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금요일, 한 번의 목요일 그리고 또 한 번의 월요일…
열 한번의 프랑스 국경일 중 4개가 매 주 한 번 꼴로 잇따라 집중되어 있으니, 프랑스의 5월은 황금연휴의 계절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주말과 붙어 있어 3일간의 짧은 바캉스를 즐기기까지 제격이다.
때문에 프랑스는 벌써부터 여름 방학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다. 이 시기가 다가오면 직장인들은 절로 머리를 굴리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상사들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기 마련이다. 두 공휴일 사이에서 몇 일 동안 휴가를 쓴다면 생각보다 긴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노동절인 1일과 유럽 승전일인 8일 사이 기간 동안에는 나흘간 휴가를 낼 경우 주말 포함 총 열흘간 바캉스를 다녀올 수 있는 셈이다.
근로자들에게는 천국과 같은 시기이지만 회사 경영진들에겐 오히려 자칫하면 매출이 떨어질 수 있는 시기로 노심초사 할 수 밖에 없다. 평소 20에서 22일간 뽑아내는 일의 양을 15에서 18일의 한정된 시기 동안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회사들은 5월간 10% 이상의 손해를 보기도 한다.
반면 관광과 외식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마치 7-8월 여름 바캉스 만큼이나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파리 뿐만 아니라, 노르망디, 브르타뉴 등의 국내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지역은 5월이 일종의 대목이다.
프랑스 근로자 법에 따르면 병원과 몇몇 서비스 그리고 교통 업계 종사자들을 포함한 소수를 제외한 나머지 노동자들은 의무적으로 근로자의 날을 지켜야 한다. 반면 노동절에 근무한 자들에게는 평소 두 배의 휴일수당이 주어진다. 노동절을 제외한 공휴일은 관습상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맞으나 법적으로 영업이 금지되지는 않는다.
잦은 공휴일로 인한 경제적 손실에 대한 우려는 정부도 마찬가지다. 쉬는 공휴일마다 하루 0,4%의 국내총생산을 손해 보는 경제적 파급 효과를 무시 할 수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프랑스 산업 연맹 Medef는 국가의 경제적 손실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11개의 빨간 날 중 이틀을 쉬지 않는 날로 바꿀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1%의 경제 성장률과 함께 10만개의 노동력이 창출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일부 경제학자들은 위 숫자들은 지나친 과장이 섞인 분석 결과일 뿐, 관광업계, 외식 업계 등 공휴일의 혜택을 입는 직종의 수익 상승률을 따지고 보면 생각보다 경제적 손실은 심각하지 않다고 말한다. Insee 통계청 결과를 보아도 잦은 휴일이 경제 성장을 늦추는 주범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른 해와 비교하자면 올 해는 경제적 손실이 비교적 낮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 주말과 붙어 있는 금요일과 월요일에 휴일이 편중 되어 있어 샌드위치 데이를 빗겨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에는 다수의 공휴일이 수요일과 목요일이었던 관계로 많은 근로자들이 주말과 공휴일 사이 기간을 통째로 휴가를 내고 떠나 버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유럽의 다른 국가와 견주어 보아도 프랑스는 국경일 공휴일 수가 많은 편에 속하지는 않는다. 연중 11일로 스웨덴과 같은 수준이다.
반면 한국은 15일로써 유럽에서 휴일 수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핀란드와 같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실제 체감 공휴일은 두배 가까이나 낮다.
【한위클리 / 계예훈 artechris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