필그림 파더즈(Pilgrim Fathers)’에 뿌리를 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의 기준으로 들여다보면 그들은 한낱 불법 이민자에 불과합니다.
이들 중 어느 누가 아메리카의 진짜 주인인 원주민의 허락을 받고 들어왔단 말인가요. 원주민에게 대지란 걷고 뛰고, 내키는대로 갈 수 있는 공유의 개념이지, 배타적 소유의 개념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유럽의 불법체류자들이 추위와 기근으로 절반 이상이 사망하자 먹을 것을 갖다 주고 농사 짓는 법도 가르쳐 준 생명의 은인이었습니다. 미국의 최대 명절 추수감사절의 전통도 수확의 기쁨을 원주민과 함께 나눈데서 비롯됐다고 우리는 배웠습니다. 하지만 역사는 원주민들을 집단 학살하고, 은혜를 원수로 갚은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습니다.
유럽의 식민지였던 미국은 착취(搾取)에서 벗어나고자 종주국과 전쟁을 벌였지만 독립을 쟁취한 후엔 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 아프리카 흑인들을 노예로 삼고, 수많은 중국인들의 희생 아래 대륙의 철도를 부설했습니다. 기실 이민의 전통은 광대한 영토를 개발하고 노동력을 통한 자본의 축적이라는 미국의 국가이익에 따른 것이었지, 가난하고 헐벗은 이민자들을 먹여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나마 전통적인 미국의 이민정책은 2017년을 깃점으로 ‘빛좋은 개살구’가 될 것 같습니다. 존 켈리 국토안보부(DHS) 장관이 지난 16일 NBC방송 정치 대담 프로 '언론과 만나다(Meet the Press)'에 출연해 “음주운전을 한번만 걸려도 추방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과거 무면허나 시설파손 또는 인사사고와 무관한 음주운전은 추방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이젠 영주권자라 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경미한 규정위반(petty offense)'과 단순폭행, 업소내 물건 절도행위도 추방 재판에 회부될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이같은 태도는 불법입국자를 막고 불체자를 색출하는 수준을 넘어 합법체류자들까지 최대한 줄이려는게 아닌가라는 의심을 낳게 합니다. 시나브로 ‘미국은 이민의 나라가 아니라 추방의 나라’라는 불암감이 팽배하고 있습니다.
2002년 두 소녀가 주한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사건이 벌어졌을 때 한 시민단체가 미국(美國)을 미국(米國)으로 바꿔 쓰자는 운동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이렇다할 반응을 얻지 못하고 만 것은 취지는 공감하더라도 하필 ‘일본 따라하기’냐는 거부감이 들었을 법 합니다.
혹시 나라깜도 안되는 ‘아닐 미(未)’ 미국(未國)이나 곰팡이 ‘미(黴)’ ‘黴國(곰팡이나라)’을 제안했다면 반향이 일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어떤 발음이든 한글로 표기가능한 우리로선 한자어를 동원할 필요도 없습니다. 차제에 ‘미운 나라’ 미국을 떠올리고 ‘유나이티드 스테이츠’의 한자어 ‘육나사질국(育奈士迭國)’을 한바탕 껄적지근하게 불러보면 어떨까요.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노창현의 뉴욕편지’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no
육나사질국 육나사질국... 자꾸 발음하다보니
육시랄지국이 나오네요.
'원주민 집단학살'을 말씀하시니,
노엄 촘스키와 더불어 '미국의 양심'으로 추앙받던
고 하워드 진 교수 생각 납니다.
'2차대전 이후 일어난 170차례 전쟁에서 죽은 사람들의 90%가 민간인이다'
'전쟁이란 군인이 군인을 죽이는 게 아이고, 군인이 민간인을 죽이는 거이다'
라던 그의 절규가 생생하군요.
왜 전쟁에서 그렇게 민간인이 많이 죽는 것일까.
'전쟁에서 민간인을 많이 죽이는 거이 가장 신속한 결과를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그게 그의 진술이었습니다.
원주민 집단학살... 히로시마 원폭 투하 민간인 대량살상... 이젠 북폭 대량살상?
이어지는 거 아닌지 은근 불안 초조 걱정입니다.
전쟁이 없으면 굴러가지 않는 군산복합체의 육시랄지국이니.
그러게 말입니다..
육나사질국..육사할지국..육시날지국..육실할지국..육시랄지국,,
콕 찍어 말씀 해주시니 제 속이 후련하네요..^^
육시랄지국 육시랄지국... 이젠 '육시랄제국'
밥굶던 변호사들 요즘 살판났다는 소식입니다.
공항 주변에 변호사들이 상시 대기하고 있다네요.
쐬주 두어 잔 마시고 재수없이 음주운전 걸린 사람,
부부싸움하다 이웃집 신고로 잡혀간 경력이 있는 사람,
테러할 관상을 가진 사람까지 마구 쳐넣는 육시랄제국.
30년 전 깐족거리는 흑인아저씨에게 빈깡통 던졌다가
며칠 구류살다 나온 한국아줌씨 한국갔다 들어오다
범죄경력자로 분류되어 올랜도서 이틀 텍사스서 하루
구치소에 갖혔는데, 허겁지겁 변호사 데리고 날아온
미국 남편덕에 풀려났다며 분한 가슴 치던 한인아줌씨.
지금도 그때일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네요.
허참.. 사례들이 기가 막히네요..
그 아줌씨는 시민권자가 아니었나요?
설마 귀화 시민권자도 문제가 되는건 아니겠죠? ㅠ
귀화시민권자조차도 문제가 된다는 것이 문제라고 합니다.
이번에 저도 쪼매 쫄았습니다.
듣자하니, 우리 회원들 가운데서도 미리 쫄아서 못 온 사람도 있다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