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용 예술가’라고도 불리는 미국 아티스트 리차드 프린스가 다시 한 번 예술 사진 세계에 다시 한 번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브리드 아트페어의 가고시안 갤러리 부스에는 친숙한 인스타그램의 캡처 사진이 대형으로 인화되어 있다. 이는 지난 가을 뉴욕의 가고시안 갤러리에서 ‘새로운 얼굴들’ 이라는 개인전에 소개 되었던 리차드 프린스의 작품들이다. 당시 전시에 38점의 작품이 출품되었는데, 놀랍게도 전부 인스타그램에서 퍼온 사진들이다.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들이 아닌, 타인이 자신의 계정에 찍어 올린 사진들을 허락도 없이 높이 1m20의 대형 사진으로 인화 판매 한 것이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아름답고 독특한 외모를 가진 여성들의 셀카들이다. 저작권 논란이라는 결과를 초래 할 것을 예상하고도 당당하게 ‘도용 예술’의 선두주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몇몇 작품은 10만 달러, 즉 1억원이 넘는 거액에 판매 되기도 하였는데, 원작 주인에게는 단 한 푼도 돌아가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도용된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다.
인스타그램은 최근 몇 년 전부터 세계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각광을 받고 있는 사진 촬영 및 공유 어플리케이션이다. 일상 생활의 풍경과 인물, 사진들을 보정하여 주변인들에게 개인 생활들을 공개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 유명 인물들도 즐겨 사용하며, 심지어는 인스타그램을 통하여 사진을 널리 퍼트려 하루아침에 유명해진 인물들도 많다.
30만명의 인스타 팔로워를 자랑하는 코스메틱 회사 CEO인 Doe Deere가 이와 같은 인물 중 하나이다. 이 여성은 파란 머리를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바 있는데, 측근들을 통하여 리차드 프린스가 본 사진을 도용하여 갤러리 VIP 오프닝 행사에서 9만 달러에 판매하였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사용을 허락한 적이 없었기에 놀랍고 황당한 심정이지만 저작권에 대한 법적 소송을 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차드 프린스는 재촬영 기법(re-photographing)을 탄생 시킨 작가로서, 작품 활동 초반에 광고 포스터를 다시 촬영, 인화하여 개인 예술 작품으로 탈바꿈 시키곤 했다. 조금의 변형이 가하여진 점 외에는 원본과 거의 흡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크리스티 경매에서 백만 달러에 팔리기도 하였다.
다른 이의 손에서 탄생한 사진을 거의 변형시키지 않고 재생산하는 것은 저작권법을 무시한 도용에 불과한가, 사진을 사진 찍은 ‘재창조’ 개념으로써 예술적 허용인가? 미술계는 위와 같은 주제를 두고 떠들썩하다.
가고시안 갤럴리는 “저작권법이란 개념을 새롭게 정의 내린 작가”라고 묘사하였다. 2008년에도 유사한 문제로 법정에 기소 된 적이 있으나 미묘한 변형의 절차가 이루어졌기에 미국 저작권법에는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받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도 마찬가지로 공정 사용법에 의하여 Patrick Cariou가 동일한 문제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미 존재하는 예술 작품이나 이미지를 저작권 침해의 위협을 받지 않고 변형 작업을 가할 수 있다는 법적 개념이다.
리차드 프린스는 위 작품들을 통해 디지털 시대에 스타로 떠오르는 방법에 대한 현상을 꼬집었다. 평론가들은 사적 이미지의 너무도 쉬운 확산과 도용에 대한 심각한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제대로 간파하였으며 사진의 개념을 다시 한 번 뒤엎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금, 당신이 무심코 올린 사진이 이 세계 어디에선가 고액에 팔리고 있지는 않을까?
【한위클리 / 계예훈 artechris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