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북 공멸 면하는 길은 북미 대화 뿐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12일 <폭스 비즈니스뉴스>와의 인터뷰 중,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의 한반도 이동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매우 강력한 함대를 보내고 있다”, “미국에는 지구 최강의 군인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해리 해리슨 미 태평양사령관도 호주를 향하던 칼빈슨 항모가 싱가포르에서 북쪽으로 이동해 서태평양으로 진입하도록 명령했다고 이구동성으로 발표, 전 세계 언론은 대 북한 선제타격이 임박했다는 보도로 한동안 시끌벅적했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가 날짜가 찍힌 미 해군의 사진을 분석한 결과 미국 정부의 발표는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4월15일이면 한국에 온다’던 칼빈슨함은 그날 인도네시아 근해 순다(Sunda)해협에 있었고, 호주와 연합훈련을 마친 후, 6차 핵실험 가능성이 큰 북한군 창설 85주년 기념일인 25일 경, 한반도 가까이 진출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디펜스뉴스>도 지난 4월17일 미 태평양사령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3척의 항모가 몇 주 안에 한반도 인근 해역에 집결한다’는 최근 뉴스는 사실이 아니며 “칼빈슨 함이 싱가포르 남쪽 인도양에서 호주 해군과 현재 합동 훈련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또 다른 미 해군 최신예 도널드 레이건 항모는 현재 일본 요코스카 해군기지에서 수리 중이라고 했다.
미 해군의 <네이비타임스> 역시 이 날, “(한반도로 향하는 것으로 알려진 항모) 니미츠 함은 올여름 배치를 위해 현재 막바지 준비에 들어갔고, 준비가 끝나면 한반도 해역이 아닌 중동 지역으로 전투기들을 실어 나를 예정”이라고 했다.
즉, 이번 ‘3개 항모 전단 한반도 집결’이라는 트럼프 정부의 거짓말은 열흘 가까이 언론을 활용, 차기 한국 대선 후보 중 미국이 싫어하는 진보 세력 대신 ‘친미’ 또는 ‘종미’ 세력의 후보 당선을 위한 미국 정부의 대형 북풍공작이 아닌지 의심을 살 수 있는 사례다.
한편, 미 군사전문가들은 지난 4월16일, 그 전날에 있었던 김일성 생일(태양절) 105주년 축하 대규모 퍼레이드(열병식)에서 북한이 공개한 여러 종류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면밀히 검토.분석한 끝에 북한의 ICBM 등 핵무기기술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이 발전했다는 사실에 의견이 일치, 놀랍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남의 나라 무기 성능 평가에 인색하다고 알려진 제임스 마틴 핵무기확산방지연구센터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 국장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KN-11(북극성-1)에 많은 걱정을 했다. 이 KN-11은 지난해 8월 북한이 동해상으로 발사해 500km 비행에 성공한 ‘북극성-1’과 같은 기종이다.
루이스 국장은 이 고체연료 엔진에 기반을 둔 미사일에 대해 “진짜 위력적인 미사일이다, 너무 무섭다(So Scary), 고체연료 미사일은 액체연료 미사일보다 더 좁은 공간에서 더 적은 인원으로 멀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어 발사 전, 한미 군이 탐지하기 어렵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ICBM을, 개발 중이 아닌, 완성품을 공개했다”, “북한이 한국,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핵미사일 무기개발을 진지하게 진행하고 있음을 이번 열병식에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군사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에 공개된 신형 ICBM은 소형화, 경량화, 다양화 된 수소탄두가 한기 마다 여러 개씩 장착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 최첨단 3세대 핵무기체계 중 마지막의 ‘이온추진비행체’를 제외한 나머지를 공개했다. 최첨단 3세대 핵 무기체계란, 1차 최첨단 핵무기 체계, 즉, 수소폭탄- 중.장거리대륙간탄도미사일- 재래식 핵 변형탄두와 핵 총탄이고, 2차 최첨단 핵무기체계는, 핵이온집속 (EMP=전자기파)탄두 등을 말한다.
북한이 이번에 공개하지 않은 마지막 최첨단 핵무기체계인 ‘이온추진비행체’는 미국과 전쟁이 나면 가장 긴요하게 쓰일 북한의 극비무기체계라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소형화된 수소탄은 그 크기에 반비례해서 기존 대형수소탄보다 위력이 수십 배 강하다는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이 눈길을 끈다. 현재 북한이 실전배치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모두 4종으로, 화성-13, 화성-14, 북극성-3형(최대사거리 10000km), 북극성-4형(최대사거리 12000km)이라고 한다.
선택의 폭 더 좁아진 미국, 대북 적대 정책 포기해야
4월 25일은 북한군창설 85주년 기념일로, 세계의 눈은 모두 평양에 쏠려 있었다. 김일성 105주 기념일에 군사 퍼레이드를 통해 최첨단 핵무기들만을 공개, 과시했는데 6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았기에 이날은 뭔가 미국이 놀랄 핵실험을 해서 대미 압박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에서다. 북한 전문가들은 조만간 6차 핵실험 또는 최첨단 ICBM 발사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김인룡 유엔 차석대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군사행동을 감행한다면, 우리는 미국이 간절히 원하는 어떤 종류의 전쟁모드에도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는데, 북한의 이러한 입장은 누구의 어떤 부당한 압박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며 사소한 적의 공격에도 전면 핵전쟁으로 맞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대화로 문제를 풀고자 한다면 북한에 대한 모든 적대시 정책을 근본적으로 철회하라’는 것이다. 즉, 미국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비핵화 후 평화회담’은 벌써 물 건너갔고 '핵동결 후 평화협정‘조차도 이제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모든 ‘적대시정책 철회가 대화의 전제’라는 북한의 조건을 미국이 불응할 경우, 북한은 그마저도 바로 백지화하고 최신형 ICBM 시험을 비롯, 또 다른 신무기를 공개, 군사력을 과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작년에 ‘핵시험을 중단할 테니 미군의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을 중단하자’고 제안했다가 미국이 이를 거부하자 북한은 보라는 듯이 수소탄 시험만 두 차례,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수십 기나 전격적으로 단행, 미국에 충격을 안겨 주었다.
최근 ‘북한 핵관련 미국의 선택의 폭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마이크 폼페오 미국 중앙정보국(CIA)장의 지난 4월 13일 발언은 그냥 흘려 넘길 내용이 아니다. 한반도 주변국들과 미국이 공멸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북미 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세계 전쟁사가 말해 주듯이, 전쟁은 자주 오판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은 북한 또는 미국의 오판으로 전쟁이 터져서 한반도와 주변국가 그리고 미국 본토 대부분이 초토화 될 수도 있는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시기에 살고 있는 우리다. 미국의 대 북한 선제타격이니, 칼빈슨 핵 항모 재출동이니 하는 언론 보도에 흥분할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한편, 한국 대선에 눈을 돌리면, 작년 7월 10일, 사드 배치는 "종합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며 소신 있는 발언을 했던 안철수 후보가 ‘언제 내가 그런 말을 했냐?’는 듯이 지난 4월 6일, 관훈토론회에서 "사드 배치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자세를 돌변, 촛불 민심에 등을 돌렸다. 이러한 안 후보의 발언은 바로 미국과 구 기득권 적폐세력에는 일대 희소식일 것이다. 여당에 인기 있는 후보가 없는 틈새를 타고 ‘언제나 유리할 때면 표변할 수 있는’ 안 후보가 이제는 청산해야 할 적폐세력을 다시 끌어 모으기 위한, 이명박계 인물다운 선거 전략인 것이다.
이제 얼마 안 남은 한국 대선에서 한국국민들은 사대주의자가 아닌, 언제나 국익을 위해서는 미국에도 ‘노!’ 할 수 있는 진정한 지도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해야 한다. 미국이 자기네 국익만을 위해 한국민에게는 백해무익한 사드 배치 강행 등 미국에 무조건 맹종하는 시대는 이명박근혜와 함께 확실히 끝내야 한다.
미러중일 등 4대 열강과 등거리 균형외교를 실천할 수 있는, 그래서 자주독립국가 대한민국을 새롭고 튼튼하게 재건하면서 북한과도 경제.문화.체육 등 동족간의 상호 교류를 통해 우리 민족의 숙원인 평화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강력한 지도자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바로잡음: 지난 4월5일자 본보 “박근혜 구속과 우리의 미래” 제하 칼럼 중, 박근혜 정부의 실책으로 지적한 ‘금강산 관광 중단’은 이명박 정부 때의 실책이 옳습니다.)